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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구나... 샤인 어 라이트
ldk209 2008-08-30 오전 12:29:22 3486   [7]
역시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구나... ★★★★

 

얼마 전 가수 신해철 씨가 한국 음악은 Good Boy인 Beatles는 수용했지만, Bad Boy인 Rolling Stones를 수용 못해 발전하지 못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Rock에 미쳐 있던 어린 시절에도 나를 포함해서 주위에 이상하게 Rolling Stones의 마니아는 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명성에 비해 라디오에서도 노래가 자주 나오지 않았다. 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섹스나 마약 등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가사가 한국 정서와 맞지 않았을 수도 있고, 믹 재거를 중심으로 한 멤버들의 잦은 스캔들도 한국에서 수용되기 어려운 환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거기에 락 키즈들 입장에선 롤링 스톤즈에겐 Led Zeppelin하면 <Stairway To Heaven>, Deep Purple하면 <Smoke On The Water>, Queen하면 <Bohemian Rhapsody> 등 밴드를 대표할만한 명곡이나 대곡이 없다는 것도 저평가된 이유라고 할 것이다. 롤링 스톤즈의 대표곡하면 <(I Can't Get No) Satisfaction>이 주로 거론되는데, 이 곡은 대중 음악계의 권위를 인정받는 롤링스톤지가 선정한 가장 위대한 곡 2위(1위는 Bob Dylan의 Like a Rolling Stone)에 선정되기도 했지만 그저 흥겹고 경쾌한 락앤롤 넘버 정도로 기억될 뿐이다.

 

그래서인지 락 음악을 하는 음악인이 Led Zeppelin, Queen, Pink Floyd, Deep Purple 같은 그룹이 되고 싶다고 하는 경우와 Rolling Stones 같은 그룹이 되고 싶다고 하는 경우의 느낌은 좀 다른 것 같다. 전자의 경우엔 그들의 음악적 스타일이 먼저 떠오르는 반면, 후자 즉 롤링 스톤즈인 경우엔 음악보다는 그들의 열정과 변함없음, 내지는 장수 그룹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2006년 뉴욕의 비콘 시어터에서의 공연을 담은 <샤인 어 라이트>에서 부른 노래 리스트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 히트곡의 대부분은 60~70년대 노래들이며, 80년 이후로는 <Start Me Up> <She Was Hot>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가끔 롤링 스톤즈하면 영화 <짝패>에서 이범수가 한 말이 생각나기도 한다.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놈이 강하더라” 물론 설마하니 롤링 스톤즈가 60, 70, 80,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에도 살아남았기 때문에 최고의 밴드로 인정받는 건 아닐 것이다. 어떻게 40년 이상을 변함없이 최고의 밴드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책을 읽고 누군가로부터 설명을 듣는다고 이해되지는 않을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샤인 어 라이트>를 보면 바로 그 답을 알 수 있다.

 

사실 나는 <샤인 어 라이트>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이 영화가 일종의 롤링 스톤즈를 중심으로 한 음악 다큐멘터리 - 이들의 생애가 정리되고 롤링 스톤즈가 끼친 음악사적 의미라든가 밴드의 위대성 등등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다. 영화 초반은 이런 나의 판단이 맞는 듯 보였다. 마틴 스콜세지가 만든 무대 디자인을 믹 재거가 맘에 들어 하지 않고(‘무슨 인형의 집인가?’), 연주할 곡을 넘겨주지 않는 믹 재거에 대해 마틴 스콜세지가 불만을 토로하는 장면들. 그리고 밴드가 연습을 하고, 막이 오르기 직전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등과 인사하며 사진 찍는 장면을 거쳐 드디어 롤링 스톤즈가 무대에 오르면서 영화는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이들의 공연 실황 DVD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롤링 스톤즈의 노래와 연주 외의 잔가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영화는 2곡 또는 3곡의 노래 다음에 잠깐씩 이들의 과거 인터뷰를 보여주지만,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도 않고, 그 장면을 통해 얻어지는 정보도 거의 없다. 이들이 말썽꾸러기라는 점, 말을 조리 있게 잘 하지는 못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한다는 점, 처음엔 고작 2~3년 활동하는 정도로 만족했던 그들이 60이 넘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무대를 누빈다는 정도. 영화는 오로지 뉴욕 비콘 극장에서 열린 이들의 공연 실황을 얼마나 충실하게 전달하느냐에 집중되어 있다. 마틴 스콜세지는 이 공연을 영상에 담기 위해 무려 18대 이상의 카메라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촬영감독을 동원하였고, 그 결과는 정말 판타스틱하다.

 

영화에서 연주된 이들의 노래 리스트를 살펴보면 <Jumpin' Jack Flash>가 강렬한 기타음과 함께 처음을 장식하고 <Shattered> <She Was Hot> <All Down The Line>이 이어진다. 그리고 Jack White와 함께 <Loving Cup>을 부른 후 <As Tears Go By> <Some Girls> <Just My Imagination> 컨츄리 넘버인 <Faraway Eyes>, 다음으로 블루스 연주자인 Buddy Guy와 함께 <Champagne & Reefer>를 연주하고 <Tumbling Dice>로 이어진다. 밴드 멤버에 대한 소개를 한 후 믹 재거가 빠지고 키스 리차드가 <You Got The Silver>와 <Connection>을 부르는데, 아무래도 믹 재거는 힘들어서 잠깐 쉰 것 같기도 하고. 다음 곡인 <Sympathy For The Devil>을 부를 때 관객 쪽에서 믹 재거가 등장해서 무대에 오르며, Christina Aguilera와 함께 <Live With Me>를 열정적으로 부른다. 이제 공연은 서서히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Start Me Up> <Brown Sugar>를 거쳐 이들의 대표곡 <(I Can't Get No) Satisfaction>를 끝으로 공연은 막을 내리고 멤버가 극장을 빠져 나오는 장면 뒤로 <Shine A Light>가 흐른다.

 

<샤인 어 라이트>를 보는 도중 뼈저리게 느낀 건 이 영화는 극장에서 앉아 관람하며 감상하는 영화가 아니라 화면의 관객과 함께 일어나 소리치며 두 손 높이 들고 방방 뛰어야 제 맛이 나는 영화라는 점이었다. 이미 몇 편의 음악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는 마틴 스콜세지가 연출한 화면과 사운드는 실제 콘서트 현장에 와 있는 듯한 기시감을 불러 일으켰고, 아마도 수십 만 원은 호가할 이들의 콘서트를 단 돈 7,000원에 볼 수 있었다는 행복감까지 들게 했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건 롤링 스톤즈 그 자체였다. 60을 훌쩍 넘긴 이들이 젊은이 못지않은, 아니 그보다 더한 열정으로 무장해 있다는 사실은 지켜보는 나를 경이롭게 하기에 충분했다. 영화 <존 레넌 컨피덴셜>에는 롤링 스톤즈 팬들이 들으면 화가 날 내용이 하나 들어있다. 존 레넌의 활동을 제거하기 위해 FBI까지 동원한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증언하던 한 인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믹 재거는 멍청하다고 생각해 신경 쓰지 않았지만, 존 레넌은 달랐습니다’ 객석 여기저기서 킥킥대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는데, 뭐 어떠랴. 그들처럼 늙을 수만 있다면. 그까짓 멍청하다는 얘기쯤은 감내할 수 있으리.

 

※ Rolling Stones

- Mick Jagger / Vocal

- Keith Richards / Guitar

- Charlie Watts / Drum

- Ronnie Wood / Guitar

 

※ 과거 인터뷰 장면 등을 보니 생각보다는 키스 리차드가 믹 재거에 비해 더 냉소적이다. 믹 재거는 그룹을 대표해 인터뷰하다보니 나름대로는 진지할 때도 있고, 말을 자제할 때도 있는데 키스 리차드는 좀 다른 것 같다. 한 인터뷰에서 기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무엇입니까?’하니 키스 리차드 왈 ‘바로 그런 질문’.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문 자리에서 로니에게 ‘I'm bushed’라고 말하며 킥킥 웃어대는 모습을 보니 늙어서도 장난끼는 여전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한 기자가 로니와 당신 중 누가 더 뛰어난 기타리스트인가라는 질문을 하자 ‘우리 각각은 별 볼일 없지만 둘이 같이 있으면 두려울 게 없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연륜이 느껴지기도.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서 조니 뎁이 맡은 스패로우 선장이 키스 리차드를 모델로 해서 만들어졌다는 건 유명한 사실이다. 키스 리차드가 스패로우 아버지로 출연하기도 했는데, 가슴엔 해적 브로치를 달고서 공연하는 모습이나 말하는 투가 정말 스패로우 선장을 보는 것 같았다.

 

※ OST에는 영화에서 나온 노래 외에 <Paint It Black> <Little T&A> <I'm Free> 세 곡이 더 있는데, 시간 관계상 편집된 듯하고, 개인적으로는 <Angie>라든가 <Lady Jane>같은 발라드 넘버를 좋아하는데, 공연에서는 잘 부르지 않는 것 같다.

 

※ 일반적인 음악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사실상 실황 공연이나 마찬가지이므로 롤링 스톤즈를 잘 모르거나 하는 사람은 대단히 곤욕일 수 있다. 그래서 중간에 나가는 사람도 일부 있었다. 반면, 롤링 스톤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경험이었을 것이다. 영화가 끝나자 터지는 박수갈채, 그리고 마치 공연이 끝난 후 느끼는 아쉬움 같은 게 느껴졌다.

 


(총 0명 참여)
ldk209
아마 노래를 들으면 대부분 아는 노래일 겁니다.   
2008-08-30 21:21
dotea
롤링 스톤즈,미그재거 너무유명한데 힛트곡이 별로 없는게 이상할 정도네요 님의 글을 읽어보니 아는 게 As tears go by 와 Angie 그리고
Lady Jane 정도네요 ^^   
2008-08-3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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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 어 라이트(2008, Shine a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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