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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하는 인간영웅들의 한편의 드라마 트로이 디렉터스 컷
maker21 2004-05-29 오후 3:28:30 1925   [0]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위인전을 읽었을 게다. 읽고 나선 '나는 누구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다짐 또한 했을거다. 그런 위인들 중에 그리스로마 영웅들이 있었다. 스파르타의 '한니발', 로마의 '케사르'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나라를 구한 영웅들이자 한편으론 역사의 아이러니를 상기시키며 비참한 최후를 맞은 그들은 오늘날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올해도 어김없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출현했다. 예전에는 7월이나 되서야 이런 불록버스터를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시차간격없이 미국과 거의 동시개봉 수준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첫 타자는 볼프강 페터슨 감독의 <트로이>.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각색한 영화 <트로이>는 헐리우드의 대작답게 엄청난 스펙타클한 화면을 선사하며 화끈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브래드 피트, 에릭 바냐, 피터 오툴, 브라이언 콕스, 숀 빈, 올란도 블룸, 다이앤 크루거 등 주연배우들 또한 화려해서 눈이 부실 정도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제일 먼저 주목한 사실은 감독이 볼프강 페터슨이라는 것이다. <특전 U-보트><사선에서><에어포스 원><퍼펙트 스톰>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과 액션 영화이면서도 그속에 인간들의 이야기를 푸근하게 잘도 깔아놓았다는 사실이다. 전작인 <퍼펙트 스톰>만 해도 거대한 바닷폭풍과 사납고 거대한 해일속을 거침없이 헤쳐나가는 인간 드라마를 사뭇 감동적으로 배치해 놓았다. 즉, CG로 무장된 거대한 해일은 이야기를 전개시키는데 있어서 부차적인 목적일 뿐, 주된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그 환경속에서 일하는 인간들의 다양한 면모를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영화 <트로이>에서도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전쟁'이라는 거친 환경속에서 전쟁 영웅이자 다른 한편으론 고뇌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런데 이번에는 그 드라마가 어째 어색하다. 상영시간이 2시간 40분이나 되는데도 전작들처럼 그런 아기자기한 캐릭터의 묘미를 살펴볼 수가 없었다. 인물들은 단지 전쟁을 위한 도구일 뿐이고, 어떻게 하면 전쟁의 모습을 스펙타클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하는 배경만이 있었다. 물론 캐릭터 묘사가 아주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실함이 여기저기 엿보인다.

이미 앞에서 '일리아드'를 원작으로 했다고 언급했는데 영화는 각색과정에서 신들의 이야기는 거의 배제되고 인간들의 이야기만 나온다고 보면 된다. 원작과는 차이가 많이 나므로 원작을 못본 사람이라 할지라도 굳이 먼저 보지 않고 영화만 봐도 된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실제 '트로이 목마'가 탄생하는 일화도 다르게 묘사되고 있다. 이런 몇몇 각색과정들을 거치면서 영화는 인간 중심의 영화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영화의 부실함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번에는 인물들을 살펴보자. 감독이 가장 중심에 내세우는 인물은 단연 '헥토르'와 '아킬레우스(일명 아킬레스)'다. 그건 영화 처음과 마지막에 나레이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외 인물들, 아가멤논(그리스 왕), 메넬라우스(아가멤논 동생), 프리아모스(트로이 왕), 패리스(트로이 왕자), 헬레나(메넬라우스 아내), 파트로클라스(아킬레우스 사촌) 등은 그저 영화를 이끌어나기기 위한 평면적인 캐릭터에 지나지 않는다.

헥토르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장남이자 나라 전체의 운명을 책임진 캐릭터로, 죽음을 두려워하고 소심한 성격의 차남 패리스와는 완연히 다른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심지어 전쟁중에 파트로클라스를 아킬레우스로 착각해서 그를 죽이고 일시적이나마 휴전을 택하고 고뇌하기까지 한다(이런 전쟁 모습은 경험해본적이 없는 우리로선 상당히 당혹스럽다). 이것은 뒤에 아킬레우스와의 1대1 대결로 이르게 되고, 그는 결국 사촌의 죽음으로 분노한 아킬레우스를 막지 못해 죽게 된다. 헥토르 역은 에릭 바냐가 맡았는데 전작 <헐크>보다 훨씬 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목소리는 다소 음량이 작고 여려서 이런 시대극엔 어울릴 것 같지 않았지만, 그는 헥토르를 자신만의 캐릭터로 완벽히 소화해내고 있다.

아킬레우스는 엄청난 정복야심을 가진 그리스의 왕 아가멤논의 전사자로써의 역할을 매우 못마땅해하며 전쟁에 그다지 큰 의의를 두지 않는 캐릭터다. 오히려 전쟁영웅이기보다는 평범하게 살고싶은 반영웅적 기질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신전을 우습게 여기는 반항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아폴로 동상의 머리를 날려버리는 모습을 상기해보라). 한 여자(브리세이스)를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알며 사촌과 자신의 부하들을 끔찍이도 아끼고, 아들을 아끼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를 존경하기까지 한다. 아킬레우스는 브래드 피트가 맡았는데 의외로 남성다움과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캐릭터를 잘 묘사해주고 있다.

영화음악은 제임스 호너가 맡았는데 영상과 일치된 영화음악에 상당한 감동을 안겨주면서도 몇몇 장면에선 영화음악이 오히려 영상을 먼저 앞도하고자 하는 모습이 보여 조금은 아쉬움 감이 들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첫 신호탄인 <트로이>는 CG로 수천, 수만대의 배를 바다에 띄우고, 대규모 전투신들과 1대1 대결 등 다양한 전쟁모습을 보여주면서 그속에서 고뇌하는 전쟁영웅들의 모습을 재현해내고 있다. 감독의 명성에 비해선 다소 긴 상영시간에 비해 드라마적인 요소가 조금 부족해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글래디에이터>이후 오랜만에 다시 만나보는 고대 서사극으로선 충분한 만족감에 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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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디렉터스 컷(2004, Troy: Director’s Cut)
제작사 : Warner Bros., Village Roadshow Pictures / 배급사 : 판씨네마(주)
수입사 : 판씨네마(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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