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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물어 주고 싶은 추억 꼬마 니콜라
jimmani 2010-01-19 오후 10:34:49 1395   [1]
 

어릴 때는 그렇게도 빨리 어른이 돼서 어른 노릇 좀 하고 싶더니만 어른이 되니까 이제는 문득 문득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생각할 게 너무 많고, 걱정해야 하는 게 너무 많아진 지금의 눈으로 보면, 별 것도 아닌 걸로 끙끙 앓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활기차게 뛰놀던 어릴 때가 내가 생각해도 그저 철없고 귀엽다.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달고 사는 지금의 눈으로 보면, 그 어느 것도 없이 동네 아이들, 학교 친구들과 바깥에 나가서 투닥거리며 놀던 때가 더 따스하게 느껴진다. 지나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깨달음은 우리의 어린 시절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인가 보다.

 

이런 생각을 우리나라 영화도 아니고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하게 될 줄이야. 예술적 분위기로 잘 알려진 프랑스에서 만든 비교적 대중적이고 오락적인 영화 <꼬마 니콜라>는 생각보다 더 유쾌하고 사랑스럽고 애틋하다. 현재 젊은이들이라면 어렸을 때 읽지는 않아도 최소한 책 이름은 들어봤을(나 역시도 그렇다)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담백하고 귀여운 원작의 그림체만큼이나 보는 내내 미소를 머금게 한다. 어린 아이들이 무리지어 나와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엮어가는 데도 유치하다고 생각되기는커녕 내내 엄마미소 아빠미소가 얼굴에서 사라지질 않는다. 외모부터 깜찍한 아이들이 벌이는 엉뚱한 생각과 밉지 않은 말썽의 향연을 감상하며 쉴새 없이 웃다보면 어느 덧 남는 건 '나도 어렸을 때 저랬을텐데' 싶은 아련함이다.

 

상상력 풍부한 아빠(카 므라)와 자상하디 자상한 엄마(발리에리 르메르시), 그리고 개성만점인 친구들과 함께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10살 소년 니콜라(막심 고다르)는 어느날 동생이 생긴 친구 요아킴(비르길 티라르)의 볼멘소리를 듣게 된다. 동생이 생기더니 엄마 아빠가 자기에겐 영 관심을 주지 않는 듯 하고, 동생에게 다가가려고만 하면 '함부로 오지 마라'면서 동생만 챙긴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니콜라는 충격적인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 정확한 물증은 없으나 심증으로 보건대 엄마와 아빠가 동생을 가질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닌가. 아빠가 쓰레기를 엄마 대신 웃으며 버려주는 것에서부터, 숲으로의 소풍 계획을 얘기하는 것(이것은 필시 니콜라를 숲에 놔두고 오려는 계획임이 틀림없다)까지. 니콜라는 극심한 불안에 휩싸이며 어떻게 하면 이 난관을 극복할 것인가 궁리한다 친구들과 함께 대책을 세워 나간다. 리틀 구준표 조프루아(샤를 바이옹), 무한대 용량의 소화기관을 지닌 알세스트(뱅상 클로드), 학교에서 벌 받는 게 일인 클로테르(빅터 카를),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외드(벤자민 에비아티), 아빠 따라 벌써부터 경찰 마인드인 뤼퓌스(제르마 쁘띠 다미코), 그리고 천하의 고자질쟁이 아냥(다미앙 페르데르)까지. 그러나 아무리 계획을 세운다해도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은 이 아이들은 예상치 못한 말썽들을 끊임없이 일으키는데, 니콜라는 과연 작전을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이야기가 만약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졌다면 상당히 유치하고 오글오글한 아동용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약간의 화장실 유머가 곁들여지고 과장된 음악에 가족애를 극도로 강조하는 식의 결말로 말이다. 하지만 원작의 분위기는 아무래도 그 원작을 만든 나라에서 가장 잘 알 수 있는 법. 원작의 담백한 뉘앙스가 훌륭히 살아난 데다 여기에 <아멜리에> 못지 않은 경쾌한 동화적 색채까지 입혀지면서 할리우드식의 기름진 가족영화가 아닌, 담백하고 아기자기한 매력이 넘치는 가족영화가 되면서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박수치며 환영할 만한 영화가 되었다. (실제로 내가 이 영화를 본 시사회 현장에는 어린이 관객이 상당히 많았는데 그들도 반응이 좋았을 뿐 아니라 성인 관객들 사이에선 아주 빵빵 터졌다.)

 

이 영화를 내내 미소 띄며 볼 수 있게 하는 큰 원동력은 어린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다.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어린 배우들이 기존의 전문 아역 배우가 아닌 대대적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인데, 그만큼 이들의 연기에선 어른 뺨치는 노련함보다는 그 나이 때의 아이들 그대로의 유쾌한 천진함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엉뚱한 생각들을 실행에 옮기는 니콜라 역의 막심 고다르부터 꼴찌, 먹보, 구준표, 고자질쟁이 등 캐릭터가 확고한 친구들은 그 캐릭터를 그대로 살려주는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와 대사 소화를 통해 성인 관객들의 웃음보도 사정없이 자극한다. 여기에 니콜라의 엄마와 아빠, 담임 선생님 등 주변 인물로 등장하는 성인 배우들 역시 우리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진 않지만 프랑스 내에서는 인정받는 연기파 배우들이라 어린 배우들과 더할 나위 없이 기분 좋은 앙상블을 보여준다.

 

어린 배우들의 올망졸망한 연기와 더불어 영상 또한 생기가 넘쳐서 영화에 유쾌한 분위기를 더욱 실어준다. 경쾌하고 속도감 있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어느 곳으로 시선이 튈지 모르는 아이들의 발랄함을 반영하는 듯 하고, 아이들의 상상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적절히 어우러진 깔끔한 영상이 영화를 더욱 세련되게 한다. 특히 원작 만화의 장면장면들을 종이 재질의 느낌으로 옮겨 만든 오프닝 크레딧은 웃음이 떠나지 않는 정말 아름다운 장면이라 할 만하다. 음악 또한 이야기보다 앞서서 오버하지 않고 딱 이야기의 분위기를 살려줄 그만큼만의 담백한 활약을 보여주면서 영화음악으로서 거의 최상의 효과를 발휘한다. 여느 코미디 영화 부럽지 않을 만큼 웃음 터지게 하는 장면들도 많은데,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행각과 더불어 어른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극이나 슬랩스틱 코미디도 준비되어 있다.

 
 

얼핏 보면 내용부터가 동생이 생기는 것이 싫은 열 살 소년의 좌충우돌 대소동이라는, 매우 아동틱해 보이는 내용인데 막상 영화는 전혀 그렇지 않게 폭넓은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어른의 시선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내려다 보지 않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갔기 때문이다. 주변 인물로 숱한 어른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들은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게 하는 일련의 동기들을 제공할 뿐 아이들의 행동을 재단하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아이들끼리의 일이든 어른들끼리의 일이든 아이들이 보고 느끼는 그대로 전개되는데, 모르는 게 너무 많은 아이들의 천진한 시선이기에 논리적이지 않더라도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고 그저 귀엽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정말 흡인력 있는 건 이들의 행동이 단순히 귀엽게 느껴지는 것을 떠나서, 공감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어린 시절을 넘겨도 한참 넘긴 어른의 입장으로 봐도 말이다.

 

학교와 집,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할 때가 공동체 생활의 전부인 니콜라와 친구들이 그 속에서 이리저리 종횡무진하며 겪는 일상은 바다건너 수십년 전 유럽의 모습임에도 우리의 어렸을 적과 상당히 많이 닮아 있다. 동생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동생이 생기면 나에 대한 관심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철없는 걱정을 함께 품는 것도 그렇고, 장학사가 왔을 때 급살벌해지는 학교 분위기도 그렇고, 성격이 각자 다른지라 투닥투닥거리면서도 어느덧 서로 어울리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도 그렇고, 풍족하진 않아도 엄마 아빠와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도 그렇다. 오히려 그때의 우리는 걱정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아진 지금보다 가진 것은 없었더라도 더 행복했을 것만 같은데 하는 생각에, 아이들의 엉뚱한 생각과 행동들은 곧 우리도 과거에 겪었었던 추억처럼 아련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영화는 국경과 인종을 불문하고 그 나이 때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해봤을, 그땐 참 대단하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어서 마냥 귀엽게 느껴지는 생각들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풀어놓으면서, 어린이들의 기호에 맞는 듯 하지만 마침내는 어른들의 감성도 잔뜩 자극하고 마는 영화가 된다.

 

<꼬마 니콜라> 속 똘망똘망한 아이들이 펼치는 여러가지 해프닝들을 지켜보면서 끊임없이 함박웃음을 짓는다면, 그것은 단지 이야기나 장면들이 웃기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또한 이 아이들처럼 보냈던 적이 있는 어린 시절의 자그마하지만 소중한 기억들이 어렴풋이 되살아나면서 마음을 간지럽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아이들이 벌이는 말썽이 일면 과장된 부분이 있겠지만, 그들이 품는 생각이나 배경처럼 펼쳐지는 자잘한 일상은 우리도 지난날 겪었던 부분과 다를 것이 별로 없다. 행복이란 걸 찾기 힘들어서 장래희망이라도 빨리 찾아야겠다 싶은 지금의 우리들이 보기에, 장래희망을 뭐라고 써야 할 지 모를 정도로 지금이 너무 행복한 이 아이들의 모습은 한편으론 그저 부럽게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행복의 순간이 고스란히 담긴 마지막 단체 사진은 어딘지 뭉클한 마무리로 자리잡는다. 그만큼 <꼬마 니콜라> 속에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생생하게, 지금은 돌아갈 수 없는 지난날의 깜찍했던 한 순간이 살아 있다.

 

+ 이 영화에는 알 만한 사람만 알 만한 카메오가 등장한다. <코러스>에서 합창단 선생님 마티유를 연기했던 제라르 쥐뇨인데 역시 이 영화에서도 합창 선생님으로 나온다. 그러고 보니 니콜라 아빠 역의 배우 카 므라도 <코러스>에서 비중있는 역할인 샤베르 선생님 역으로 나왔었다.


(총 0명 참여)
hssyksys
잘봤습니다^^*   
2010-04-16 01:20
fkcpffldk
니콜라 너무 예뻐..ㅋㅋ   
2010-03-19 11:26
ghkxn
재밋나 봐여   
2010-01-20 04:43
kooshu
귀여워요   
2010-01-19 22:37
1


꼬마 니콜라(2009, Le Petit Nico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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