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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비너스 호텔 비너스
sunjjangill 2010-09-07 오전 7:12:00 431   [0]
사는 건 지독히 힘겹고 쓸쓸하다. 꿈을 안고 힘차게 달려나가다가도, 한번 절망의 턱에 걸려 넘어지면 일어서기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 절망의 밑바닥에서 계속 허덕이며 자기파괴로 치닫는다. 부서진 인생행로, 괴저병처럼 썩어가는 빌어먹을 ‘희망’이라는 것들.

<호텔 비너스>는 우리내 삶의 이런 우울감을 가득 안고 있는 영화다. 같은 어두(語頭)로 시작하는 만화 『호텔 아프리카』처럼, 영화 <호텔 비너스>도 후미진 거리의 한 호텔을 배경으로, 하나같이 가슴 속에 사연을 품은 채 그곳으로 흘러 들어왔고, 또 제각각 다른 하나의 이야기를 새기고 떠나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잊을 수 없는 과거의 상처 때문에 희망따윈 갖고 있지 않은 ‘초난(쿠사나기 츠요시)’, 한때는 유능한 의사였지만 지금은 폐업하고 술에 절어 살고 있는 ‘닥터(카가와 테루유키)’, 그의 재기를 바라며 호스티스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전직 간호사 ‘와이프(나카타니 미키)’, 언젠가는 꽃가게의 주인이 되고 싶은 ‘소다(조은지)’, 어릴 때 호텔 비너스에 버려졌고, 언제나 총을 손에서 놓지 않는 자칭 킬러 소년 ‘보이(이정기)’.

인트로부터 압도적인 우울감으로 밀려오는 <호텔 비너스>에서 그 핵심 주인공은 바로 ‘초난’이다. 상처입은 자신의 영혼을 무미건조한 겉모습 속에 감춘, ‘초난’은 이 영화의 내레이터이자 관찰자. 어느날 호텔 비너스에 부랑자처럼 보이는 남자와 어린 소녀가 나타난다. 타인과 교류하기를 거부하듯 말이 없는 남자 ‘가이(박정우)’와 웃지 않는 아이 ‘사이(고도희)’가 그들.

<호텔 비너스>는 이 적지 않은 인물들이 가진 아픔을 상징하듯, 청색과 세피아톤이 혼용된 분위기있는 색감으로 화면을 주조했다. 사실 트렌디한 뮤직비디오 화면이 연상되는, 이 영화의 세련된 비주얼은 우울한 인물들의 내면과 착착 달라붙어, 보는 내내 감칠맛 나는 느낌을 제공한다. 반복적으로 흘러나와 화면의 느낌을 더욱 더 상승시키는 조지 거쉰의 'SOMONE TO WATCH OVER ME', 혼성 듀오 러브 사이케델리코(LOVE PSYCHEDELICO)의 'Everybody needs somebody', 이수영의 ‘RA RA RA’ 등의 노래들도 <호텔 비너스>의 커다란 매력.

이 영화로 ‘제26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최우수 신인 감독상을 수상한 다카하타 슈타 감독은 프리랜서 TV 연출가였던 자신의 이력을 드러내듯, 툭툭 끊기는 강렬한 이미지의 파노라마를 선사한다. 영화보단 TV 드라마나 뮤직비디오적 감수성이 느껴지는 짧은 호흡으로, 장면장면 인상깊은 구도와 색감을 보여주는 것.

하지만 스토리의 매력과 흡착되지 못한, 이 영화의 화려한 외피는 씁쓸한 뒷맛만을 남겨준다. 그 슬픔의 근거가 무엇인지 뚜렷이 밝혀지지 않은채, 방황하는 인물들의 지리한 묘사, 그럴싸하지만 상황과는 겉도는 관념적인 대사,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인물들의 은유적인 제스처 등등.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속에 펼쳐지는 <호텔 비너스>의 그 헐거운 스토리는 뛰어난 비주얼만으로는 다소 견뎌내기 어렵다.

뭣보다 배우들의 불분명한 한국어 대사는 스토리의 집중을 방해하는 작지 않은 약점. 한국을 사랑하는 ‘초난강’의 애정은 높이 살만 하지만, 그를 위시해 전편 한국어 대사로 연기하는 일본 배우들의 모습은 흐뭇하기보다 왠지 모를 안쓰러움까지 유발한다. 그러다 보니 그들과 섞인 한국 배우들의 모습까지 어쩡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싱겁고 작위적인 내러티브라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적으로 잡아채는 뮤직비디오처럼 쿨한 러닝타임이었으면 하는 사견이 피어오르는 것.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처럼 무국적성을 띄는 이 영화의 배경은 그 심미적인 화면과 결합하며, 단숨에 판타지의 세계로 점프한다. 여기에 인물들이 가진 다소 신파적인 슬픔의 실체까지 가세하다 보니, 그 우울의 너비에 비해 진정한 공감을 끌어내는 지점까진 도달하진 못한다.

일본이 투자하고, (몇몇 한국 배우들을 제외하고) 그 출연진과 스탭 모두 일본인, 이에 한국어 대사로 진행되는 <호텔 비너스>. 그러한 형식은 분명 색다른 시도지만, 음미할 만한 사유가 부재한 채 떠다니는 이 영화의 공허한 슬픔은 마지막에 던져지는 삶에 대한 작은 희망의 제스처마저 조금은 퇴색되게 만든다. 아쉽게도 말이다….

(총 0명 참여)
kkmkyr
한국인도나오네요   
2010-09-0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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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비너스(2004, The Hotel Ve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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