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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로 되돌아가다 vs 아이들이 되돌아가다 키즈 리턴
pys1718 2007-06-11 오후 8:10:53 1017   [4]
 

아이들로 되돌아가다.

영화의 첫 단락은 신문배달을 하고 있는 신지와 일자리를 찾고 있다는 마사루가 우연히 만나 과거를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졸업을 앞둔 신지와 마사루는 꿈이나 희망 따위는 없이 선생님들을 골탕 먹이고 아이들의 돈을 갈취하며 무료하게 살아가고 있다. 인생사는 게 힘들고 따분한 건 졸업을 앞둔 나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마사루와 신지는 무모하게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는다. 우연히 마사루는 권투에 흥미를 붙이게 되고 꿈을 갖고 열심히 살아간다. 마사루 없이 아무것도 할 줄 몰랐던 신지는 또 다시 지루하게 인생을 살아가고 마사루에 권유에 의해 같이 권투를 시작하게 된다.

지금은 별 볼일 없는 두 청년이 과거로 돌아가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우리는 그들이 미래에 어떻게 될 거라고 이미 짐작하고 있다. 이 영화는 ‘반전’보다는 ‘서스펜스’적 구조를 택함으로써 우리를 오히려 영화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그들이 안 될 거란 걸 알면서도 신지에게 기대를 걸게 되고 앞 장면의 신문배달을 하던 신지의 모습은 잊게 된다. 결국 영화가 끝나고 나자 앞의 장면이 다시 떠오르면서 ‘이 영화, 참 잘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좀 더 이 영화에 대해 고민을 해보자 혹시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무의식중에 잊으려고 한 것’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후자 쪽이 맞는지도 모른다. 나는 신지와 동질감을 느끼고 그는 될 수 있을 거라고 무의식중에 응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나는 중앙대나 한예종에 들어가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나아가 우리 동기들은 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나와서 유명한 영화인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현실을 앞에 둔 지금은 어떠한가? 이미 중앙대나 한예종은 포기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만이라도 어떻게 붙을 수 있기를 빌며 밤잠을 설치고 있지 않은가. 아무것도 모르는, 아직은 덜 성숙했던 그 때는 모든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내 작은 바람은 무의식중에서 ‘신지는 당연히 챔피언이 되지 않을까?’라는 주문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었다. 결국 이 영화는 철없었던 아이들, 즉 아직 아무것도 몰랐던 그 시절로 돌아 가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술집과 성인극장을 들락날락거리던 철모르던 그 시절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했는가, 우리는 그 때 무엇이든 될 줄 알지 않았냐. 라는 이야기로 이미 나이가 든 감독은 이야기 하고 있지 않았는가 싶다.


아이들이 되돌아가다

이 영화에 제목의 뜻을 다른 방식으로도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변한 것은 없다. 신지나 마사루는 아직도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고등학교 운동자만 빙빙 돌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말한다.

“우리 끝난 걸까?” “바보, 아직 시작도 안했어”

그렇다 그들은 다시 천진난만하고 꿈 많았던 철없던 아이들로 돌아가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하려 한다. 이 영화가 전해주는 다른 메시지는 아무리 사회에서 낙오자가 되어도 그들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희망은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둘은 다시 철없는 아이들이 되었고 연애편지를 쓰던 수줍은 소년은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고 직장을 다시 구하고 결국 사고로 죽게 된다. 만담가가 꿈이었던 두 소년은 열심히 노력한 끝에 결국 유명한 만담가가 되고, 뺀질거렸던 놈은 신지가 이룬 길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각기 다른 방법으로 살아가던 아이들이 사회에서도 각기 다르게 변하고 성장했다. 적어도 택시기사를 했던 소년은 사랑을 쟁취했고, 만담가 소년들도 자신의 꿈을 이뤘다. 그러나 무의미하게 재능이 있다는 말 때문에 권투를 포기하지 못했던 신지나 달리 할게 없어서 야쿠자가 되었던 마사루는 아직 이룬 것이 없다. 여기서 난 키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성장’이라는 것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어떤 것을 이뤄야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이를 먹었다 하더라도 그게 다 성장한 것이 아닌 것처럼 신지와 마사루도 아직 이룬 것이 하나도 없기에 ‘성장’을 하지 못한 게 아닐까. 그들은 고등학교 때와 변함없이 그저 자전거만 타고 영화가 끝난다. 결국 이제까지 다른 주인공들과 달리 변화된 모습을 찾기가 힘들다. 그러나 이게 성장영화인 이유는 우리에게 ‘성장’이란 어떤 것인지 확연히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이제 졸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는 무엇을 이뤄야 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 아직은 아이로 존재하는 나는 오늘도 그 고민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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