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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보다 더 강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 다우트
yujin007 2009-03-06 오후 4:04:09 1003   [0]

의심은 확신할 때보다 더 많은 용기와 에너지가 요구됩니다.

왜냐하면 확신이 잠시 멈추었을때, 의혹은 끊임없이 치고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열정적인 행위입니다.

 

우리는 불확실성을 완전하게 알아내야만 하는 세상속에 살아가길 배워왔습니다.

마지막 말은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시대의 잡담 저변에 있는 침묵입니다.

 

<  존 페트릭 쉔리 >

 

 

이 영화... 뜨겁다. 무엇이 날 이토록 뜨겁게 하는지 모르겠다.

배우들의 명연기로 인해 영화내내 말싸움만이 가득한데도 순식간에 주어진 시간이 다 지나가버렸다.

영화시간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다. 의심하는 자는 확증이 아닌 확신으로 그를 의심하고 있었고, 확신은 사실이 되어야만 했고, 그 사실로 인해 원하는 대로 이루어져야만 했다.  그것이 메릴스트립이 연기한 엘로이시스 원장수녀다.

그녀와  맞대결을 벌일  플린 신부역을 맡은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정말 멋진 케스팅이라고 생각된다. 화통하고 다정다감하면서도 자신을 의심하는 원장수녀에게 당당히 맞서기도 하지만, 그녀를 안타까워하기도 했던 연기가 일품이다. 연륜짙은 이 두 배우는 제대로 일을 치룬다. 이건 연극보다도 강한 영화였다. 도무지 그들의 틈에 내 생각따위가 끼어들 여지가 나지 않는다. 그들의 대화에 난 그저 빠져들기만 할 뿐이었다. 조심하라, 숨을 쉬어야 한다는 생각조차 잊을 수 있을테니......

 

자유분방한 플린 신부...

그는 예배시간의 설교에서 의문을 가진다는 것은 확신이 찬 것 만큼이나 강하게 결속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사라진 희망을 보고 절망을 느끼는 순간, 서로에게 느꼈던 연대감은  바로 절망감에서 비롯되었다고......

믿음의 종교라 불리우는 크리스트교,

그 안에서 믿음과는 전혀 반대의 성격을 지니는 의심이 더 강한 믿음을 줄 수 있다는 말...

아마도 원장수녀는 그가 전하는 이 말씀부터가 마음에 안들었을 것이다. 아니 그의 손톱이 너무 길고 설탕처럼 단 것을 너무 좋아하며, 글씨쓰기에 도움이 안되는 볼펜을 즐겨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신성한 식사시간에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시끄럽게 웃고 떠들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녀가 말하는 연륜이란 것이 무엇이길래, 증거보다 더 그녀를 확신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의심을 발단이 시작되는 시점은 영화후반부에 등장한다. 참으로 어이없었다...)

 

이 영화에서 신부가 예배시간에 전하는 말씀들이 꽤 인상적이다. 그는 예배시간의 말씀으로 그녀의 의심에 대답하고 있다.

 

자매님은 베개를 들고 옥상에 올라가 칼로 찢으십시오.

어떻게 되었나요?

 

온 사방에 깃털이 날렸어요.

 

자 이제 그 짓털을 모두 담아오십시오.

 

깃털이 바람에 날려 어디로 갔는지 몰라요. 그건 불가능해요.

 

남에 대한 험담도 그와 똑같습니다!

 

 

천주교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원장수녀는 아이들에게 패쇄된 교육을 가르친다. 온통 하지 말라는 말 뿐이다. 손톱은 길면 안되는 것이고, 단 음식은 나쁜 것이며, 볼펜은 글씨체를 나쁘게 만들기 때문에 쓰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다. 음식을 가리는 수녀에게 무자비한 눈으로 레이저를 쏘는 원장수녀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했다. 나 역시 음식가리는 것을 거의 죄악시하며 내 주위사람을 괴롭히고 있었으니까. (반성해야 하는 걸까? 음식가리는 것은 정말 몸에 좋지 않은 행위라고...ㅜㅜ)

 

확신과 의심을 넘나드는 이 영화는 확신의 의미와 의심의 의미조차 혼란스럽게 만든다.

증거도 없으면서 의심의 확신을 하는 원장수녀와 의심으로 인해 믿음에 대한 확신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하는 신부.

도대체 확신과 의심이 정말 반대되는 단어인지, 한 단어인지, 그들은 서로 의존하는 것인지, 서로 대체할 수 있는 종류인지부터 의심하게 만들고 있었다.

 

 

영화내내 답답하게 느껴졌던 플린신부...

그는 무엇을 위해 원장수녀에게 모든 것을 다 말하지 않고 감춘다는 인상을 남겨주는 걸까? 왜 더욱더 원장수녀가 의심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그러면서도 원장수녀를 마음껏 미워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의 의심을 서운해하면서도 자꾸만 일깨워주려는 그를 이해하기란 어려웠다. 단, 한가지는 인정해야겠다. 감추는 듯한 플린 신부덕에 이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들조차도 그의 행동에 의심을 갖게 한다. 바로 이 점은 원장수녀의 지나친 의심이 마음에 안들면서도 플린 신부의 행동에게도 완전한 확신을 주지 않음으로써 어느 한쪽에도 기울수 없는 의심을 고삐를 계속 붙들게 만든다. 작가는 보는 이들에게도 의심을 여지를 준다. 한참 후에는 작가에게 놀아났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무런 여과없이 영화에 빠져들어 의심하고 확신했으며 후회하고 반성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플린신부의 의심의 올가미를 벗겨준 것은 마지막 원장수녀의 눈물이 흐르는 순간부터였다.)

 

영화는 길게 서술형으로 대사를 풀지 않는다. 시구절도 아닌 대화들이 중간중간 끊기며 암시하듯이 던져준다. 실상 우리네 대화들도 그랬을까? 짧고 함축적인 대화들은 상대방에게 충분히 맘대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준다. 섣부른 해석, 상대방의 행동을 개인적인 감정에 마구마구 섞어 결론을 지어버리거나 자신의 연륜이 그 어떤 생각과 증거보다도 더 확신을 준다고 믿는 모습. 이 영화는 원장수녀를 통해 개개인의 잘못된 의심의 습관을 꼬집는다. 그것도 낱낱히 신랄하게... 그래서일까? 그녀의 모습이 불편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가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영화는 매우 계산된 영화다. 배우들의 표정과 눈빛의 변화와 목소리의 변화, 그들의 행동들 뿐만 아니라 날씨의 변화, 소품들의 변화, 감탄사 하나하나는 내용 전개에 영향을 주거나 그들의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 하나하나를 감히 놓칠 수가 없다. (이런 영화는 영화감상토론을 벌여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 할말 많소~~~)  천둥번개치는 타이밍과 원장수녀의 방에 있는 전구가 터지는 찰나, 거센 바람이 부는 모습 등등 이 영화는 보여지는 모든 것들이 영화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대화가 흐르면서 생기는 감정변화는 영화의 몰입 강도를 더욱더 몰아세운다. 부정할 수 없다. 의심과 확신은 지식과 이론적인 것이 아닌 감정에 의한 것임을 절실히 깨닫게 해준다. 서로 예의를 차리고 시작된 대화는 서로 마음의 문이 굳게 닫혀 공감을 형성시키지 못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른 대화 속에서 그들은 서로의 가슴에 칼을 겨누기도 하고, 눈물을 자아내기도 한다. 마치 상대보다 자신이 우위에 있어야 하며, 상대보다 자신이 더 올바르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에 동조해야 한다며 뛰어난 말솜씨로 설득하고 있던 원장수녀의 입을 더이상 떼지 못하게 했던 사람은 논리적이지도 않고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자신의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였다. 규율과 진실보다 아들의 관심과 사랑이 더 중요했던 어머니는 원장수녀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지만, 말문이 막힌 원장수녀의 모습을 통해 이 영화는 분명 그녀가 자신의 편협한 의심을 무너뜨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암시해준다.

그들의 대화는 전반적으로 솔직하다. 보통 우리가 차마 밖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편협된 생각을 입밖으로 내뱉아 준다. 그 덕에 속시원히 털어놓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도 있다.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신부, 그가 사람들과 말하는 방법을 귀기울려보면 일단 상대방에서 먼저 물어본다는 점이다. 예, 아니오의 대답말고 구체적인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인상적이다. 일단 질문을 하고, 예를 들면...이란 말을 함으로써 상대방이 자신에게 말을 털어놓을 수 있게 하는 힘이랄까? 그래서 사람들은 그에게 먼저 달려가서 주저지주저리 이야기하고 자연스럽게 질문한다. 신부 역시 편안하도록 유머러스한 말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말이 안통했던 원장수녀가 있었지만, 그녀말고 다른 이들과는 서로 대화를 나눈다는 느낌이 든다. 일방적으로 명령하고 본인의 의사만 강요했던 원장수녀와는 대조적으로...

 

하지만 한바탕 전쟁을 치루고 있는 원장수녀와 신부를 위로해주는 사람은 다름아닌 제임스 수녀다. 등장인물 중 가장 순수했던 그녀는 줄거리상 그들 사이에 끼어있기도 했지만, 그녀야말로 어느 누구에게도 쏠리지 않고 순수하게 그대로 의심하고 의심을 풀고 원장수녀에게 의심을 지적하고, 신부의 대응에도 반문을 제기한다. 그녀는 그 두사람을 이어주는 끈이였으며 두 사람 모두 그녀를 의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를 보면, 학창시절 어느 누구의 무리에 끼기보다 무리에서 도태된 친구들을 아무런 사심없이 받아주는 친구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머니의 눈물에서 한번 울었고, 마지막 원장수녀의 고백에서 또 한번 울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리딧이 올라가는 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종교를 믿는 자에게는 하나님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믿지 않는 자라면 그녀 역시 본인의 생각과 믿음에도 의심을 품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고 세상 사람 모두가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해야 했었으리라... 아니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다. 이 영화는 직접 마지막 메를스트립이 연기한 원장수녀의 고백까지 몽땅 다 들어봐야 느낄 수 있다.. 말로 설명할 수 있었다면, 엔딩크리딧과 함께 들리는 음악을 듣고도 내 머릿속이 그도록 하애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여간, 기가막힌 영화다.

머하러 이런 장문의 글을 썼는지 모르겠다. 그 어떤 글로 채워도 이 영화를 직접 보는 것만 못할 것 같은데......

어렵지 않으면서도 가볍지 않고 감동적이다. 그 누구나 이 영화를 보면 멋진 평론을 끄적일 수 있다. 평론할 꺼리가 많다는 것은 영화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 할 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의 입을 간질간질하게 만들 영화, 다우트.


(총 0명 참여)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6-26 17:49
powerkwd
잘 읽고 갑니다 ^^   
2009-05-28 13:45
hakus97
조만간 볼려고 하는중입니다.메릴스트립은 정말 연기력이 ㅎㄷㄷ   
2009-03-0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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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트(2008, Doubt)
제작사 : Scott Rudin Productions / 배급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수입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 공식홈페이지 : http://www.doub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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