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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 아프지만 괜찮아 위핏
novio21 2010-02-13 오후 4:56:45 845   [0]
  욕망이 강렬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영화 속의 캐릭터들의 욕망은 서로 충돌하고 묘한 인연을 갖게 됐다. 그래서 그 속엔 사회적인 계급문제와 인종문제, 그리고 조그만 마을에서 벗어나서 도시로 향하고자 하는 소녀들의 욕망까지 겹쳐지면서 어린 소녀의 성장통에 대한 이야기같은, 단순할 것만 같았던 영화의 내용은 다양성을 띠고 폭넓은 시각을 요구하기까지 하다. 영화는 쉽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Texas, 미국에서 가장 전통적인 State다.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심으로 인해 다른 어떤 지역보다 전통적인 문화를 이루고 그를 지키려는 노력이 강한 이 지역이 이 영화의 배경이다. Austin이란 곳은 이 영화에서 Texas의 도시적 특성이 가장 강한 곳으로, 그리고 Texas의 어느 촌구석이라고 할만한 보닌이란 곳은 자그만 마을로서 나이 많은 세대가 주를 이루면서 젊은이들에겐 벗어나고 싶은 곳이기만 하다. 이 지역간의 차이와 충돌은 어쩌면 도시와 농촌간의 문화와 세대차를 동시에 보여준다. 주인공이 그렇게 떠나고 싶은 곳인 보닌은 그렇게 조용하고 작으며, 지역 주민들간의 공동체의식이 강해서인지 상대의 평판에 민감한, 그래서 벗어나고 싶은 곳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보닌에서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겐 Texas의 주도인 Austin은 그런 고충을 한 번에 벗어나게 해줄 도시로 묘사된다.
  어느 소녀의 선입견으로 가득한 세상과의 긴장을 시작으로 영화는 소녀와 그녀의 어머니와의 충돌을 그 중심으로 삼는다. 어머니의 간절한 염원이자, 미인대회에 출전해서 입상을 하고 그에 따라 좋은 남자를 만나는, 상식적인 세상의 성공방식으로 여겨지는 것에 대해 10대 소녀 ‘블리스 카벤더 (엘런 페이지)’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기보다 자그만 마을 ‘보닌’으로부터의 일탈이야말로 뭔가 새롭고 활력 있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란 환상을 갖게 된다. 이에 반해 현실은 그녀의 어머니를 통해 표출된다. 미국 사회에서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는 우편배달부란 직업을 갖고 있는 어머니는, 자신과는 다르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자신의 딸이 미인대회에 입상해서 보다 좋은 조건을 갖고 신분상승하기를 원한다. 이 모습은 한국의 어머니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며, 동시에 힘든 하루하루의 생활을 살고 있는 어느 사회생활을 하는 어머니들의 갈망이며, 이것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편향된 선입견이면서도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상식이다. 이러한 욕망 두 가지는 서로 충돌하게 되면서, 엄마와 딸의 갈등은 단순한 모녀간의 갈등이 아닌 현실과 이상의 충돌이 되고 만다.
  그러나 영화에서의 충돌은 이것으로만 끝이 아니었고, 바로 그 점이 단순한 성장통의 영화가 아닌 보다 다양한 층위를 지닌, 수준 높은 영화로의 가치를 드러낸다. 그리고 비록 주인공은 아니지만 또 다른 곳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소녀도 있다. 바로 식당 Part-time job을 하는 블리스의 친구 ‘패쉬(Alia Shawkat)’가 그녀이다. 그녀와 자신의 동료인 히스패닉 남자와의 긴장과 사랑에서 미국 내의 인종의 대한 문제가 보이기도 한다. 비록, 이 영화는 이 둘의 결말을 희극적 요소를 가미한 Happy Ending으로 처리함으로써 첨예한 갈등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강한 백인문화가 살아있는 Texas의 작은 마을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Colombia University에 입학할 백인 소녀를 생각한다면 그들간의 관계는 이상적 설정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만 영화는 비극보다 희망찬 행복을 보여주려 한다는 점에서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었을 뿐이고, 그것이 훨씬 좋아 보인다. 어쩌면 대중성과 현실 사이에 괴리를 주요 테마로 정한 영화이기에 이 부분조차도 많은 고민이 있었겠지만 그런 현실을 외면하지 않은 이 영화는 분명 사회성을 담고 있는, 보기 드문 성장통의 청소년 영화이다. 
  ‘블리스 Ruthless,’ 주인공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녀는 잠시 쉬는 시간에 부른 노래에서 보이듯 작은 마을에서 도시로의 이탈을 꿈꾸는, 환상을 품고 사는, 10대 소녀다. 도시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그녀에게 Texas의 주도인 Austin은 그녀에게 더 없는 낭만과 환상, 그리고 도피처로서의 매력을 듬뿍 담고 있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마약에 찌든 곳이든, 거친 폭력적인 곳이든 왠지 끌리는 그런 곳이다. 그런 환상을 갖고 있는 10대에게 도시로 초대한 것은 미국의 주류 스포츠가 아닌 Minor라고 할 수 있고 거칠기만 한 롤러 스포츠였다. 도시 여자들의 신나는 롤러 경주를 통해 바라본 도시의 생활은 ‘보닌’이란 작은 동네의 한계를 절감하게만 한다. 그래서 그녀는 평범한 세상 살기를 벗어나 특별하고 좀 더 다른 세상으로의 진입을 꿈꾸게 되며, 자신의 부모를 속이면서까지 그 매력적인 세상으로의 즐기기를 나선다. 그러나 경기 자체의 위험성으로 경찰이 나서서 경기의 중단을 요구할 만큼 주류가 못된 ‘롤러 더비(Roller Derby)’는 도시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멋져 보이지만 위험한 이 경기의 마약성은 도시 생활 속에서 피로에 지치고 힘든 것을 거친 야성을 회복시키면서 풀어주는 그런 류의 경기이다. 거친 몸싸움은 거기에 덤이며, 언뜻 보이는 미혼모의 가정 속에서 도시에서의 거친 생활 역시 보인다. 도시 속이기에 할 수 있는 이 경기에서의 참가자들은 확실히 거친 삶 속에 있는 듯 보인다. 그래서 그녀들이 갖고 있는 문신은 분명 비사회적이며, 반항적이면서도, 자유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듯하다. 이 점에서 영화는 과거의 영화와 격을 달리하게 된다.
  영화는 과거의 영화처럼 도시 속의 생활을 미화하지 않았고 그 위험성을 감추지 않았다. 롤러 경기의 격하고 위험한 모습에서 불안한 도시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간헐적으로 볼 수 있는 멤버들의 현재의 생활 모습은 도시를 우아하고 활력 있는 것으로 치장하지 않았다. 조그만 마을로부터의 이탈장소로의 도시는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고, 미혼모가 될 수 있고, 사랑에 배신당할 수 있는 그저 그런 곳이다. 영화는 단순하고 이분법적인 획일성을 보여주지 않고 정직하고 솔직하게 세상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면들을 과감 없이 보여주면서 보다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그런 속에서 10대 소녀의 선택은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것에 기반을 두도록 묘하게 장치한다.
  이런 현실적인 시간과 공간에서 그래도 블리스는 롤러 선수로서의 ‘블리스 Ruthless’로 남길 원한다. 그녀의 선택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 수 없지만 만족이란 측면에서,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다소 전통적인 주제로서 결말을 맺는다. 친구의 명문대 진입이나, 마을에서의 미인선발대회에서의 참여보다, 그리고 낭만적인 사랑의 속삭임보다, 도시 속의 활력에 자신의 인생을 걸고 자유스러우면서도 스스로 책임지는 인생을 사는 모습은 분명 지금까지 많은 영화에서 재생되고 반복된 것이다. 이제 이런 것이 진부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활력은 아직도 강렬하다. 힘들고 어렵지만 자신의 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주의적 관점은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행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서 자리를 잡고 있다. 그것도 매력적으로. 또한 선택에 대한 결과를 책임지는 것이야말로 어렵고 힘들지만 어른으로 가는 당연한 통과의례인 것이다. 거기에 부모의 보호와 간섭을 뛰어넘고 사회적 편견을 뛰어넘어야 하는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이런 생각은 분명 미국 주류사회의 인식이고 자유주의의 핵심이자, 지금 생각하는 우리들의 행복 방정식이다.
  감독이 ‘드류 베리모어(Drew Barrymore)’라는 것이 무척 놀라웠다. 그녀의 처녀작인 이 작품에서 그녀는 현실과 이상의 어려운 줄타기를 하는 어느 소녀의 성장통 영화를 슬기롭게 마무리했다.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출연하면서 격한 경기에서 힘든 연기를 보여줌은 물론, 이 영화에선 어린 시절의 [ET]에서부터 그녀의 성인이 된 과정을 영화를 통해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영화는 어쩌면 그녀의 성장통의 영화를 보여줬다. 힘들고 어려웠던 과거는 영화 속에서 현실적인 배경의 근간이 됐고, 혼자 선다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임을 그녀의 인생의 경험이 더해지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영화가 이린 소녀의 좌충우돌 성장기가 아닌 어른으로서의 품격을 지닌 과정을 형상화한 이유는 바로 감독의 역량과 경험에 기인한 것이다. 그녀의 차기작이 너무 기대되는 이유다.

(총 0명 참여)
kimshbb
그래요   
2010-02-22 12:43
snc1228y
감사   
2010-02-14 22:01
shelby8318
와 글 길이 장난아니네요. 잘 읽어봤습니다.ㅋㅋ   
2010-02-14 20:36
onesik
잘 읽었습니다   
2010-02-14 13:18
kooshu
그냥 보고파요   
2010-02-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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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핏(2009, Whip It / Derby Girl)
제작사 : Flower Films, Mandate Pictures / 배급사 :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수입사 : (주)S&M코리아 / 공식홈페이지 : http://www.whipit2010.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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