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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하지만 붙들 줄 아는 영화!! 거미숲
julialove 2004-08-29 오후 9:49:42 1407   [3]

올해 가장 바쁜 배우 중에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배우가 있다면 감우성이 있을 것이다. 이미 [알포인트]라는 전쟁호러 장르의 영화를 통해 색다른 공포연기를 선보인데 이어 연이어 개봉을 앞둔 [거미숲]까지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두 편의 신작을 선보이는 올해 단연 눈에 띄는 배우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TV드라마와 스크린 데뷔작인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통해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인 만큼 두 편의 신작 모두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배우로서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독특한 미스테리 스릴러를 표방한 송일곤 감독의 [거미숲]은 [알포인트]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감우성의 연기와 [꽃섬]이란 작은영화를 통해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은 송일곤 감독만의 연출력에 큰 기대를 가지게 해준다. 그리고 "거미숲"이란 독특한 제목에서부터 풍겨오는 미스테리한 스토리와 김기덕 감독의 [섬]을 통해 묘한 매력의 연기를 보여주었던 서정까지 [거미숲]이란 영화는 기존의 스릴러 영화들이 가지고 있던 느낌과는 차병화된 감각으로 다가올 것이다.

어두컴컴한 숲 속의 한 산장에서 살인사건을 목격한 한 남자가 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그 남자 앞에 나타난 또다른 한 남자를 뒤쫓는 그 남자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 [거미숲]은 시작부터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알 수 없는 한 남자에게 각목으로 맞은 후, 정신을 잃은 그 남자는 <미스테리 극장>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의 연출을 담당한 강민이라는 PD이며, 영화 [거미숲]은 이 강민이라는 PD의 여러 기억에 의존하여 진행된다. 송일곤 감독의 [거미숲]은 그야말로 한 남자의 모든 기억들이 담긴, 그 기억들로만 진행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송일곤 감독은 전작인 [꽃섬]을 통해 우울하면서도 희망을 담고 있는 독특하면서도 신비한 느낌의 영화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또다시 많은 기대 속에 선보이는 작품인 [거미숲]은 미스테리한 제목만큼이나 복잡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난해하기 까지한 스토리로써 관객들의 머릿 속을 거미줄처럼 엮어나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살인사건을 목격한 후, 교통사고를 당하고 2주일만에 정신을 되찾은 강민은 자신의 형사친구에게 거미숲 속 한 산장에서 목격한 살인사건을 알려주고,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며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거미숲]에서 보여주는 한 남자의 이야기에는 너무도 많은 기억들이 담겨져 있다. 민수인이라는 여자가 들려 주었던 거미숲의 전설과 관련된 충격과 아픔이 담긴 한 소년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아픔이 담긴 기억, 그리고 아내를 잃고서 새로운 사랑을 찾게 되는 강민의 현실적인 기억까지 오랜 과거와 가까운 과거의 여러 기억들을 서로 얽어가며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극중 민수인이라는 여자의 자신을 기억해달라는 한 마디처럼 영화 [거미숲]은 한 남자를 통해 자신을 떠올리려하는 여러 기억 속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둘씩 꺼내가는 그런 영화인 것이다. 그리고 감독은 관객들로 하여금 이렇게 복잡하게 엮인 여러 기억들 속에서 자신이 전달하려하는 하나의 메세지를 찾아내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거미숲]은 단편적인 여러 기억들에 대한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신비하고, 복잡미묘한 스토리 속으로 빠져들게 해준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기저기 두서없이 늘어 놓은 여러 기억들은 하나의 중심을 이루며 촘촘히 엮어나가기 보다는 각각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 가면서 관객들마저도 난해한 혼란에 빠지게 만들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시종일관 감독이 심어놓은 여러 요소요소와 단서들로 저마다의 해석을 만들어 가던 관객들도 어느새 지쳐버리고, 개인적인 모순과 혼란들 속에서 길을 잃어 버리게 된다. 그것이 바로 영화 [거미숲]에서 송일곤 감독이 놓쳐버린 하나의 아쉬운 부분인 것이다. 기억에 의존한 여러 영화들이 저마다 난해하고 복잡하며 비논리적인 구성들로 관객 스스로의 해석을 이끌어 가도록 해주고, 그것을 관객들이 자연스레 즐기도록 유도해주는 것이 이러한 영화들의 매력이지만 영화 [거미숲]은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여러가지 기억과 단서들을 묶어주려는 연결고리를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관객들에겐 불친절한, 그래서 쉽게 지쳐버리는 그런 영화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너무 많은 것들을 보여주었고, 그래서 관객 스스로에게 혼란과 난해함 속에 빠져버리게 하지만 영화 [거미숲]에서 보여주고 있는 송일곤 감독의 고집스런 분위기와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연출력은 지쳐버린 관객들의 시선을 화면에서 뗄 수 없도록 해준다. 영화를 보던 중 어느새부턴가 스스로가 거미줄처럼 엮어가던 스토리의 끈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흐리흐릿하게 헤어져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보여주는 여러 이야기와 화면들을 쉽게 외면해버리지 않고, 끝까지 붙들고 있게되는 것이 영화 [거미숲]을 통해 감독이 보여주는 연출의 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관객들의 머릿 속 거미줄을 탄탄하게 이어가도록 도와주지는 않지만 조각조각으로 보여주는 영화 속 강민의 기억들처럼 단편적인 영화 속 화면과 스토리로써 관객들에게 강한 임팩트를 전달하는 것이 바로 [거미숲]인 것이다. 영화 [거미숲]은 시종일관 촘촘하게 얽어져 가는 뚜렷한 미스테리는 제공하지 않지만, 시종일관 감독이 전달하는 여러 이야기들에 빠져들어 그 분위기에 취함으로써 머리가 아닌 감각적으로 느끼게 되는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영화 [거미숲]은 단편과 전작인 [꽃섬]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송일곤 감독과 함께 배우 감우성에게 모든 포커스가 집중되는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점에서 감우성의 연기는 [거미숲]을 통해 새삼 빛을 보여준다. 많은 드라마를 통해 TV 연기자로서는 일찌감치 얼굴을 알려왔지만 정작 영화로는 엄정화와 함께 한 [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늦깍이 데뷔를 했다. 하지만 오랜 경력이 말해주듯이 감우성은 연기로써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고, 이번 [거미숲]은 감우성이라는 배우가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확실히 입지를 굳혔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개봉한 [알포인트]에서 점차 이성을 잃어가는 병사들 앞에서도 끝까지 정신을 놓치지 않으려는 냉철한 캐릭터로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한 감우성이 이번 영화 [거미숲]에서는 교통사고로 간신히 의식을 유지한채 자신의 여러 기억들을 하나둘씩 꺼내가며 자신의 진실된 기억을 찾아 헤매는 강민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다시 한번 소름끼치도록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 [거미숲]을 통해 기억 속 강민과 현실 속 강민이라는 상반된 두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연기해내는 감우성은 또한번 연기자로서 그의 진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감우성과 더불어 관객들에겐 그다지 낯익지 않은 두 여배우의 호연 역시 영화의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더해주며 [거미숲]이란 영화의 스토리에 몰입하도록 도와준다. 김기덕 감독의 [섬]을 통해 기괴하면서도 묘한 캐릭터를 통해 얼굴을 알렸던 서정은 이번 영화에서는 다양한 분위기와 매력을 지닌 민수인이란 묘령의 여인과 강민의 죽은 아내의 1인 2역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강민의 기억 속에서 여러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여자들의 느낌을 모두 간직하고 있는 민수인이라는 캐릭터는 서정이라는 배우가 전달하는 특유의 신비하고, 차가우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통해 독특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TV드마라 등으로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관객들에게는 그다지 낯익지 않은 강경헌 역시 아내를 잃은 강민의 마음 속에 다시 사랑이라는 감정을 심어준 여자 황수영을 깔끔하게 연기해내며 영화의 전개를 매끄럽게 해준다. 또한 감우성과 함께 한 과감한 베드씬까지 선보이며 차갑고 현대적인 이미지의 황수영이란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표현해내고 있다. 이처럼 영화 [거미숲]은 감우성,서정,강경헌이라는 세 배우의 호연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 실감하게 해주고 있다.

아마도 올해는 유난히 한국영화들이 큰 힘을 쓰지 못한 해일 것이다. 그럼에도 신선한 소재로써 기존의 영화들에서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의 영화들은 원없이 만나볼 수 있었던 해이기도 하다. 그리고 2004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그 모습을 드러낸 송일곤 감독의 [거미숲]은 신선하고 독특한 소재로 색다른 시도를 하는 최근 한국영화의 추세를 그대로 이어받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거미숲]은 여러 기억들을 되살려내는 한 남자와 그 남자가 풀어놓는 여러 기억들을 통해 관객들을 미스테리와 수수께끼 같은 스토리에 젖어들게 해주면서 알 수 없는 제목 [거미숲]의 비밀을 하나둘씩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해동안 두 편의 신작을 내리 선보이는 감우성이라는 배우와 서정, 강경헌이라는 여배우가 보여주는 호연, 그리고 송일곤 감독의 고집이 담긴 연출까지 영화 [거미숲]은 올해 주목하는 한국영화들 틈 속에서 전혀 손색이 없는 그런 영화가 될 것이다. 또한 [거미숲]은 조금은 느슨할지 몰라도 가까이 다가온 먹이를 확실히 사로잡을 줄 아는 거미줄처럼 관객들을 흡입할 수 있는 작은 힘이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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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숲(2003)
제작사 : 오크필름 / 배급사 : 영화사청어람
공식홈페이지 : http://www.gumisu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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