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대한민국 전역을 들끓게 했던 '오노 사건'이 고스란히 재현됐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당시 한국의 김동성이 미국의 안톤 오노를 밀쳤다는 애매한 판정으로 실격 처리돼 분루를 삼켰던 한국은 25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계주 결승에서 한국선수가 중국선수를 밀었다는 이유로 실격돼 금메달을 중국에게 넘겨줬다.
문제는 과거 오노의 '헐리우드 액션'에 속아 김동성의 금메달을 박탈했던 심판이 이날 경기에서도 주심으로 나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날 여자 쇼트트랙 3000m계주 결승 경기에서 주심을 맡은 호주의 '제임스 휴이시' 심판은 한국팀이 결승선을 1위로 통과, 감격의 세레모니를 하고 있는 와중 부심들과 심각한 표정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팀의 승리를 확신한 선수들과 코치진은 이런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선수들이 태극기를 온 몸에 두르고 경기장을 한 바퀴 돌 무렵,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심판진이 한국의 실격을 선언한 것이다.
순간 선수들은 멍한 표정으로 태극기를 힘없이 내렸고 분노한 코치진은 해당 심판을 향해 격렬한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까지 거친 '최종 판정'이 내려진 이상 결과를 되돌릴 순 없었다.
어쩔수 없이 트랙에서 빠져나와 자리로 돌아온 선수들은 기쁨의 눈물 대신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일단 제임스 휴이시 심판을 비롯한 심판진은 5바퀴를 남기고 김민정이 트랙 안쪽을 비깁고 들어가는 순간 중국 선수를 오른팔로 밀쳤다는 판정을 내렸다. 당시 경기에서 중국 선수가 김민정과 일종의 '충돌'을 빚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김민정과 접전을 벌이던 중국 선수가 갑자기 뒤로 쳐지며 순위에서 밀려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
이와 관련, 경기 장면을 찍은 슬로비디오를 살펴 보면 김민정과 중국선수의 스케이트날이 서로 살짝 부딪힌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정당한 레이스' 도중 중국 선수가 밀려났음을 방증해 주고 있는 것.
그러나 심판진은 김민정이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내뻗은 오른 팔이 중국 선수의 왼쪽 얼굴에 닿은 장면을 두고 '반칙성 차징'을 한 것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한국 코치진과 선수들이 보는 시각은 달랐다. 김민정 선수가 고의로 중국 선수를 밀친 것도 아니고 실제로 상대 선수의 얼굴을 밀어낸 적도 없다는 것. 얄밉게도 해당 중국 선수는 경기 직후 자기 자리에 앉아 마치 김민정에게 맞아 부상을 당했다는 듯 왼쪽 뺨을 자꾸 어루만지는 쇼맨십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쳐 세계신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한국 대표팀은 8년전 '오노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에 의해 또 한번 판정이 번복되는 나쁜 관행을 차단 하기 위해서라도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어 전세계 만인에게 알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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