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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을 불러오는 슬픈 진실.. 고양이 :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
ldk209 2011-07-11 오후 2:09:33 501   [0]

 

연민을 불러오는 슬픈 진실.. ★★★

 

우리나라 영화중에 동물을 공포물의 소재로 활용한 게 있나 생각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작품이 없다. 물론 공포 영화중에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고양이가 뛰어나온다든가 하는 식의 장면을 위한 활용은 있지만 동물 그 자체를 공포의 모티브로 활용한 작품은 아마 <고양이 :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이후 <고양이>)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물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고양이>는 동물 그 자체에서 파생되는 공포라기보다는 동물(반려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문제 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펫숍에서 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소연(박민영)은 어릴 적 가정불화로 인해 폐소공포증을 앓고 있다. 어느 날 ‘비단’이라는 고양이의 미용을 맡은 소연은 주인이 비단을 찾아가자마자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친구 보희(신다은)의 전 애인인 경찰관 준석(김동욱)의 부탁으로 비단을 당분간 맡게 된다. 그러나 비단을 키우자마자 소연은 단발머리 소녀(김예론)의 환영을 보게 되고, 보희, 펩숍 사장(이한위)의 죽임이 잇따르면서 소연은 이들의 죽음에 고양이가 연관되었다는 추측을 하게 된다.

 

사실 <고양이>는 일단 단점이 눈에 많이 띄는 영화인 건 분명하다. 우선 창의성의 부족이다. <고양이>를 보면서 무수히 많은 영화들이 떠오른다는 게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공포 장르로서는 일정한 한계로 작용한다. 희진 혼령의 모습이나 등장 패턴은 <주온>과 거의 동일하고,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은 <검은 물 밑에서>를 연상시킨다. 사람에게 고양이가 떼로 덤비는 장면은 <렛미인>이고, <오퍼나지>가 연상되는 지점도 존재한다.

 

두 번째는 아마도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스릴러를 가미한 공포영화에서 활용되지도 않을, 별 의미 없는 설정들이 난무한다는 점이다. 왜 소연은 폐소공포증을 앓아야 했는지, 왜 소연이 준석을 좋아해야 했는지에 대해 영화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깐 이러한 설정들이 과제를 해결하는 데 계기를 마련해주거나 결정적 기회로 활용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매우 중요한 것처럼 다뤄진다는 것이다. 폐소공포증은 그저 한 두 번의 깜짝 효과를 위해 존재할 뿐이고, 두 남녀 주인공의 감정은 장식에 불과하다. 희진의 아버지가 왜 실종신고를 철회했는지도 의문이다. 이런 것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그건 맥거핀으로 해석해 줄 여지가 있지만 <고양이>에서의 이런 설정들은 아무런 고민 없이 그저 나열만(!) 되어 있다.

 

세 번째로 죽은 사람들이 정말 죽어야 할 사람들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는 점이다. 물론 공포물에서 꼭 죽을 사람들만 죽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고양이>에서의 죽음은 왠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동떨어져 있으며, 일반적인 원한을 가진 혼령의 복수와도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어쩌면 고양이가, 아니 소녀의 혼령이 죽여야 할 존재는 죽이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화풀이하는 건 아닌지 찜찜하기까지 하다.(아직 어려서 그런가?) (비단의 주인은 유기묘를 입양해 볼에 가벼운 염색을 해 준 것뿐이고, 동물보호소의 직원도 규정에 따라 안락사를 진행할 뿐이다. 어찌 보면 정책적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환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2006년에 공개된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즌 2,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죽음의 모피코트>에선 너구리를 잡아 모피코트를 만드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 너구리에게 했던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죽음을 맞는다. 실로 끔찍하면서도 가장 직접적인 복수라는 점에서 <고양이>에겐 있어선 일종의 반면교사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거나 이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당대의 현실을 반영한 공포물이란 점에서 긍정적이며, 시의 적절한 기획이라고 평가해줄만 하다. 거의 일 년 전 은비라는 고양이가 술에 취한 한 여성에 의해 밟히는 등 구타를 당한 끝에 10층 높이에서 던져져 죽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 여성은 남자친구와 싸운 끝에 그저 화풀이 대상으로 고양이를 학대하고 죽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엔 묶여져 있던 황구를 각목으로 내리쳐 한 쪽 눈이 실명하게 만든 사고가 일어나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산 경우도 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다른 생명에 대해 무자비하고 잔인한 것인가?

 

<고양이>는 이렇듯 학대 받고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생명에 대한 연민, 소외된 생명에 대한 연민을 품고 있으며, 이런 차원에서 <미안해, 고마워>의 호러 버전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공포영화가 항상 공포를 주는 것만은 아니다. 유쾌함, 죄책감, 혐오, 연민, 슬픔 등의 감정을 전달하는 공포 영화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고양이>는 장르물로서 공포의 전달엔 분명 미약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약한 생명에 대한 연민이라는 감정에서 본다면 충분히 안을 수 있는 영화다.

 

※ 단적으로 나는 이 영화를 박민영을 보기 위해 봤다. 그런 차원에서 충분히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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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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