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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공장 소녀(1989, The Match Factory Girl)
배급사 : (주)영화사 백두대간

짧아서 더 재밌게 본듯 인상적인 영화 ★★★☆  tree 20.08.24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슬펐던... ★★★★☆  aliens2020 06.12.02
둘도 없는 명작, 섬뜩하다 ★★★★  director86 06.08.23



성냥팔이 소녀, 그 이후...

안데르센의 동화 속 성냥팔이 소녀는 만인의 기대처럼 성냥불 환상 속에서 행복하게 하늘로 올라가지는 못했다. 현실은 동화가 아니니까. 소녀는 자라서 성냥공장에 다니게 된다. 조그만 상자 속에 차려자세로 담겨지는 성냥들처럼 그녀도 덜컹거리며 굴러가는 기계들의 소음에 파묻혀 매순간 순간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을 버린 남자와 부모, 그리고 추파를 던지는 음흉한 눈빛의 사내에게 끝내주는 성능의 쥐약을 한 잔씩 선물한다. 그녀도, 그걸 받아 마시는 모든 사람들도 이제서야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들이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 이것은 20세기 말, '성냥팔이 소녀'에 대한 까우리스메끼만의 현대판 해피엔딩인가? 아무 일 없는 듯 언제나 돌아가는 기계처럼 담담하다 못해 무표정하기까지 한 그녀의 얼굴은 격렬한 혁명의 잔혹한 잿더미에 대한 우화일런지도 모른다.


담백한 살인 미학

많은 영화에서 살인을 하는 이는 이성과 비이성의 경계 언저리에 놓여지거나 아니면 비정상적인 살인마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살인이라는 행위는 인간으로서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인간적인 것과 비인간적인 것, 이성과 비이성의 경계를 확정짓는 가장 원초적인 낙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까우리스메끼의 소녀 이리스는 이러한 통념을 크게 뒤흔들어놓는다. 그녀의 살인행위는 단조로운 그녀의 일상만큼이나 모든 감정과 의미의 끈을 배제한 상태에서 기계적으로 이루어진다. 남자와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복수심에 차 있거나 광기로 희번득거리는 눈을 그녀에게선 찾아볼 수 없다. 아니 차라리 그녀는 그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편안한 미소까지 짓고 있다. 바에서 만난 느끼한 사내의 술잔에 능청스럽게 쥐약을 부어넣는 장면에서는 섬뜩하다가보다는 차라리 피식 웃음마저 터뜨릴 지경이다. 비인간적인 것에 대한 인간적인 것의 항변과 자유의지가 세상의 통념과 벌이는 한바탕 싸움이 이보다 더 담백하고 솔직하게 표현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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