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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의 유쾌한 사기극..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
ldk209 2011-08-24 오후 12:50:48 533   [1]

 

뱅크시의 유쾌한 사기극.. ★★★☆

 

언젠가부터 우리 주위에도 그래피티, 협소한 의미로 일종의 벽화를 종종 보게 된다. 물론 그래피티는 단순한 벽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그래피티는 대게 사람들에게 지역을 알리기 위한 홍보 매개로 사용되는 경우가 흔하다. 또는 그 역이거나. 또는 뭔가를 가리기 위해 사용되든가. 아무튼 그래피티를 얘기하면서 뱅크시로 알려진 그래피티 아티스트를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아마도 영국 국적인 이 예술가에 대해 알려진 바는 그리 많지 않다. 무엇보다 가장 기본적인 정보라 할 수 있는 얼굴이 공개된 적이 지금껏 단 한 번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감독한 다큐멘터리 영화인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에 혹시 뱅크시가 커밍아웃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영화를 보려한다면 일찌감치 기대를 접는 것이 좋다. 자신이 감독하고 자신이 출연한 이 영화에서도 그는 얼굴을 감추고 목소리를 변조한 채 등장함으로서 자신의 정체를 밝힐 의사가 전혀 없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 이 영화의 줄거리를 따라가 보자.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캠코더로 자신의 주위를 촬영하는 취미를 갖고 있는 프랑스 출신 티에리. 어느 날 우연히 그래피티 작가들의 위험천만한 작업에 참여하게 된 뒤 티에리의 열정은 이들의 작업 과정을 촬영하는 것에 온전히 받쳐지게 된다. 이름이 알려진 대부분의 그래피티 작가와 인연을 맺게 되었지만, 티에리는 뱅크시와 함께 작업하기를 고대하고 드디어 그의 작업을 촬영하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둘의 우정은 쌓이고, 드디어 촬영의 결과물을 가지고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된 티에리. 그러나 뱅크시는 티에리의 작업 결과가 형편없음을 알게 되고, 자신의 다큐멘터리를 직접 연출하게 된다. 대신 뱅크시는 티에리에게 그 동안 자신들과 함께 다니며 배웠던 것을 직접 해볼 것을 권유한다. 티에리는 스스로를 ‘Mr. Brainwash’로 부르며 다른 그래피티 작가의 작품들에서 영감을 받은 (사실은 표절에 가까운) 작품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내며 데뷔 전시회 <인생은 아름다워>를 개최한다. 어처구니없는 작업 과정과 결과에도 불구하고 MBW의 전시회는 대박을 치고, 그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총아로 등장하게 된다.

 

뱅크시가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뚜렷하다. 과연 예술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이다. 진짜 예술! 뱅크시는 예술을 단지 투자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유산계급의 가식을 꼬집고 이들의 은밀한 거래를 폭로한다. 여기엔 지적 허영에 물든 도시인들의 위선이 그득하고 상품으로 전락한 예술에 대한 안타까움이 깃들어 있다. 물론 뱅크시가 예술이 천재적 재능을 타고난 예술가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으며, 해야 된다는 게 뱅크시의 주장이다. 뱅크시가 티에리에게 그래피티를 권유하고, 초짜 티에리가 그래피티 예술가로 성공하는 스토리가 이를 반증한다.

 

그러니깐 티에리의 그래피티 도전과 성공이라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두 가지 메시지가 동시에 담겨 있는 것이다.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예술적 가치와는 관계없이 가격이 매겨지는 경매 시장의 천박함. 그런데 이 지점에 이르러,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과연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라는 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정말 다큐멘터리냐 하는 의문이 생긴 것이다. 특히 티에리의 어처구니없는 성공과 이에 대한 티에리의 인터뷰를 보며 의심은 거의 확신으로 굳어져 갔다. 왜냐면 영화 전체에 걸쳐 나오는 티에리의 인터뷰는 분명 티에리가 MBW로 성공을 거둔 후 촬영된 인터뷰로 보이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MBW가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보인 그 독단적이고 독선적 행태, 거의 표절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무분별한 작품 제작 방식,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이는 언술에 비춰 영화 속 인터뷰에서의 그는 같은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솔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건 일종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즉 뱅크시가 벌이는 일종의 사기극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마치 방송을 속이기 위해 제작한 <트루맛쇼>에서 끝까지 식당 뒤에 숨겨진 카메라를 꺼내 놓지 않은 것과 동일한 결과물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예상을 해보자면, 아마 뱅크시는 당황해하는 관객과 언론의 모습을 담아, 이들을 조롱하고 싶어 티에리의 전시회를 기획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뱅크시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거의 장난 같은 전시회에 진지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게 사기극임을 끝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계획을 바꾼 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당연히 보는 관객으로선 이것이 몰래 카메라여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다만 뱅크시의 유쾌한 사기극에 동참한 것으로 충분히 유쾌한 경험일 테니깐.

 

※ 이 다큐멘터리가 뒤늦게 한국에 공개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도 예상해보자면 쥐20 (여기선 쥐라고 표기해주는 게 더 정확한 의미를 전달한다) 포스터에 뱅크시의 쥐 그림을 변형한 쥐가 청사초롱을 들고 있는 그림을 그려 넣어 포스터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검거되어 재판에 회부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재판 과정에서 뱅크시가 자주 거론되어 나름 유명세를 탄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처음 경찰은 이 사건을 그저 일종의 해프닝으로 판단, 벌금 정도 매기는 선에서 훈방하려고 했으나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로 인해 공안 사건이라는 어마어마한 사건으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진 건, 쥐20 개최하면 450조의 경제효과가 있다고 했는데, 도대체 그 450조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왜 모든 국제 행사가 끝나면 실제 발생한 경제효과에 대해 아무도 증명하지 않는 것인가? 또 하나 궁금한 점. 우리보다 먼저 쥐20를 개최한 국가/도시는 어디인가? 또는 우리 다음으로 쥐20을 개최한 국가/도시는 어디인가? 혹시 알고 있는가? 그런데 어째서 쥐20 개최가 국격 상승의 계기가 된다고 단언하는가?

 

※ 이스라엘까지 들어가 벽에 그림을 그려 넣는 등 종횡무진 전 세계를 누비며 무법적, 불법적 예술 활동을 벌이는 뱅크시의 신상이 아직도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 우리 현실에서 보면 참 신기하다. 경찰이 무능한 건가? 아니면 예술에 대한 예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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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2010, Exit Through the Gift Shop)
배급사 : (주)영화사 조제
수입사 : 스폰지 / 공식홈페이지 : http://blog.naver.com/banksy_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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