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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와 왕따가 없는 요괴 세상.... 한강블루스
ldk209 2008-07-09 오후 5:09:20 4359   [8]
환경파괴와 왕따가 없는 요괴 세상....★★★★

 

갓파는 일본의 요괴 또는 전설상의 동물이다. 아마 우리로 치면 도깨비 정도 되는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갓파는 개울가에 주로 서식하며 머리 정수리 부분이 접시같이 파여 있어서 항상 물이 고여 있는데, 이 물이 마르면 목숨이 위험하다고 한다. 한국 도깨비가 씨름을 좋아하듯이 스모를 좋아하는 갓파는 역시 한국 도깨비처럼 사람에게 장난 거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그림으로만 보면 아동틱한 느낌의 <갓파쿠와 여름방학을>은 일단 시간이 주는 무게가 만만찮다. 무려 138분, 2시간이 넘는 시간은 아이들이 감당하기엔 확실히 벅차 보인다. 거기에 그 시간 동안 영화는 단순한 재미가 아닌 인간 문명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갓파란 존재를 빌어 관람객에게 던져준다. 아.... 무겁다.. 무거워.... 그러나 영화가 주는 주제는 무겁다지만 영화 자체가 무거운 건 아니다. 후반부에 약간 교훈을 강조하는 듯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어린이도 충분히 웃으며 볼 수 있을 만큼 재미와 감동을 준다. 물론 감정만 풍부하다면 눈물까지 펑펑 쏟을 수 있다.

 

방과 후 집으로 돌아가던 초등학생 소년 코이치는 신발을 주우러 강가에 갔다가 우연히 갓파의 화석을 발견하고 집으로 들고 온다. 그 화석을 물에 씻자 화석 속에서 어린 갓파가 깨어난다. 이 갓파는 200여 년 전 에도 시절, 아버지가 죽임을 당하는 현장에서 지진으로 땅 속에 갇힌 ‘쿠’였다. 코이치는 가족을 설득해 쿠와 함께 생활하게 되지만 쿠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코이치의 집은 금세 신문과 방송을 타고 유명해진다. 방송사 기자들은 코이치의 집 앞까지 와 매일 대기하고 있고, 급기야 쿠를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시킨다. 갓파를 조금 신기한 동물쯤으로 생각하는 방송사와 사람들. 코이치는 가족들과 상의해 쿠를 다른 곳으로 보내기로 하는데 <갓파쿠와 여름방학을>은 바로 그 과정을 잔잔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리고 안타까우면서도 잔인하게 그려나간다.

 

이 영화는 인류에 의한 환경 파괴, 왕따 또는 이지메, 미디어의 왜곡과 본성, 생명 경시 풍조 등 일본 만이 아닌 현대 인간 사회의 온갖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특히 갓파와 다른 요괴의 존재를 통해 말해지는 환경과 왕따 문제는 인간 사회가 얼마나 이상하고 뒤틀려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때는 개울가에서 많이 살았던 갓파들은 무분별한 개발과 함께 밀려 나면서 사라진 존재다. 자신들 때문에 멸종된 갓파를 마을 홍보를 위해 이용하고, 갓파를 찾는 사람에겐 어마어마한 상금을 주는 등 상품적 가치로 활용하는 것에서 인간의 이중성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어떨까? 늑대가 멸종됐다고, 곰이 멸종됐다고, 호랑이가 멸종됐다고 안타까워하면서 엄청난 돈을 들여 복원한답시고 온갖 행사를 하고 쇼를 한다.(물론 멸종동물 복원 프로젝트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한 편에선 많은 야생동물들이 죽고, 사라지고 있다. 복원을 한다고 야생(과연 한국에 야생이 존재할까?)에 풀어놓은 동물들은 얼마 뒤 대부분 인간사회로 돌아오거나 처참한 죽음을 맞는다. 기본적으로 동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는 그곳에 동물들을 풀어 놓는다. 죽이는 것도 인간이고, 살리는 것도 인간인 이 어처구니없는 모순의 시대.

 

예전 어떤 영화에서 외계의 존재는 인간을 ‘바이러스’라고 규정지은 바 있다. 그 이유는 지구의 모든 생물 중에 유일하게 자신을 감싸고 있는 환경과 조화해 살지 못하고 파괴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지메 문제는 어떨까? 코이치는 어떤 여학생을 좋아하면서도 그 여학생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존재라는 이유로 친구들 앞에서 못생겼다며 험한 소리를 하고 여학생이 근처만 와도 달아나 버린다. 그런데 갓파로 인해 자신도 친구들로부터 배척당하는 존재가 되자 비로소 그 여학생을 이해하고, 어울린다. 인간이란 존재는 자신이 당해야지만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인가? 반면, 영화에서 그려지는 갓파를 중심으로 한 비인간 세상엔 왕따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에게는 들리지 않는 (그러나 진정으로 이해하는 이들에겐 들린다) 내면의 목소리로 소통하며 상대를 배려하고 돕고 싶어 한다. 갓파가 위기에 처하자 학대 받던 개 ‘아저씨’는 외친다. ‘왜 도와주지 않는 거야?’ 가족이라고 여겼던 존재의 위기에서조차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인간들을 대신해 ‘아저씨’는 필사의 달음박질을 감행하며, 인간들은 그런 그들을 단지 구경거리 정도로 여길 뿐이다.

 

결국 ‘쿠’는 깊은 산속, 사람들이 거의 접근조차 하지 않는 깊숙한 곳에 가서야 자신과 비슷한 존재를 찾게 된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언제 그들의 마지막 거처까지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파괴할지 모른다. 관광 때문에, 경제 때문에 한반도를 가로로 파헤치겠다는 대운하. 여전히 ‘국민이 반대한다면’이란 조건을 붙여 여건만 되면 삽질하고 싶다는 욕망을 절절이 드러내는 2MB. 실제 삽질이 시작되면 얼마나 많은 야생동물들, 도깨비, 갓파가 자신들의 거처에서 쫓겨나 죽고, 사라지게 될까.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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