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기획의도 : 1591년(선조 24년)~1623년(인조 1년)사이는 왜란과 내란, 반정이 일어났던 격변과 혼란의 역사. 난세를 가로 지르며 왕조의 명운을 지켜냈던 역사의 주역들과 이들을 보듬어 안았던 여인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왕권은‘모든 것을 초월하며 국가와 사회를 지탱하는 유일한 율법’이기 때문에 그 존재는 절대적이다. 그래서 왕권에 대한 도전은 있을 수가 없다. 왕권 수호라는 명분을 내걸면 그 앞에는 관습, 도덕, 설사 핏줄까지도 아무 소용없다. 이 법칙은 우리 역사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광해군이 저지른 패륜이 어찌 조선 역사에만 있겠는가? 이집트에도, 로마에도, 중국에도,일본에도 왕권 수호의 명분 아래 부모가 자식을, 형이 아우를, 심지어 아내가 남편을 도륙낸 역사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그들의 역사는 그걸 단순한 ‘패륜’으로 기록하지 않았다. 광해군이 아닌 그 어떤 제왕도 만약 광해군이 처했던 똑같은 상황에서 왕권에 대해 심각한 도전을 받았다면 광해군처럼 행동하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은 아무데도 없다. 그렇다고 이 드라마를 통해 광해군을 미화하거나 면죄부를 주자는 건 아니다. 다만 광해의 입을 통해 당시 상황을 ‘勝者의 기록에서 誇張이라는 거품’을 뺀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들어본다.
선조, 광해군때의 치세 중에는 우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名臣, 名將, 巨儒, 碩學들이 유난히 많다. 이런 인재들이 국가 운명이 백척간두에 섰던 그 국난의 시대에 고작 패거리를 지어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오로지 당파 싸움만 했을까?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그렇게 보이도록 만든 건 일제식민사관의 음모 탓이다. 이 드라마는 이런 인물들이‘종묘사직과 국가 민족을 위해서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불꽃 튀는 토론의 場을 펼쳐가던 그 도도하고 고집스런 기개’에 초점을 맞춘다. 식민사관이 우리에게 주입한 ‘당파 싸움 때문에 국난을 초래했다’는 종래의 부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오히려 ‘그런 치열한 토론의 장이 있었기에 국난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전환한다.
「왕의 여자」는 통치자들이 궁중을 중심으로 노저어가는 선이 굵은 정치 드라마에다 깊은 강물처럼 조용하나 결코 그 흐름을 무시할 수 없는 민초들의 희노애락이 함께 엉켜 진행된다. 선조.광해.인조 시대의 역사는 사공이 물살을 거스러기도 하고, 강물이 배를 뒤집기도 하고 또 때로는 조화롭게 순탄한 뱃길을 열어가기도 한다. 다양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격동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사극이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역사적 사실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픽션’이 가미 될 수밖에 없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리고 원작인 월탄 선생의 ‘자고 가는 저 구름아’를 가급적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극 전반을 통해 창작된 가공 인물을 등장시켜 드라마를 더욱 기름지게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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