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메크너의 환상적인 세계가 대형 스크린으로!
“관객들에게 한 번도 체험하지 못한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는 꿈을 우린 늘 갖고 있다. 고대 페르시아야말로 그 꿈을 펼칠 수 있는 가장 멋진 무대다. 페르시아는 다양한 상상력과 판타지의 보고다. 우린 <아마겟돈>부터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 이르는 서사적 장르의 영화를 많이 제작했다.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도 그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거대한 상상력과 스케일, 엄청난 액션이 관객을 압도할 것이다.” -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
조던 메크너는 1989년 비디오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 Prince of Persia>를 제작했다. 그는 이렇게말한다. “나는 비디오 게임에서 다뤄지지 않은 소재를 찾고 있었다. 비디오 게임 초창기는 영화 초창기와 비슷했다. 우린 칼과 마법이 등장하는 영화나 공상과학풍의 영화를 비디오 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접목시키고 싶었다.”
마이크 뉴웰 감독은 “살아있는 신화를 영상화한다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한다. 다스탄이 왕자가 된 건 태생적 신분 덕이 아닌, 운명이었다. 6세기 페르시아 거리의 어린 소년 다스탄은 갈 곳도 없고 돈 한 푼 없는 고아였다. 그러던 어느 날, 다스탄은 사과를 훔치다 잡혀 얻어맞던 꼬마를 구해주려다 잡힌다. 이를 목격한 샤라만 황제는 그의 용기를 가상히 여겨 아들로 입양한다. 어린 다스탄에게서 위대한 성품을 발견한 것이다. 황제의 친아들인 두 왕자 터스(리처드 코일), 가시브(토비 케벨)와 함께 자라며, 다스탄(제이크 질렌할)은 부왕과 삼촌 니잠(벤 킹슬리)으로부터 왕자의 자질과 덕목을 배운다. 어릴 적 거친 시장통에서 강인하게 생존해온 성품이 그대로 남아있던 다스탄은, 점점 강한 전사로 성장해간다.
“모든 사람은 그 나름의 위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게 이 영화의 메시지”라고 벤 킹슬리는 말한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아무리 불우한 환경에 처해있더라도 좋은 배경에서 자라는 아이와 똑같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어린 관객들에게 줄 수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다스탄은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신성한 성 알라무트 침공에 앞장 섰다가 부왕 살해의 누명을 쓰고 알라무트의 공주 타미나(젬마 아터튼)와 함께 도망길에 오르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물과 기름 같은 두 사람은 황량한 사막을 건너며 수많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계속 티격태격한다. 부왕 살해의 누명을 벗고, 내면에 있는 참된 고결함을 찾기 위한 다스탄의 험한 여정은 계속되는데…
다스탄 역의 제이크 질렌할에 의하면 감독과 제작자는 이 영화를 ‘리얼리티에 바탕을 둔 작품’으로 만들길 원했다고 한다. 마이크 뉴웰 감독은 이렇게 덧붙인다. “나는 6세기 페르시아 사람들의 정신 세계를 영화에 그대로 반영코자 했다. 그 시절 사람들은 환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믿었고, 시간을 되돌리는 단검이 존재한다는 얘기도 믿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의 믿음대로라면 이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신비한 일들이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것이다.”
유럽 문명이 아직 발달하기 전인 그 당시 페르시아는, 그 광대한 제국에 수많은 도시들과 건축물들을 세웠다. 페르시아 폴리스, 바그다드, 수사, 파사르가대, 아르게 밤, 이스파한 등이 그 도시들. 전성기 때 페르시아 제국은 서쪽 유프라테스 강부터 동쪽 인더스 강까지, 그리고 북쪽 코카서스와 카스피해, 아랄해로부터 남쪽의 페르시아만에까지 뻗어 있었다. 현재 이란을 포함, 아제르바이잔,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토키 동쪽, 이라크 일부와 그 주변이 다 페르시아 영토였다.
원작자 조던 메크너에게 영향을 준 페르시아 문학 작품이 둘 있다. AD 1000년경 위대한 시인이었던 훼르도우시의 대서사시 ‘SHAHNAMEH’(왕의 책)와 고대 페르시아 및 중동, 인도의 설화와 전설을 모은 9세기경의 이야기집 ‘천일야화’가 그것이다. 메크너는 이 문학 작품들을 기반으로 수많은 판타지의 보고인 고대 페르시아 문화를 새롭게 각색해, 새로운 신화를 쓰고 싶었다. 그가 창조한 주인공은 중력의 힘을 거부하는 듯 몸놀림이 날렵하지만, 어쩔 수 없이 물리적 법칙과 인간 능력의 한계에 부딪히는 캐릭터다. 메크너는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인간적이고 평범한 캐릭터를 창조하고 싶었다. 뛰어내리다 다치면 아파할 줄 아는….”
메크너는 비디오 게임 제작에서도 큰 도약을 이뤄냈다.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를 통해 좀더 리얼하고 사실감 넘치는 테크놀로지 개발에 성공한 것. 책임 프로듀서 마이크 스텐슨은 “메크너의 비디오 게임이 환상적”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스텐슨은 이렇게 덧붙였다. “그 게임엔 판타지의 요소가 가득했다. 2003년에 출시된 게임의 소재였던 ‘시간의 모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영화화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처음에 우린 그 소재를 가져오되,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처럼 스토리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려고 생각했으나 나중에 결정을 바꿔 조던 메크너의 게임 스토리를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감독으로는 당연히 마이크 뉴웰이 결정됐다.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는 마이크 뉴웰이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과 같은 드라마틱 코미디부터 <도니 브래스코>와 같은 거친 길거리 영화는 물론, <해리 포터와 불의 잔>과 같은 어드벤처 판타지물에 이르기까지 어떤 장르의 작품도 소화할 수 있는 감독이라고 평한다. “뉴웰은 놀랍도록 다양한 색채를 지닌 감독이다. 우리에겐 그 점이 중요했다. 폭넓은 관객층을 흡수할 재미있는 영화인 동시에 캐릭터와 스토리에 초점을 맞춘 특별한 영화를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다.”
제이크 질렌할을 비롯한 최강 출연진
영웅의 자질은 무엇일까? 다스탄의 캐릭터는 다양한 기량을 지닌 배우를 필요로 했다. 고전영화 주인공의 늠름함에 유머 감각과 약삭빠름, 거기에 내면 깊이 감춰진 진지함까지 다 갖춘 캐릭터였기 때문. 제이크 질렌할은 <조디악> <자헤드> <브로크백 마운틴>과 같은 작품들에서 이미 깊이 있는 연기 역량을 보여준 바 있으며, 그 중 <브로크백 마운틴>으로는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고 BAFTA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는 오래 전부터 질렌할을 지켜봐 왔고, 그와 꼭 영화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뛰어난 배우다. 외모도 멋진데다 성품도 훌륭하고 더 할 나위 없이 성실하다. 이 영화를 위해 엄청난 훈련도 기꺼이 감수하면서 근육을 많이 키웠다. 격투 훈련, 칼 싸움 훈련, 말 타기, 파쿠르 훈련 등 수많은 트레이닝을 촬영하는 100일 동안에도 쉬지 않고 계속했다.”
마이크 뉴웰 감독은 질렌할이 “호기심이 많고 상냥하며 오픈되어 있으면서도 터프하고 코믹한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 모든 장점을 이 영화 속 캐릭터에 쏟아 부었다는 것. “난 그가 굉장한 카리스마를 지닌 훌륭한 배우라고 늘 생각했었지만 이 정도로 멋진 액션 영웅일 줄은 몰랐다. 그는 격투나 칼 쓰기, 말 타기, 달리기, 점프, 벽 타기 등을 너무나 훌륭하게 잘 소화해냈다.” 원작 비디오 게임을 만든 조던 메크너 역시 이 점에 동의한다.
제이크 질렌할은 다스탄 역의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을 때 무척 기뻤다고 회상한다. “<페르시아의왕자: 시간의 모래>는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영화들과는 많이 다른 작품이었다. 다스탄과 같은 아이콘을 연기한다는 게 무척 재미있고 흥미로운 도전이 될 거라 생각했다. 난 모든 걸 할 수 있는 슈퍼맨보다는 인간적인 면모를 그대로 지닌 영웅을 연기하는 게 더 좋다.”
타미나 공주 역은 전 세계를 망라하는 캐스팅 작업을 거쳐 젬마 아터튼으로 낙점됐다. 최근 런던의 드라마 예술 로얄 아카데미를 졸업한 그녀가 제리 브룩하이머를 비롯한 제작진의 눈에 띈 것. 브룩하이머는 그녀를 캐스팅한 걸 큰 행운이라고 말하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그녀는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작은 배역을 맡았는데, 그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우리가 그녀를 캐스팅했다. 그 영화가 개봉된 후 많은 관심이 그녀에게 쏟아졌다. 만약 타이밍이 늦었으면 캐스팅을 못할 뻔했다. 젬마는 앞으로 큰 스타가 될 것이다.”
그 외에 다스탄의 숙부이자 샤라만 황제의 동생인 니잠 역엔 벤 킹슬리가 캐스팅됐고, 시크 아마르 역은 베테랑 배우 알프레드 몰리나가 맡았다. 그 밖에 리처드 코일, 토비 케벨이 터스와 가시브 역을, 스티브 토어세인트가 아프리카인 전사 세소 역을, 로널드 픽업이 샤라만 황제 역을, 리스 리치가 다스탄의 시종 비스 역을, 윌 포스터가 어린 다스탄 역을 각각 맡았다.
최고의 고수들에게 한 수 배우다
중력을 거스르는 환상적인 파쿠르(맨몸으로 벽을 타고, 건물 사이를 고공 점프하는 등 고난도의 기술을 요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동작부터 타조 경주, 근동 지역의 대규모 전투 장면에 이르기까지 이 영화엔 스턴트 감독들이 맘껏 기량을 펼칠 장면이 수두룩했다. 제1조 스턴트 감독은 조지 아귈라, 2조 감독은 그렉 파웰, 모로코 스턴트 감독은 스티븐 포프, 격투 스턴트 감독은 토마스 듀퐁과 벤 쿡, 파쿠르 동작 연출은 데이비드 벨이 각각 맡았다. 배우들은 촬영 몇 주 전부터 몸을 만드는 훈련에 들어갔기 때문에, 제이크 질렌할의 경우에도 촬영할 때는 이미 달리기, 사이클링에 능한 만능 스포츠맨으로 변신해 있었다. 그는 다른 출연진과 함께 스페인의 1급 승마 선수 리카르도 크루즈 모랄의 지도 하에 마드리드 외곽에 있는 모랄의 목장에서 승마 훈련을 받았다. <캐리비안의 해적> 3부작의 스턴트 감독을 맡았던 토마스 듀퐁이 벤 쿡과 함께 이 작품의 격투 스턴트 감독을 맡았는데, 그는 양쪽에 칼날이 붙은 채찍을 휘두르는 ‘하샌신’ 하사드 역으로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제일 힘들었던 건 8200피트 높이에서의 액션 장면 촬영이었다고. 토마스 듀퐁은 이렇게 설명한다. “높은 곳에서 촬영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싸움 동작을 쉴새 없이 계속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 번에 길게는 1분씩 여러 동작을 계속해야 하는데 1분이 얼핏 듣기엔 짧은 시간 같지만 온 힘을 다해 뛰고 점프하고 주먹을 날리다 보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특히 8000피트 이상 되는 높이라서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는 더 극심하다.”
제작진은 원작 비디오의 액션에 충실하기 위해 파쿠르 동작을 극에 도입했다. 마이크 뉴웰 감독은 이렇게 설명한다. “비디오 게임을 보면 왕자가 벽을 뛰어오르는 등 파쿠르에 기본을 둔 여러 동작을 많이 보여준다. 파쿠르는 파리 외곽의 청소년들이 심심풀이 삼아 신체 묘기를 선보이며 재주를 겨루던 것이 발전된 스포츠의 일종이다. 나는 파쿠르에 대한 다큐멘터리 필름을 많이 봤는데, 건물 벽을 걸어다니고 옥상에서 옥상으로 건너 뛰기도 하는 등 뛰어난 묘기들이 넘쳐났다. 그래서 세계적인 파쿠르 전문가들을 초빙, 재주를 전수받았다.”
제리 브룩하이머는 이렇게 덧붙인다. “우리는 최고 중의 최고를 초빙했다. 그게 바로 데이비드 벨이었다.” 데이비드 벨은 파쿠르를 창시한 전설적인 인물. 프랑스에선 파쿠르를 ‘움직임의 예술(L’art du Deplacement)이라고 부른다.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의 액션은 크게 두 가지 동작을 결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파쿠르 동작’과 그 일부라 할 수 있는 질주(Free Running)이 그것.
데이비드 벨과 함께 파쿠르를 훈련한다는 소식에 가장 고무된 사람은 어린 다스탄 역을 맡은 윌 포스터였다. ‘솔직히 처음엔 무척 떨리고 긴장됐다. 하지만 데이비드가 정말 편하게 대해준데다가 내가 프랑스어를 좀 할 줄 아는 덕에 긴장은 곧 풀렸다. 데이비드는 다양한 점프와 공중제비 돌기 동작을 보여줬고, 내 동작에 대해 자상하게 조언도 해줬다. 그는 아이들에게 파쿠르를 제대로 전파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 파쿠르는 남의 시선을 끌기 위한 묘기가 아니라 오랜 시간 인내를 갖고 꾸준히 연구하고 훈련함으로써 심신을 단련하는 스포츠라는 게 그의 신념이었다.”
엄청난 더위 속에서의 모로코 촬영
“모두들 모로코가 멋진 나라라고 한다. 하지만 7월과 8월에 가는 건 솔직히 말리고 싶다. 우린 7월과 8월 내내 그곳에서 촬영하며 더위로 엄청 고생했다.” 모로코 촬영을 마친 마이크 뉴웰 감독의 말이다. 알프레드 몰리나도 한 마디 거든다. “왜 내가 묵는 호텔이 텅텅 비어있는지 처음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유럽 사람들은 8월이면 모두 바캉스를 떠나는데 왜들 안 보이는지 이상했다. 그러나 곧 깨달았다. 8월의 모로코는 너무너무 더워서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걸! 8월의 모로코에선 아무도 일을 하지 않는다. 우리처럼 미친 영국인들 빼곤….”
그러나 제리 브룩하이머는 모로코에서 고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는 건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그곳에선 고대와 현대가 어디서나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 마라케시의 세련된 레스토랑이나 우아한 클럽, 1급 호텔 주변 어디에나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온 방식대로 수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있다. 도시 외곽에 사는 사람들은 더욱 전통적인 방법으로 살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영화가 모로코에서 촬영되었던 덕에 영화 촬영의 인프라도 잘 구축돼 있고, 기술진과 노동력도 충분하다. 모로코 정부도 무척 협조적이다. 모로코 사람들 중엔 솜씨 좋은 장인들이 많다. 촬영하면서 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출연진과 제작진은 엄청난 더위와 높은 고도, 위험한 해충들의 위협 속에서 수없이 많은 양고기 햄버거를 먹어치우며 황량한 사막 속에서의 촬영을 강행했다. 장장 6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된 건 2008년 7월 23일. 첫 두 주간은 마라케시에서 75킬로미터 떨어진 해발 8200피트 고지의 오카임덴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이 외딴 고산 지대로 이동하기 위해선 버단트 아우리카 계곡을 지나 꼬불꼬불하고 위험한 산길을 한참 올라가야 했다. 그러나 노예들의 계곡 장면을 찍기에 그곳은 최적의 장소였다.
촬영지로 가는 길을 내기 위해 20명의 모로코인 노동자들이 3주 반 동안 공사에 동원됐다. 그동안 대형 식당 텐트와 조리실 등을 포함한 베이스 캠프들이 설치됐다. 북아프리카의 한여름 더위는 38도를 밑도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모로코 촬영 기간 중의 기온은 40도 안팎. 촬영 중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기온에 육박하는 날도 꽤 많았다.
페르시아군으로 분장한 500명의 엑스트라들이 알라무트로 진군하는 장면을 찍은 곳은 이저게인에서 북쪽으로 18마일 떨어진 아가파이 사막이었다. 기술 및 보안 자문을 맡은 해리 험프리스와 모로코인 경관 로프티 살라오위가 수백 명의 모로코인 엑스트라들의 훈련을 담당했다. 미 해군 특수부대 출신인 해리 험프리스는 제리 브룩하이머와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온 영화 산업계 최고의 기술, 군, 보안 자문 전문가. 험프리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린 400명의 엑스트라들을 단 사흘 안에 적진으로 진군하는 군병으로 탈바꿈시켜야 했다. 다행히 살라오위 경사가 노련한 훈련 기술을 십분 발휘, 그 힘든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었다.”
마라케시에서 남서쪽으로 20킬로미터 떨어진 타메슬로트는 도로도 없이 몇 개의 상점과 낡은 오두막들, 작은 역 하나에 소박한 주민들이 사는 마을. 700년 된 성벽이 있는 이 마을이 디자이너 울프 크뢰거의 손에 의해 가상의 도시 알라무트 성으로 꾸며졌다. 크뢰거는 이곳에 타지마할 궁과 같은 50피트 높이의 궁전을 세우고, 그 옆엔 발코니가 달린 붉은색과 하얀색의 구조물과 중앙 분수를 만들었다. 모든 건축물과 구조물은 측면에 코끼리 조각을 새겨 넣었다. 그리고 주변 거리는 갖가지 종과 꽃 장식이 현란한 상점들 및 사원 등으로 꾸며 페르시아 옛 거리의 디테일한 풍광을 리얼하게 재현해냈다. 고대의 진흙 토담에 인간과 짐승의 모습을 표현한 프레스코화도 그려 넣었다. 시나리오 작가 카를로 버나드는 “세트장이 너무 커서 길을 잃을 정도였다”고 말한다.
제리 브룩하이머와 마이크 뉴웰 감독은 크뢰거가 거대한 스케일과 섬세한 디테일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이 영화의 컨셉에 맞는 완벽한 세트를 제작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마이크 뉴웰 감독은 이렇게 설명한다. “‘크뢰거는 두 가지 면에서 탁월하다. 첫 번째는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릴 줄 안다는 것, 두 번째는 치밀하고 섬세한 디테일 묘사에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는 화가의 눈을 갖고 있고 나처럼 동양 예술에 원래부터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위해 특별히 고대 페르시아와 근동의 건축물에 대해 방대한 조사와 연구를 했다.”
크뢰거와 함께 작업한 사람들은 미술감독 조나단 매킨스트리와 개리 프리먼, 세트 데코레이터 엘리 그리프, 소품감독 데이비드 발포, 병기 담당 리처드 후퍼, 건축감독 조시 메이어, 브라이언 네이버, 그리고 수많은 아티스트들과 기술진이었다. 크뢰거와 그의 팀은 이슬람이 들어오기 전인 6세기 페르시아의 정통 건축 양식에다, 판타지의 요소가 많은 디자인을 결합시켜 원작 비디오 게임의 초자연적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알라무트는 가공의 도시. 지상 낙원 샹그릴라를 연상시키는 그 성은 한눈에 봐도 인도의 분위기가 물씬 난다. 조나단 매킨스트리에 의하면, 이 모든 디자인 요소에 북아프리카의 문화적 특징도 가미됐다고 한다.
극중에 사용된 많은 소품과 구조물은 모로코 자국인들의 뛰어난 솜씨로 제작됐다. 그리프의 세트 데코레이션 팀과 발포의 소품 팀, 후퍼의 병기 담당 팀 모두 필요한 모든 걸 마라케시의 공업 지대에 있는 대규모 공장에서 제작, 조달했다. 샤라만 황제의 말이 끄는 영구차와 뚱뚱한 무갈 왕족의 1인승 가마는 스튜어트 로스가 제작한 것.
병기 담당 후퍼는 불가마처럼 뜨거운 모로코의 트럭과 춥고 썰렁한 파인우드 스튜디오의 공장을 오가며 필요한 모든 무기를 제작해냈다. 영화를 위해 모든 게 무(無)에서 창조됐다. 일단 디자인과 컨셉을 미술팀과 제작자, 감독이 승인하면 제작에 들어갔다. 후퍼는 “페르시아군 무기의 기본 컨셉은 6세기 페르시아의 무기 자료와 비디오 게임의 컨셉을 참고하여 디자인됐다’고 설명한다. 또한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우리는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터키, 이라크, 이집트와 영국 런던의 스미소니언 박물관 등을 견학했고 당시 페르시아의 무기와 갑옷에 관한 각종 서적들을 읽었다. 그 속에서 뽑아낸 다양한 스타일과 디자인 요소를 기본으로 우리만의 스타일을 재창조, 칼과 단검, 방패 등을 제작했다.”
후퍼의 팀이 만든 아이템의 개수는 칼, 방패, 창, 도끼, 화살과 활, 화살집, 단검, 하샌신의 무기 등을 통틀어 총 3500개에 달했다. 재료는 쇠, 나무, 고무 외에도 필요한 모든 것이 동원됐다. 물론 모로코 장인들의 솜씨를 많이 빌렸다. “우릴 도와준 가죽, 금속 공예가와 직물 제조업자들의 기술 중엔 영국, 미국 등의 선진국에선 이미 잊혀진 것들도 많았다”고 후퍼는 말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소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니뭐니해도 ‘시간의 단검’이 아닐 수 없다. 다른 많은 아이템들과 마찬가지로 단검의 최종 버전은 수많은 자료 조사와 기획, 실험을 거친 끝에 탄생했다. 소품감독 데이비드 발포는 ‘시간의 단검’ 제작과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처음엔 옛 인도의 단검을 모델로 제조했는데, 브룩하이머가 게임 속의 단검과 비슷한 모양을 원했다. 문제는 게임 속 단검 자루의 모습을 3차원의 실물로 제작했을 땐 영화 속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칼자루의 유리 손잡이와 금속 세공 부분, 모래를 쏟아내는 보석 단추의 디자인을 수없이 수정했다.”
데이비드 발포는 이 단검을 20개의 버전으로 제작했다. 모양은 모두 같지만 그 기능은 전부 다르도록 말이다. “메인 버전의 단검은 칼날이 금속으로 돼있다. 동으로 형태를 제작한 뒤 금으로 도금해 묵직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양을 최대한 표현했다.” 그렇게 탄생한 단검이지만 액션 장면이 워낙 많다 보니 계속 보수를 해야 했다. “‘내동댕이쳐지고 발에 차여 떨어지는 일이 많아 계속 보수를 해야 했다. 그래서 똑같은 모양의 복제품을 단단한 재질과 부드러운 고무 재질로 만들어 액션 신에 사용하기도 했다.”
시크 아마르의 사막 속 왕국은 마라케시에서 북서쪽으로 45킬로미터 떨어진 부에이소운에서 촬영됐다. 타조 경기 촬영은 나흘이 걸렸는데, 까다롭고 성질 사나운 타조들을 조련시키느라 애를 먹었다는 후문. 타조 전문가 빌 리버스와 제니퍼 헨더슨의 도움 하에 스턴트 감독 조지 아귈라가 조련을 총지휘했고 모로코의 프로 경마 기수 8명이 동원됐다. “기수 중에 타조를 타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말 타는 것보다 타조 타는 게 훨씬 어렵다. 타조는 말보다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내릴 땐 타조 발에 채이거나 밟히지 않도록 조심해서 내리는 기술도 필요하다’고 리버스는 설명한다.
이곳에서의 촬영을 끝내고 일행은 2시간 반 동안 차를 달려 200킬로미터 떨어진 ‘북아프리카의 할리우드’ 와르자자테로 향했다. 와르자자테에서 40분 거리인 리틀핀트 오아시스에서의 일일 촬영 계획표엔 이런 두 개의 경고 문구가 들어있었다. ‘오늘 세트장에서 타조를 건들지 마시오.’ ‘바위 밑이나 주변에 뱀과 전갈이 있을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시오.’ 그러나 ‘뱀 사나이’(Snake Dude)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있는 한 모로코인 덕에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늘 입가에 미소를 띄고 있는 그 모로코인은 뱀과 독충을 다루는 전문가로, 촬영진이 도착하기 전에 주변의 뱀과 전갈 따위를 잡아 가두는 임무를 맡았다. 그는 촬영이 끝나면 병에 가득 잡아둔 뱀과 독충을 다시 풀어주곤 했다.
와르자자테 다음의 로케이션 장소는 매우 특별한 장소였다 1987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고대의 요새 도시 아이트벤하두가 그곳. 갈색 흙과 자갈로 지어진 베르베르족 풍의 건축물들이 있는 이 도시 옆에 크뢰거는 아이트벤하두 거리의 이미지를 살려 나사프의 시장통 거리를 조성했다.
모로코에서의 마지막 이틀간은 유명한 메르수가 모래 둔덕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책임 프로듀서 에릭 맥레오드는 “450피트 높이의 황금빛 모래산이 신기루처럼 솟아있는 이 척박하고도 아름다운 사막이야말로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 >의 로케 촬영을 마칠 가장 완벽한 장소였다”고 말한다.
파인우드 방음 스튜디오에서 마법의 세계를 창조하다
모로코에서의 촬영을 마친 일행은 영국으로 돌아왔다. 덥고 무질서한 모로코에서 시원하고 쾌적한 파인우드 스튜디오로 촬영 장소가 바뀌자 다들 한동안 일종의 문화 충격에 빠져 있었다고. 한편 촬영진이 모로코에서 고생할 동안 영국 쪽 미술감독 개리 프리먼의 미술팀과 건축팀은 9개의 스튜디오에 35개의 세트장을 제작했다. 알라무트의 동쪽 성문 세트는 그 벽 높이가 50피트에 이르러 파인우드의 007 세트장 전체를 가득 차지할 정도였다. 성 주변에 심은 야자나무는 스페인에서 공수, 존 마슨의 원예 팀이 관리했다. 이 세트장에서 수백 명의 엑스트라와 25필의 말이 성을 공격하는 거대한 전투 신이 촬영됐다. 영국 쪽 건축감독 브라이언 네이버 팀은 14주일 만에 알라무트 동쪽 성문을 만들었는데, 들어간 몰딩용 석고만도 40톤에 달한다.
그 외에 파인우드 스튜디오에 지어진 주요 세트 중 하나로는 ‘단검의 신전’을 꼽을 수 있다. 폭포와 웅덩이가 있고 보석으로 장식된 제단에 제물들이 놓여진 이 신전은 다스탄과 하샌신이 격투를 벌이는 장소이기도 하다. 내부의 모습이 모로코 촬영지의 외부 모습과 매치되도록 각별히 신경을 썼다는 후문. 그 외에 아브라트 바자를 똑같이 복제한 세트를 비롯, 액션 장면에 등장하는 성의 길거리와 지붕 등도 모두 파인우드에서 세트로 제작됐다.
페니 로스, 카펫을 잘라 의상을 만들다
마라케시의 산업 지대에 있는 한 창고 건물이 촬영 기간 동안에는 페니 로스의 팀에 의해 꿈의 공장으로 변신했다. 재단사, 신발 제조 기술자, 재봉사, 모자 제조 기술자, 염색 기술자 등이 페니 로스의 지휘 하에 이곳에서 모든 필요한 의상 아이템을 제작했다. 로스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그려진 동양에 관한 그림들을 의상 디자인에 많이 참고했다”고 설명한다. 옷의 형태, 흘러내리는 듯한 망토 등을 많이 반영했다는 것.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를 위해 그녀가 제작한 의상은 총 7000벌 이상에 이른다.
최고의 프로들, 화면에 마법을 부리다
“이미 볼 만한 건 다 봤다고 생각하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뭔가를 또 보여주기 위해 우린 끊임없이 노력한다.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 에서도 분명 관객들은 새롭고 혁신적인 뭔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
톰 우드와 제작진, 감독, 컴퓨터 전문가, 기술진들이 모여 만들어낸 이 영화의 시각효과 컷은 1200여 장면에 달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시간을 되돌리는 장면과 거대한 모래폭풍 장면, 하샌신 두목의 독사들이 등장하는 장면 등이다.
톰 우드는 이 영화의 시각효과 작업을 위해 모든 첨단 테크놀로지와 전문가를 동원했다. 그가 가장 신경 쓴 건 극중 네 번 나오는 시간이 되돌아가는 장면. 단검 자루의 보석 단추를 누르면 모래가 쏟아져나오면서 시간이 되돌아간다. “‘그냥 필름을 거꾸로 돌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우드는 말한다. “그럼 아마 관객은 VCR을 되돌리는 느낌을 받을 게 뻔했다. 뭔가 독창적이고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기법이 필요했다. 시간과 공간이 휘어지는 듯한 SLIT-SCAN 방식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부분은 특수효과 회사 ‘더블 네가티브’에 의뢰했다.”
더블 네가티브사가 사용한 방법은 일명 ‘EVENT CAPTURE’ 기법. 이에 대해 우드는 이렇게 설명한다. “똑같은 렌즈를 끼운 ARRIFLEX 435 카메라 9대를 동원, 45도의 셔터 앵글로 1초에 최고 48프레임까지 촬영했다. 가능한 최대로 정밀한 화면을 얻기 위해서였다. 더블 네가티브사에서 많은 인원이 나와 촬영 때마다 카메라의 위치를 잡아줬다. 한번은 카메라 설치에만 두 시간씩 걸렸다. 주요 출연진도 20분 촬영하고는 두 시간 동안 기다렸다가 다시 와서 20분 촬영하는 식이었다. 자칫 연기의 몰입도가 떨어질 수도 있고, 모두에게 꽤 인내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