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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추억하는 영화... 아티스트
ldk209 2012-02-20 오후 5:28:10 560   [1]

 

영화를 추억하는 영화..... ★★★★

 

무성영화의 특성답게 스토리는 단출하다. 무성영화 시대의 스타 조지 발렌타인(장 뒤자르댕)은 새롭게 등장한 유성영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나락으로 빠져든다. 반면 조지의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해 촬영 도중 조지와 미묘한 감정에 싸였던 페피 밀러(베레니스 베조)는 매력적인 목소리를 앞세워 유성영화 시대의 스타로 부상하고,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조지를 도우려 한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흑백영화에서 컬러영화로, 2D영화에서 3D영화로 발전(?)해 온 2012년에 갑자기 과거에서 날아온 듯한 흑백 무성영화, 그리고 이 영화에 쏟아지는 평론가들의 환호라니. 사실, 이런 영화, 그러니깐 새로운 형식을 창조해낸 영화라든가 과거의 형식을 복원해 낸 영화에 대한 호평은 혹시 형식 자체에 대한 호평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항상 가지게 된다.

 

그러니깐, 영화적 완성도를 떠나 영화 역사에 대한 무조건적 칭송 같은 느낌. 단편 <다찌마와 리>와는 달리 장편이 되면서 느슨해지고 산만해진, 그리고 형식에 대한 집착으로 과도하게 말장난에 치우쳐버린 류승완의 장편 <다찌마와 리>는 과거의 형식을 되살린다는 것만으로 결코 좋은 영화가 될 수 없다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그렇다고 재미 없다는 뜻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티스트>는 흑백 무성 영화에 대한 단순 복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형식만이 아니라 재미와 감동을 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이 시대의 걸작으로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나로선 딱히 흑백 무성 영화가 생소한 것은 아니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릴 때, 주말의 명화 등을 통해 오래 전 흑백 무성 영화를 종종 봐 왔기 때문이다. 아마 주로는 찰리 채플린 영화들.

 

그러므로 이 영화를 가지고 헐리웃 문법을 파괴했다든가 하는 식의 상찬은 좀 어울리지 않는 호들갑(?)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흑백 무성영화도 헐리웃의 과거니깐 말이다. 게다가 이 영화의 배경 자체가 1920년대 말에서 30년대 초반의 헐리웃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바로 헐리웃이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경계의 풍경을 영화는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영화는 형식과 내용에서 전체적으로 아이러니하다. 무슨 말이냐면, 유성 영화시대에 무성 영화를 복원하고 있으면서도 내용적으로는 유성영화에 적응하지 못해 몰락한 무성영화 스타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영화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지점을 그리고 있다는 건, 이 영화의 가장 핵심을 내포하고 있는 지점이다. 1.33:1이라는 흑백무성영화 상영 당시의 화면 비율을 고수하고, 당시엔 등장하지 않았던 줌 렌즈를 사용하지 않는 등 철저하게 과거를 복원했지만, 만약 거기서 그쳤다면 이 영화의 매력은 50%는 반감되었을 것이다. 이 영화가 진정 빛나는 건, 그러한 무성영화의 틀이 깨지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즉,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의 특징이 ‘툭’ 튀어나오는 장면, 이는 무성에서 유성으로 넘어가는 시대가 배경이라는 점에 합일된, 그리고 그러한 경계선을 통과하고 있는 영화를 추억하는 영화로서의 <아티스트>를 대표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유력 수상자로 거론되고 있는 장 뒤자르댕부터 베레니스 베조 등 배우들의 연기가 무성영화 속에서 오히려 빛나고 있음도 빼놓을 수 없다. 대사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일부 장면에선 의도적으로 배우들이 무슨 대사를 나누었는지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배우들의 표정연기는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 영화에서 연기를 말할 때, 결코 제외할 수 없는 배우(!)는 단연 강아지다. 최근 가장 뛰어난 동물 연기자를 뽑는다면 단연 <워 호스>의 말 조이와 <아티스트>의 강아지에게 수상의 영광은 돌아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기술의 발전이 바로 영화의 발전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님을, 즉, 현재 2D 영화와 3D 영화가 관객의 취향에 따른 선택일 수 있듯이(나는 사실 아직도 왜 3D 영화가 필요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무성영화와 유성영화 역시 영화의 발전방향이 아니라 그저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 <아티스트>의 원샷으로 촬영된 마지막 2분이 넘어가는 남녀 주인공의 탭댄스 장면은 환상적으로 아름답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은 환상이 끝났음을, 현실로 돌아왔음을, 유성영화 시대로 넘어왔음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 개인적으로 <아티스트>에서 가장 슬펐던 장면은 유성영화에 밀려 텅텅 빈 무성영화 상영관의 풍경이 내가 <아티스트>를 보고 있는 현실의 극장 풍경과 겹쳐졌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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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2011,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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