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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름....<와호장룡> 와호장룡
lovclara 2003-04-21 오전 11:48:05 1944   [14]



리무바이와 수렌의 대사
<출문했소
이번 수련에서는 깊은 고요 속에 들어갔소
사부님도 말씀하지 않은 경지였소
사방엔 빛 뿐이고 시간과 공간도 사라졌소>
<득도하셨군요>
<득도의 느낌은 아니었소
반면 적막하고 슬픔에 둘러싸인 기분이었소
적막한 슬픔...그 슬픔을 견딜 수 없어 수련을 그만 두기로 했던 것이오
떨칠 수 없는 깊은 상념이었소>

수렌이 롱에게 하는 말
<나도 약혼 했었어요
맹사조....리무바이와는 의형제였어요
어떤 결투에서 무바이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지요
그 후 무바이와 나는 많은 것을 같이 겪었어요
감정도 깊어졌지만 의리를 저버릴 수 없었어요
귀족의 여인은 아니지만 여인의 길을 가고 싶어요>

리무바이가 롱에게 주는 말
<리무바이도 무당파도 이름뿐이듯이 청명검도 이름뿐이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
진정으로 강한 것은 부드러움이다
해서는 안 될 것은 해서는 안 된다
절제없는 욕심을 버려라
자신의 생각을 버려야 자신을 찾을 수 있다
삶의 도리를 가르쳐 주는 것이다>

호와 롱의 대사
<어렸을 때 나는 무수한 별똥별을 바라보며 생각했었어
별은 어디로 갈까
나는 고아였소
별을 찾아 떠나곤 했지
사막 끝까지 가면 찾겠지 기대하면서 줄곧 사막을 떠돌았지
사막에서 목숨을 부지하려면 누군가를 죽이고 동지를 규합해야 했어>
<그래서 아직도 아이로 남아 별을 찾는 거야?>
<아직도 별을 찾고 있었어
난 남자가 되었고 이제야 가장 아름다운 별을 찾았소>

리무바이의 최후
<수렌.......>
<숨을 아껴요....>
<난 떠나요........마지막 숨이 날 재촉하는 구려.....>
<마지막 남은 숨으로 득도를 위해 헌신하듯 해탈의 길을 찾아요
마지막 숨결과 함께 그 경지에 오르세요
저를 위해 쓰려 하지 말고.....>
<난 내 일생을 허비하였소.......이제 고백하리다
평생 동안 당신을 사랑해 왔소
나의 혼백은 당신 곁을 떠나지 않을 거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당신의 사랑이 있기에
내 혼백은 외롭지 않을 거요.......>


짧은 대사로 미루어도 대강의 윤곽이 잡히듯
영화 <臥虎藏龍>은 단순한 줄거리의 중국 무협 영화이다
사랑, 무술, 배반, 의리.....
오히려 수수께끼조차 감추어지지 않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가?

리무바이는 무당파 최고의 고수이다
그는 문득 강호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400년의 보검 청명검을 동지이자 마음의 연인인 수렌에게 부탁하여
스승의 친구인 페이레 대인에게 전한다
어느 날 청명검이 도난당하고
여기에 귀족의 딸 롱이 관련되어
그에게 무술을 가르친 푸른여우의 신분이 드러난다
푸른여우는 무당파의 태두인 강남학을 독살하고
<무당심결>을 훔쳐 종적을 감춘 무당파의 원수.....
리무바이는 마지막 결전에서 물러설 수 없다
어릴 적 푸른여우에게서 무술을 전수받은 귀족 처녀 롱은
스승의 검술에 한계를 느끼고 일상을 일탈하여
마적단 두목인 虎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녀의 갈망은 채워지지 않는다
비로소 참스승인 리무바이를 만났으나
리무바이는 푸른여우의 독침을 맞는다
리무바이는 최후의 순간에 마음에 품은 수렌에의 사랑을 고백하며 숨을 거둔다
삶의 길을 잃은 롱은 스스로 절벽에 몸을 던져 꽃처럼 진다


무엇이 우리를 사로잡아 가슴을 후려치며 다시금 우리를 이끌어들이는가?
영화는 무술 영화답지 않게 고즈넉하다
칼날이 부딪쳐 불꽃이 튀는 대전에서도
오히려 춤을 보는 듯한 가벼움과 아름다움이 있다
목숨을 다한 대전이라기보다는
죽음을 애써 피하는 힘의 겨룸이 있을 뿐이다
음악과 어우러진 동선은 하나의 아름다운 무용이라고나 할까!
수렌과 롱의 두 번에 걸친 대전에서도 살기는 없다
리무바이와 롱의 대숲에서의 대전은 오히려
그 강약의 리듬과 부드러운 대의 휘어듦이
에로티시즘에 가까운 시적 표현에 이른다
게다가 그 음악....첼로의 선율.....
칼로 자르거나 내칠 수 없이 휘어드는 약한 여인의 허리 같은 대나무.....
그 대나무를 타고 가볍게 구르는 리무바이의 시선이
쓰러지어 내리는 롱의 시선과 부딪칠 때
어찌 대련이라 할 수 있을까.....
누구도 표현하기 어려운 새로운 검의 세계이다
이 고즈넉한 칼의 미학......
차라리 한 편의 武術詩라고나 할까.....
아름다운 그림이다

또한 이 영화는 다섯 개의 사랑 이야기이다
하나, 수렌의 사랑
둘, 리무바이의 사랑
셋, 호의 사랑
넷, 롱의 사랑
다섯, 여우의 사랑

수렌의 사랑은 기다림이다
죽은 약혼자와의 의리를 위해 사랑하는 리무바이를 지켜보기만 할 뿐
기다림 속에서 성숙해 가는 사랑이다
성숙한 여인 양자경은 수많은 눈빛의 연기로
수렌의 아픔과 억제된 사랑의 고뇌를 표현한다

리무바이의 사랑은 인내의 사랑이다
의리와 신의를 중시하는 강호의 법도를 지키기 위해
안으로만 삭이던 리무바이의 사랑이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적막과 슬픔을 가져오고
그를 출문케 한다
그러나 미처 그 사랑을 이룰 새도 없이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다
죽음 앞에서 비로소 토해내는 처연한 사랑의 고백.......
검법에서 자유로운 리무바이도
인간세상의 사랑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던가?
그 밑을 알 수 없는 허무가 관객의 가슴을 친다

虎의 사랑은 야성의 서두름이다
별을 찾는 마음으로 찾아낸
사막에서의 아름다운 사랑이 세속에서 거부당하자
짓밟힌 호랑이처럼 날뛸 뿐이다
서두름......그것이 롱의 사랑을 앗아간 것일까.....

龍의 사랑은 갈망의 사랑이다
자유로운 기질 때문에 몰래 무술을 익히고
강호인을 꿈꾸었던 소녀 롱은
스승에게서 한계를 느끼자 일상을 일탈하여
마적단 두목 虎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그 갈망의 순간에 만난 검의 달인 리무바이.....
롱의 자만심은 스승을 피해가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의 주위를 맴돌아 가르침을 받는다
그러나 그가 롱을 구하려다 독침을 맞고 죽음에 이른다
더 이상 갈망할 것이 무엇인가?
죽음 앞에서 사랑도 스승도 검도도 다 무엇인가?
삶의 길을 잃은 롱은 스스로 절벽에 몸을 던져 꽃처럼 진다
하늘을 날 듯 아름다운 첼로의 선율과 함께 떨어지는 꽃잎 같은 여자
롱의 사랑은 굳이 남자가 아니다
롱은 무술을...강호를....호를....그리고 참스승을....
끝없이 갈망하며 추구한다
갈망의 사랑....그것이 롱의 운명이다

푸른여우에게도 사랑은 있었다
다만 그것은 분노와 복수의 사랑이다
연인인 강남학을 독살하듯이
제자인 롱을 미향으로 쓰러뜨리고
독침을 무수히 난사한다
소유가 아니면 복수가 있을 뿐이다
파멸의 사랑이다

무술이 아름답고
배경도 아름답고
대사도 아름답고
음악도 아름답고
사랑도 아름다운 영화
이 영화는 영상과 음향으로 표현된 詩이다
사랑의 詩이다
슬픈 詩이다

북소리, 첼로 소리.....음악 뿐만이 아니고
빗소리, 동굴 속으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 숲의 대나무 쓰러지는 소리,
청명검이 우는 맑은 소리.......
그리고 인물들의 과장없는 조용한 목소리.....

<청명검>으로 상징되는 야망, 이상, 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사.....
다만 한 인간사일 뿐이다
한 사람은 놓으려 하는 시점에서
한 사람은 놓지 않으려 한다
세상은 그렇게 추구하는 삶과
뛰어넘는 삶이 엇물려 돌아가는 거대한 바퀴일 뿐인가.....

작가의 시선은 누구에게 무게를 실었을까?
리무바이는 영웅이다
검에서도 사랑에서도 그는 패배하지 않는다
다만 삼갈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물들은
롱을 중심축으로 움직인다
롱의 스승, 롱의 연인, 롱의 의형제......
작가는 롱의 갈망에 연민을 담은 것일까?
평범한 사람들의 갈망에 연민을 보낸 것일까?
잃어버린 우리의 갈망하는 영혼을 일깨우는 것일까?
롱은 왜 벼랑으로 뛰어내리는가?
의문을 던지며 드라마가 끝난다
삶은 목마름이다
사랑은 목마름이다

중국계 미국인 이안 감독은
가장 중국적인 무술 영화를 미국에서 만든 것이다
음악을 위해 요요마의 첼로까지 가져왔다
원숙한 양자경의 눈빛
의연하고 여유있는 주윤발의 분위기
날렵하고 요요한 장지이의 매력이 영화를 한층 빛낸다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목마름.....
그래서 다시 보고 보고 보아도 또 보고 싶은 영화......
이 영화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

<臥虎藏龍>은
영웅과 전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는 중국의 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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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호장룡(2000,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 臥虎裝龍)

공식홈페이지 : http://www.crouchingtig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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