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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상함과 차별되는 전형성 플라이 대디
kharismania 2006-07-29 오전 2:30:50 1502   [10]
권위적인 남성상으로써의 아버지는 이미 퇴물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이제 한 집안의 기둥으로써 큰소리치던 아버지상은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전락했다. 21세기의 아버지들은 여전히 한 가정의 버팀목역할을 고수하고 있음은 확실하지만 좀 더 자상하고 가족에 헌신하는 아버지상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고민을 떠안으며 동시에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하는, 즉 경제적 기반을 책임져야하는 몫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영화 'GO'의 원작소설 작가이자 재일교포2세 출신인 가네시로 가즈키의 원작소설 '플라이 대디 플라이'를 각색하여 영화화한 이 작품은 기본적인 이야기의 궤적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나 환경적인 여건차이에서 오는 불가피한 차이외에 이야기로부터 끌어내어지는 감성의 방점 자체가 다르다.

 

 시작부터 남자는 달린다. 남자가 달려 도착한 곳은 병원의 병실. 그곳에서 남자는 상채기로 얼룩진 딸과 대면하고 말문을 잃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딸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돈과 권력의 부등식에서 외면당하는 쪽으로 기울어진 그는 피해자로써의 큰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힘없는 약자로 몰락한채 오히려 가해자로부터 농락당한다. 하지만 그는 딸의 복수를 갈망하고 그런 그의 앞에 아웃사이더같은 소년이 나타난다.

 

 사실 이 영화는 이준기의 스타덤이 작품의 관심도를 증폭시키는데 공헌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원작품의 영화적 소재로써의 적합성과 작품성에 대한 기대도 간과할 수 없고 이문식이라는 배우의 출연도 눈에 띄지만 무엇보다도 '왕의 남자'의 후광을 등에 업고 충무로의 신성으로 떠오른 이준기의 출연은 이 영화의 가장 큰 광고효과라고 여겨진다. -'왕의 남자'가 불러들인 관객동원력에도 이준기의 범상치 않은 미모(?)가 한 몫했음은 간과할수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준기의 스타성에 빌붙지 않는다. 영화에서 중심이 되는 건 간절함이 묻어나는 드라마적 요소다. 그리고 그 드라마를 이끌고 가는 것은 이문식이다. 사회의 힘없는 구성원으로써의 비애감과 가장으로써의 넘치는 부성애를 적절하게 전달하는 그의 연기는 이 영화의 웃음과 눈물을 책임진다.

 

 사실 이문식이라는 배우는 코믹함으로도 대변되지만 단지 코믹스러움으로 정의되지 않는 이유는 그가 소시민적인 드라마에도 능하다는 것이다. 특성있는 캐릭터의 소화에도 적합하지만 이야기의 분위기를 끌어갈 수 있는 배우라는 것이 그가 지닌 장점이다. 이 영화에서 그런 그의 능력은 십분발휘된다.

 

 솔직히 영화의 내용은 진부함과 다를 바 없다. 특히나 원작에서 느껴지던 호쾌한 웃음의 방점이 진지한 간절함으로 변용되면서 이야기는 더더욱 예상밖의 무언가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끝이 보이는 해피엔딩이 모두 지루한 것만은 아니다. 영화의 식상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드는것은 가필(이문식 역)과 승석(이준기 역)의 묘한 사제지간의 교감에 있다.

 

 서른 아홉살의 가필이 열 아홉의 승석을 스승으로 모시며 굽신거리는 모양새가 거북하지 않은 것은 두 인물이 상대방을 이용가치로써의 잣대로 재지 않고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진심으로 상대방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 자체에 있다. 두사람의 미묘한 교감이 영화의 고리타분함을 환기시키고 전형적인 이야기이지만 지겹지 느껴지지 않는 매력으로 여겨지게 만든다.

 

 또한 영화는 선과 악의 구분을 명확히 나눔으로써 관객이 느끼고자 하는 복수의 카타르시스를 거리낌없이 이용한다. 딸의 복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채 훈련에 열중하는 가필의 모습은 관객에게 진실된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드는 가장 큰 축이다. 특히 최후반부 버스와 벌이는 달리기는 관객의 동정심을 진하게 자극하는 클라이막스로 작용한다. 그래서 최후반부의 대결씬이 비상식적인 결과로 매듭지어지는 것조차 용납이 되는 것일지 모른다. 결국 이 영화의 여정에 동참한 관객들을 가필의 편으로 만드는 것은 가필의 캐릭터가 보여주는 눈물겨운 진실함 그 자체에 있으며 승석과 가필의 세월을 뛰어넘는 우정과 대리적 부성애에 있다.

 

 사실 이준기라는 배우의 출연은 이 영화가 내미는 노골적인 히든카드와 같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서 전작의 성공으로 박제가 될지도 모르는 자신의 여성적 매력을 떨치고자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도는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보인다. 물론 그 매혹적인 외모는 여전하나 여리고 가냘프던 공길의 모습은 많이 희석된 느낌이다. 확장된 캐릭터적 매력의 성취에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그이상도 아니다. 단지 전작의 이미지에서의 확장에 성공했을 뿐. 그 이상의 가능성은 다음작품에서 재확인되어야 할 것이다. 어쨌든 그의 출연이 이 영화에 관객의 눈길을 끄는 것에 일조하는 것임은 확실하다.

 

 이 영화가 무엇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힘없는 약자가 세상의 부조리함에 맞서는 과정 그 자체가 소박하지만 통쾌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비록 가필이 세상을 뒤엎을 힘을 지닌것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소시민적인 방식으로 세상의 흐름에 역류하고자 하는 과정은 관객의 눈물을 자극하고 울분을 석히게 한다. 약자가 던지는 외침은 비록 거대한 바다에 내던져진 자갈밖에 안된다 할지라도 그자갈이 남긴 파문은 하나의 흔적으로 기억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도 자신의 딸을 위해 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불의에 맞서는 가필의 모습은 과장되지 않은 진실됨 그 자체이다.

 

 식상하게 느껴질 법한 이야기에 발목이 잡힌다면 이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할 수 있지만 인물들이 보여주는 교감과 심리적 감성을 간과하지 않는다면 적당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원작의 호쾌함이 희석되었다는 점은 진지한 드라마적 감성으로 대체되었다는 대안을 제시해도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어쩄든 이준기라는 스타파워를 등에 업었지만 이문식의 열연으로 내실을 다진 이 영화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도 필요이하도 아닌 적절한 감동과 웃음을 선사한다.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큰 약점을 떠안게 되는 것과 같다. 한 집안의 가장이 된다는 것. 남편으로써 아버지로써의 삶을 살아야한다는 것. 그것은 결국 한사람으로써의 개인사에서 벗어나 남성으로써 짊어져야 하는 가족사의 중심에 서는 고민으로의 돌입을 의미한다. 하지만 비록 우리를 세상이 힘들게 하더라도 지켜내고자 하는 소중한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그것으로도 세상을 살아가야할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잔잔하게 미소짓듯이 보여준다. 닳고 닳은 이야기라 해도 감정의 진솔함만 닳아없어지지 않는다면 눈여겨볼 여지는 충분해보인다. 그것이야말로 식상함과 차별되는 전형적인 감동이 아닐까. 이것이 이 영화가 지닌 비루하고도 순결한 미덕이다.               

                                -written by kharismania-


(총 0명 참여)
rmftp0305
알바야 꺼져라   
2006-08-12 16:37
iamjina2000
근데 "방점"이 뭐죠? 흔히 쓰는 단어가 아니라서리....   
2006-08-0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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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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