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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의 클래식 - 그 애절한 아픔에 대하여 [영화평] 클래식
noonin 2004-01-18 오전 9:52:38 1706   [29]

[ 태양이 바다에 미광을 비추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희미한 달빛이 샘물위에 떠있으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

누군가를 간절히 사랑하지않는다면..인간의 입에서 터져나올수 없는 시어라는 생각이든다..
괴테는 어떤여인을 도대체 얼마만큼이나 사랑했기에..
저런 언어를 담아낼수있었을까 하는 숙연한 생각이 가슴을 파고든다.


영화를 영화로 보라는말... 때론 이말이 어울리는 영화가 가끔있다...
몇몇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넘치는 사람들은 조금은 현학적인 해석을 붙여서..그 평이 마치 논설문을 보는듯하고, 일반 영화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전문화된 영화지식을 전달하려하는듯.. 갖가지 수식과 수사의 토를 달아 영화비평에 정성을 들이는 일부 영화지식세계의 고위층이 많은것같다. 요즘은.... ^.^

물론 영화 발전을 위해서는 그런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는사람도 필요하다는점은

동의한다....

하지만 영화가 어차피 사람의 마음을 흔들기위해 만들어진 감상예술인만큼 지나치게 갖가지 잣대로 정확한 분석을 하는것은 자칫 모든것을 메마르게 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살벌한 [ 비판 ]을 가하고 싶거나,

심지어  [욕 ]을 퍼붓고 싶은 영화들이 한해에도 수없이 생산되고있지만..

가끔씩은 영화들중 몇몇 작품들은 그런 비판을 가하고싶은 차가운마음을 쏙 들어가게 하는 영화들도 간혹 눈에 띈다..우리나라 영화들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거라고 믿고싶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이영화 - 클래식이었다..
밑에 어떤분이 클래식과 소나기를 동일선상에서 해석한 재밌는 글을 쓴걸 읽었다...
내 생각 역시 그러하다..아니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린시절 읽었던 작가 황순원의 소나기를 떠올렸으리라...

아마도 이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소나기의 결말이 문학적으로 항상 마음에 걸렸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픈 결말...미련이 남는결말...

소나기는 항상 떠오를때마다 우리들에게 늘가슴아픈 아쉬움의 짐을 남겨주곤 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순수한 사랑의 감정으로 시작했다가 세월의 흐름앞에 변해가는 여인의 모습을보며 사랑의 감정을 접어버리는 허탈한 끝맺음을 보이고는 그냥 춘천으로 가을경치를 보러가는 피천득의 수필 - [ 인연 ] 에서의 결말과는 느낌이 다른 조금더 깊은 아픔을 주는 아쉬움이었다..

나는 한때 철없던 문학소년이라 자처하던 학창시절에
감히 겁없이도...소나기 2 라는 소설을 써내려가기 시작했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항상 실패였다...너무 아름답게 그 뒷이야기를 풀어가려다보니 써놓고 며칠뒤에 읽어보면
그다지도 유치하고...그다지도 지워버리고싶은 글들로 가득차있었던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그랬던 학창시절의 마음의 부담이 어느정도 해갈되는 쾌감을 느꼈음을 고백하고싶다...

아마도 이영화를 초안한 시나리오작가는 나보다도 더 역량있는 문학적 자질이 있는 사람임을 인정하지 않을수없다..

이영화는 소나기가 마저 다 못한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현대와 과거를 오가며 60년,,70년대의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세대가 겪었을법한 가슴아픈 사랑을 주된 정서로 잡고있다..

영화가 가끔 앞뒤의 흐름이 좀 끊긴다는 지적과 조인성의 연기에 대한 지적을 참 많이 하는걸 보았다.. 그렇다. 크게 그런 두가지면에서 이영화는 비판받을만하다. . 나역시 그부분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면서 조금은 느꼈던 부분이니까..

하지만..솔직히 말하자..

영화는 참으로 좋다..

그저그런 멜로영화려니 하고 눈길을 주었던 영화는 처음엔 소나기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하더니.. 중간부턴 소나기의 뒷부분을 풀어가듯 눈을 떼지못하게 하는 순수하면서도 재미있는 60년대를 묘사하면서..
그때 시절의 사랑을 이어간다...

어색한것같은 조인성의 연기를 제외하고는 물흐르듯 정말 너무나 잘 흘러가고있었다..

그런데..여기서 잠깐 조인성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싶다

개인적으로 조인성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노력하는 배우라는건 알지만 왠지모를 거북함이 서려있는 그의 연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첨엔 나도 왜 조인성을 캐스팅했을까...
그런생각에 이어서.. 다른 남자배우들을 거기에다 껴맞추기시작했다..
신세대이면서도 우수에 젖은 눈을 가진 배우가 어울릴듯했다..
장혁? 장혁도 좀 쎄다..
차태현? 그는 좀 가벼워보인다.. 글쎄 누가 어울릴까...한순간에 순수한 소녀들의 마음을 앗아갈수있는 완벽한 외모와 .. 진지함.. 그리고 분위기 이런걸 모두갖춘 선망의 대상....
차라리 안정환이 어울릴까...라는생각까지도 해보았다...

그런데..영화를 두번 세번 사실 다섯번을 보았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조인성이 차라리 그역에 어울려 보이는것이었다..
약간은 개인주의적이면서... 신세대적이고..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생각도, 개방적일수있는 그러면서도 한사랑에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할듯한 연약한 캐랙터 조인성....
만약..만약에..
그와는 반대로..그배역의.. 캐릭터가 너무나 완벽한 연기파배우였다면,,, 오히려 영화의 무게중심은 그쪽으로 가지않았을까?.. 과거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이 이야기의 중심에서...현대의 신세대적인 사랑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오히려 역전된 흐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다시말해서.. 또는.. 극단적으로 생각해서...
조인성역에 이병헌이나.. 이성재.. 감우성등의 연기파 배우들이 캐스팅되었다면..어땟을까..
아마도 영화는 중심을 잃고 흔들렸을것이다...

또한..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싶다...
오히려 조인성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던것이라고...
영화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은 자신의 역할을 너무나도 잘알고 영화촬영에 들어가게 된다..그건 프로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것이다..
따라서..

모든 조연배우들은, 자신이 너무 튀면 영화의 흐름이 잘못된다는걸 너무나도 잘알고 연기를 하게 된다..

조인성역시 자신이 주연이 아님은 캐스팅단계에서부터 잘알았을것이고 ( 사실 이무렵조인성은 이제막 영화[마들린]에서 주인공역을 끝마친상태였고 마들린홍보차 바쁜때였다 ) , 적당히 신세대적이면서 조금은 어색하기까지도 해야하는 현대판 사랑의 배역에 대해 잘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보면볼수록 적당히 어색한 연기가 오히려 전반적인 영화를 살게하는건 왜 보지 못하는지...

조인성은 개인적으로 다시평가를 해볼때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연기를 제대로 한거라고 본다..
물론 여전히 알수없는 미묘한 거북함은 계속 있지만서도...^.^

그리고 어떤분은 배우들의 말투가 그게 뭐냐고하는분들도 있는걸 읽었다 마치 국어책읽는듯하다고.. 근데 그건 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예를들어
[ 나는 한여자만 좋아하자는 주의는 아닌데, 주희씨한테는 잘해볼 생각이다 ] 또는
[주희씨한테 이제는 고백할 작정이다] 처럼. 구어체가 아닌 약간의 문어체 느낌의

[ ~ ㄴ다 ][ ~ㄴ가]의 말투를 지적하는거같은데.. 실제로 그시절엔 학생들사이에서는 그러한 말투가 광범위하게 쓰였었다. 마치 선문답을 하듯 상대방의 답변을 유도하듯 멋드러진 질문을 던지기도하는등.. 그시절엔 한마디한마디의 말에도 정감이 있었고 낭만이 넘쳤었다. 물론 내가 그시절을 살지는 않았었지만.. 자라면서 보았던 옛날 영화들이나..소설..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모님들을 통해서 듣는 그시절들의 이야기들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유추가 가능한 언어들이다..

뭔가 말 한 마디도 반듯이 정의감넘치듯 하던 그시절,,,
2000년이 넘은 요즘에 많이 쓰이는 [방가방가]나 [열라] 같은 국적불명의 말보다는 적어도 훨씬 인간적이고 낭만적인 말투가 아니었나 싶다.



오랜만에 영화가 영화답다는생각을 들게하면서
카메라앵글이 담아내는 영상은..
아름다운 마음을 녹아들게 했던 영화의 전반...
웃음과 슬픔이 교차하는 중반을 지나...
너무나 슬픔이 절절히 배어있는 결말부를 향해 치달을때는 가슴이 미어지는 감정이 나도 모르게 저며들고있었다..

전쟁에 참전하고.. 바로앞에서 폭탄이 터졌는데 어디하나 부
러진데없고 죽지도 않고 눈만 멀어서 온다는게 말이되냐고 말하는 관객도 더러 있으리라 본다.. 물론 물리적으로 과학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말이 맞을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아름다운 그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
너무나 정말 너무나 절실히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이루지지않는 가슴아픈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적절한 영화적 특권을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반드시 물리학이나 화학적 변화를 그대로표현할필요는없는것이다..

결국 영화는 황순원의 소나기보다도 더 아픈 결말을 보인다..
그토록 사랑하면...그렇게 목숨보다도 사랑하면 오히려 이루어질수없다는 아픔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너무나 사랑하는사람은 때론 신이나 정령의 질투를받아..오히려 이루어지지않게된다는 학창시절읽었던 애너벨리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알수있듯..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누군가를 너무나 사랑하게되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언젠가 다가올 이별을 준비하고있어야만한다고 누군가 옆에서 늘 속삭이는것처럼....

준하는 그렇게 누군가를 간절히 사랑했다는  죄로..
가슴에 사랑과 눈물을 함께 안고서..눈을감게된다..

그리고 그런 아픔의 기운들은 하늘로 퍼지고 바다로 퍼져서... 그 애절한 사랑은 다음 세대들을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영화는 2세들에 이르러서 전세대에서 이루지못했던 사랑을 이루면서... 아픔의 승화를 이끌어낸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픔이 진정으로 치유되는걸까...

교과서에서 읽었던 소나기에서는 서울로 떠난 소녀가 아픔으로 다가왔는데...

클래식에서는 ..
오준하라는 한 남자의 마음이 그렇게 남게 되었다..

영화는 설명하고있지않지만... 아마도 눈을 멀게되서 불편한 짐이 될수밖에 없는 자신은 너무나 사랑하는 여자의 남자가 될수없다는걸 이미 알고.. 스스로 포기하고...적당한 여자하고 결혼해서 살고...그러다가.. 힘들게 그렇게 살다가..아픔을 안고서..세상을 뒤로했음을 미뤄 짐작하게 한다..

결국...영화적으로는 아픔을 승화시키면서 마무리가 되는듯하지만
현실속에서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과는 이루지못하고 가슴에 피를 토하고 죽으면서까지...2세들에게..그 영혼의 힘을 전했을 오준하가 ...그래서 더욱더 큰 애절함으로 남게 된었다.....

아픔은 차라리.. 아픔으로.. 그대로 남겨둔.. 소나기..!

우리보다 훨씬더 근대적인 시대에 살았던 작가의 황순원의 혜안을 그의 예지를 2003년에 와서도 벗어나지 못하는건,,,
아마도 사랑이라는건... 시간함수로 발달하는 과학같은거하고는 달라서.. 과거어떤시대나 오늘을 살고있는현대에서나..사랑하는사람에 대한 애절함의 정도는 늘 같기때문이 아닐까... 괴테의 시가 그러했듯...

..그도 고인이 된,,, 김광석이 부르는 "너무아픈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그 OST 노래가 흘러나올땐...

다시한번..내가슴속을 스치는 지나가버린 사랑과...그사랑이 지금 나와 같이 있다면 행복할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된다...

괜찮은 영화였다...클래식..


(총 0명 참여)
조인성의 어색한 연기는 전혀 별로 보탬되지 않았는데....음.....유지태?캐스팅? 애도 어색한가......   
2004-04-30 00:23
저는 위에위에꺼 적은 사람인데... 부담될 정도로 잘적으시네요...   
2004-01-30 14:10
1


클래식(2003, The Classic)
제작사 : 에그필름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classicromanc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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