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영화 연출에 대한 진한 애정의 표현..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
ldk209 2013-03-08 오후 2:48:36 746   [5]

 

감독의 영화 연출에 대한 진한 애정의 표현.. ★★★☆

 

이재용 감독이 <여배우들>에 이어 <배우들>이라고 제목을 붙여도 크게 무리가 없었을 비슷한 형식의 영화를 다시금 들고 찾아왔다. 형식으로 보면 전작보다 더 파괴적이고 실험적인 측면이 존재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동일하다. <여배우들>의 패션 화보지 촬영 현장이 <뒷담화 : 감독이 미쳤어요>(이하 <뒷담화>)에서는 단편영화 촬영 현장으로 바뀌었으며, 다만, 현장을 지휘해야 할 감독이 LA의 한 호텔에서 온갖 IT 기기를 이용해 원격 연출을 한다는 흥미로운 설정이 추가되었다.

 

결국 <뒷담화>에는 총 4개의 액자가 존재하게 된 셈이다. 가장 작은 액자로는 단편 <십분 만에 사랑에 빠지는 법>의 장면들과 이를 연출하고 제작하는 배우들, 그리고 배우들을 촬영하는 <뒷담화> 제작진들, 최종적으로는 이 모든 것을 원격 조종하는 이재용 감독까지. 실제 <뒷담화>는 스마트폰 프로모션을 위한 단편 영화 연출 제의를 받은 이재용 감독이 메이킹까지를 큰 틀의 영화 제작의 과정으로 보고 거기에 감독이 현장에 가지 않는 실험이 가능하리라는 판단에서 시도된 프로젝트라고 한다. 아무튼 일단 <뒷담화>는 4개의 액자가 서로 주고받는 관계만 가지고도 아주 재밌고 흥미진진한 모호한 장르의 영화로 탄생되었다.

 

영화는 마이크 피기스 감독의 “엄청난 실패를 할 수도 있다는 위험만큼 감독을 흥분시키는 것은 없다”는 말을 자막으로 깔며 시작된다. 윤여정 박희순 강혜정 오정세 김민희 김옥빈 류덕환 이하늬 김남진 최화정 김대원(김C) 정은채 이솜 김기방 하정우 등의 배우들과 이준익 임필성 감독 등은 이재용 감독의 이틀만 도와달라는 부탁에 촬영 현장에 도착하지만, 감독은 현장에 없이 원격으로 지휘한다는 얘기에 어이없어 한다. 이때부터 영화는 리얼과 설정, 다큐와 모큐(페이크 다큐)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인다.

 

배우들은 카메라의 뒤에서 누군가의 험담을 늘어놓기도 하고, 욕설을 내 뱉기도 한다. 윤여정의 경우엔 홍상수, 임상수 감독 영화 출연에 따른 재밌는 에피소드를 들려주는가 하면, 현장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신인 정은채가 홍상수 감독의 <누구도 알 수 없는 해원>에 캐스팅되는 과정까지 자연스럽게 담겨져 있다. 영화의 최종 결과물만 보아왔던 사람이라면 영화가 만들어지는 촬영 현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재미를 만끽할 그런 장면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물론 <여배우들>에서도 그랬지만, <뒷담화>에서 벌어지는 모든 장면들과 배우들의 대사(?), 대화들이 100% 리얼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들은 어쨌거나 배우이며 편집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처음 현장에 도착해서의 반응은 아마도 계산되지 않은 실제 모습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영화가 뒤로 갈수록 배우들은 나름 자신들의 캐릭터를 잡아 거기에 맞춰나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게 영화의 문제라거나 단점이라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다큐멘터리조차 100% 현실을 반영할 수 없듯이 이 자체가 바로 현실이라는 점을 얘기하는 것이다.

 

조금은 혼란스럽고 정리되지 않은 <뒷담화>의 가장 큰 아쉬움은 아이러니하게도 영화가 자막으로 내세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남긴 말에서 찾을 수 있다. “극영화에서는 감독이 신이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신이 감독이다” 언뜻 다큐는 시나리오가 필요 없을 것 같지만, 오히려 다큐야말로 극영화보다 더욱 정교한 시나리오가 필요한 법이다. 대체 그 다큐를 통해 뭘 말하려 하는지 뚜렷한 목적과 그 길로 가기 위한 장면을 미리 구상하지 않는다면 좋은 다큐가 나올 수 없다. 그런데 정말 인상적인 다큐영화엔 미리 계산하지 않은 의외로 상황이 담겨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는 액션배우다>에서 고 지중현 무술감독의 사망이라는 돌발적 사고가 없었다면, 아마 이 영화는 그저 ‘액션스쿨 8기생은 골 때리는 멤버로 이루어졌다’는 것 이상을 보여주기 힘들었을 것이다. 대게 다큐멘터리들이 그러하다.

 

애석하게도(!) <뒷담화>엔 그런 돌발상황, 예기치 않은 상황이 담겨져 있지 않다. 아마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영화 속 일종의 몰래카메라가 실제 벌어진 리얼한 상황이라면 더 좋았을 것이고, 아마 이재용 감독도 (화면에 나오진 않았지만) 배우들이 벌이는 일종의 사보타지를 보고, 호텔에서 쾌재를 불렀을 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그랬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게 연출자니깐.

 

“엄청난 실패를 할 수도 있다는 위험만큼 감독을 흥분시키는 것은 없다” - 마이크 피기스

“매번 영화를 만들 때마다 더 잘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든다” - 구로사와 아키라

“극 영화에서는 감독이 신이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신이 감독이다” - 알프레드 히치콕

“우리가 영화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영화가 우리를 선택했다” - 장 뤽 고다르

 

※ 그 많은 배우들과 스텝들 사이에서 김옥빈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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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2012, Behind The Cam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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