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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행복을 담보로 한 전체의 행복, 그 불가능한 꿈.... 레몬 트리
ldk209 2008-07-22 오후 1:59:54 2097   [7]
개인의 행복을 담보로 한 전체의 행복, 그 불가능한 꿈....★★★☆

 

이야기의 발단은 이렇다. 아버지가 물려준 레몬 농장을 평생 가꾸어 온 살마의 새로운 이웃으로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이 이사 오고, 이스라엘 정보국은 레몬 나무가 테러범 진입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며 나무 제거를 통보한다. 그러나 살마에게 레몬 농장은 그저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그녀의 삶, 자체다. 살마는 젊은 변호사를 찾아가 소송을 제기하고, 대법원까지 항소를 한다. 살마의 소송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레몬 나무를 둘러싼 이웃의 대립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의 상징으로 부각되고, 세계적인 이슈가 된다.

 

전체를 위해 개인은 희생되어야 하는가? 아니 희생될 수 있는가? 이건 공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는 일정정도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 제기다. 희생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 인가? 또는 그 범위는 누가 정하는가? 달리 말하면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은 저당 잡히고, 유예되어야 하는가? 개인의 행복이 침해되는 전체의 행복이란 과연 가능한 얘기일까? 이건 소위 전체주의, 집단주의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얘기한다. 아니 사람들이 아니라, 사실은 이스라엘 정보국의 판단이다. 국방부 장관의 안전을 위해, 이스라엘의 안전을 위해 레몬 나무는 뽑혀져야 한다고. 레몬 나무가 심어져 있던 수십 년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실증적 문제 제기는 현실화되지 않은 테러의 위협에 꼬리를 감춘다. 이 문제가 단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라는 적대적 국가(라고 보자)의 문제일까.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 확인되지 않은 북한의 위협-사실은 정권 유지-이라는 이유로 국민들의 자유와 행복은 수십 년 동안 제한되고 유예되었으며, 현재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살마에게 있어서 레몬 나무 소송은 단지 개인의 행복, 개인의 삶을 침해당하지 않으려는 몸부림 차원이다. 문제는 개인의 행복에 관한 문제가 집단 대 집단의 문제로 확대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살마의 행복은 계속된 침해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살마의 법적 소송에 호의를 보내지 않는다. 그건 적대 관계인 이스라엘과 공식적인 관계(법적)를 가지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며, 그렇다고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스라엘이 주겠다는 보상금 수령도 거부해야 된다고 말한다. 젊은 변호사와의 관계도 팔레스타인 이웃들로부터 견제를 받는다. 즉, 살마에게는 이스라엘과의 관계에서 오는 고통만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내부의 고통도 가중된다. 종교, 민족, 그리고 여성이라는 몇 중의 고통. 사랑에 빠졌던 젊은 변호사도 주위 시선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녀를 떠나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살마의 고통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존재는 국방부 장관의 부인인 미라다. 두 중년 여성은 단 한 번도 대화를 나누지는 않는다. 그러나 둘은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있음을 눈빛으로 표현한다. 이건 어떻게 보면 여성 연대의 관점으로 읽힐 수 있는 지점이다. 자. 결론은 어떻게 됐을까? 변호사의 말대로 해피엔딩은 미국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은 이 영화가 굳건한 현실에 발 딛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아내가 떠난 빈집에 홀로 남은 국방부 장관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오로지 높은 장벽뿐이다. 안전을 위해 설치했다는 장벽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장벽이며, 소통의 단절이다. 소통이 되지 않는 곳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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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트리(2008, Lemon Tree / Etz Li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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