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찬 감독의 <청연>이 채 50만도 동원하지 못하고 극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의 완성도, 대중적 친화력 등등 영화내적인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겠지만 영화 외적인 그 놈의 '친일'논란이 불러온 측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개봉하기도 전에 불거진 이 문제, 과연 우리의 편협하고 닫힌 사고방식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전 이 영화 대단히 재미있게는 보지 않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친일논란은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자리한 배타적 민족주의가 요상한 결집력을 발휘해 한 편의 영화를 구석으로 몰아부쳤다는 말입니다. 영화는 분명 그걸 야기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걸 미화시키지도 않았고 과장하지고 않았습니다. 감독이 실수한 게 있다면 이러한 기이한 집단적 징후를 읽어내지 못한 거겠죠.
한번쯤 심사숙고 해봤으면 합니다.
작금의 인터넷 문화가 과연 올바른 토론환경을 생산성 있게 다지는 필드로 움직이고 있는지 말입니다.
유령처럼 떠도는 네티즌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느 순간 집단적 폭력덩어리로 돌변해 작품이든 사람이든 뭐든 억울하게 매장시키고 있는 현실 정말 무서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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