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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유일한(1999, Come Te Nessuno Mai)
배급사 : (주)동숭아트센터

[리뷰] 나에게 유일한 04.08.05
이탈리아판 '몽정기' ominimo 04.07.24
혼란 속에서의 그들... namunara2000 04.07.24
기대이하 ★  ss502 10.06.30
귀엽고 앙증맞은 베드신 ★★  fadkim 10.06.20
엉뚱한 사랑...고이고 또 꼬인다 ★★☆  shin4738 08.05.28



▫ 21세기 이탈리안 시네마의 총아
  : 가브리엘레 무치노(Gabriele Muccino)를 통해
    동시대 살아 숨쉬는 네오리얼리즘을 만나다

60년대 이후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텔레비전과 자국영화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70, 80년대의 춘추전국시대를 건너온 이탈리아 영화는 신화와 기억이라는 주제로 혜성같이 등장한 따비아니 형제와 소비 지상주의를 코미디로 풍자하는 마우리지오 니세티, 그리고 현실도피와 낭만주의 사이를 줄타기 하는 가브리엘 살바토레를 거쳐왔다. 90년대 이후 냉소와 애정을 담아 이탈리아와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 난니 모레띠, 판타스틱한 코믹 드라마에서 일가를 이루고 있는 로베르토 베니니 등이 이탈리아 영화의 얼굴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우리에 동시대 이탈리아 영화의 생생한 맥과 변화의 조짐은 잘 잡히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속에서 현재 이탈리아 영화산업의 중심에 가브리엘레 무치노가 있다. 그는 2001년 <마지막 키스 L'Ultimo Bacio / The Last Kiss>로 자국내 천 이백만 유로에 이르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이탈리아의 아카데미상에 해당하는 다비드 디 도나텔로 상의 다섯 개 부문을 휩쓸며 이탈리아 영화계에 잊을 수 없는 이름이 되었다. <마지막 키스>는 TV에 푹 빠지고 축구에 미치고 핸드폰의 노예가 된 공허한 현재 이탈리아 사회를 리얼하게 그린 것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후 2002년에는 삶에 닥친 불행과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리멤버 미 Ricordati Di Me / Remember Me>로 다비드 디 도나텔로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이탈리아 국제 영화 저널리스트 연합으로부터 각본상 등 3개 부분을 수상하는 등 무치노는 현재 이탈리아에서 가장 촉망받는 젊은 감독이 되었다.

초기작 <나에게 유일한>에서부터 최근작 <리멤버 미>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인들이 무치노의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가 연출하는 생생함 때문이다. 그의 카메라는 항상 주위 환경의 일부가 되어 인물과 함께 숨쉬며 그 현실적인 주제의 리얼리티를 포착해왔다. <나에게 유일한>에서도 관객은 열여섯 청춘들이 뿜어내는 고함소리와 싱싱한 에너지에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바로 그들 옆에서 숨어보는 관찰자의 시선을 갖게 된다.

네오리얼리즘은 영화사 속에 존재하는 지나간 흐름이 되었지만 현실을 반영하는 영화, 사회를 반영하는 영화라는 이탈리아의 전통은 이 젊은 신예감독이 펼치는 새로운 리얼리즘의 변주를 통해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이탈리아에도 류승완, 류승범 형제가 있다??
   : 무치노 형제가 발산하는 파워풀 에너지

뤼미에르 형제부터 패럴리, 워쇼스키 형제까지 숱한 형제감독들이 영화사에 등장하지만 감독과 배우의 역할로 형제가 함께 작업하는 흔치않은 경우가 한국의 류승완, 류승범 뿐 아니라 이탈리아의 가브리엘레 무치노와 실비오 무치노에게서도 있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배우의 ‘연기’라는 현신을 통해 감독의 의도가 드러나는 영화에서는 감독과 배우는 각자가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 서로의 마음을 궤뚫고 넘나드는 치열한 과정을 거친다. 이에 있어 십수년간 동고동락의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는 형제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보다 더 생생하고 진심어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감독인 형 가브리엘레는 일반적인 영화에서 소외되어있는 열여섯짜리 아이들의 과격하지만 심오한 감정들을 다루고자 하였다. 그래서 동생 실비오와 실비오의 여자친구와 함께 시나리오를 써나갔다. 처음에 가브리엘레는 동생을 주인공으로 하면 오히려 연기지도에 걸림돌이 될까봐 수백명의 오디션을 보았으나 결국 주인공 역할을 할 만한 배우를 찾아내지 못하자 동생 실비오에게 오디션을 보게 했고 이를 통해 실비오가 주연을 맡아야만 한다고 결정하였다. 또한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이 주인공들과 같은 나이여야만 공감을 얻는 작품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총 900여명이 넘는 오디션 과정에서 본능과 직관으로 연기를 펼칠 준비가 되어있는 17살 미만의 배우들을 구성하게 되었다.

그 결과 <나에게 유일한>은 형이 펼쳐준 스크린 위에서 맘껏 끼를 발산하는 동생의 연기가 기막힌 호흡을 이뤄내는 감칠맛 나는 작품이 되었으며 더불어 훈련받지 않은 생짜 배우들의 힘이 넘쳐나는 신선하고 파워풀한 젊은 영화가 되었다.


▫ <몽정기>, <아메리칸 파이>보다 실감나고
  <이투마마>보다 짜릿하다
  
무치노 감독은 이 영화에서 극과 극의 감정을 경험하는 평범한 열여섯 살 아이들을 매우 생생하게 그리는데 성공하였다. 어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가 섹스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호르몬 과잉 분비적인 발상과 자신을 키워준 모든 주변 환경에 대해 맹목적으로 대항함으로써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증명하고자 하는 이 시기 아이들이 지닌 과격함은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청소년기를 겪어 온 관객들에게 예기치 못한 웃음을 선사한다.

많은 틴에이저물 속에서 <나에게 유일한..>이 좀 더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작품엔 요즈음의 하이틴 물에 당연히 등장할 법도 한 그 흔한 화장실 유머도 없고 누군가 술에 취해 너저분한 웃음을 선사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정신없는 학교 점거라는 배경에다 원래의 의도와는 엉뚱한 방향으로 풀려나가는 상황을 배치하는 감독의 솜씨는 마치 셰익스피어의 소동극을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그 결과 <나에게 유일한..>은 과도하게 섹스 집착증을 보이는 미국식 틴에이저물이나 그에 경도된 여타의 하이틴물보다 훨씬 사랑스럽고 지적이며 영리한 작품이 되었다.


▫ 부모 자식간은 원수보다도 더 맘 터놓기 힘든 사이?!
  “엄마 아빠 때는 파시스트도
   우리가 싸우는 파시스트보다 잘났었단거죠?”

<나에게 유일한>에서 아이들의 과다 분출된 호르몬만큼 중요한 또 다른 축은 과거 자신들 역시 혁명분자들이었던 실비오의 부모들이다. 실비오의 부모는 학교 데모대에 동참하려는 아들을 말리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과거 자신들은 베트남전쟁과 부르주아에 반대하여 싸웠지만 아들은 너무 명분 없는 데모를 한다는 이유인데 사실 급진파 학생들의 데모 사유가 학교의 평준화와 민영화라는 사실을 보면 실비오 아버지의 지적이 틀린 것은 아닌 듯 하다.

<나에게 유일한>은 열여섯 청춘들의 소소한 연애 스토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지만 이 시대 젊은이들의 정치의식에 과한 감독의 통찰만은 매우 정확하고 날카롭다. 체 게바라가 티셔츠 속의 패션 아이콘으로 전락한 이 시대, 젊은이들은 의미가 부재하거나 혹은 모호한 슬로건을 내걸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사상에 대한 수사학도 공허하고 정치적인 견해 역시 게바라 티셔츠만큼이나 스타일로 소비한다. 이 지점에서 무치노는 모든 것이 실험되고 거쳐온 이 시대에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주적을 잃은 시대에 사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절실히 대항함으로써 자신을 증명할 대상이 모호해 진 것이다.

그리고 또 한편 이 작품이 편향되지 않은 영리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지적으로 뜨거운 시기를 거쳐 온 부모 세대를 그리는 방식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난다. 그들 역시 이제는 젊은 세대의 고민을 나눌 수 없는, 고작 애쓴다는 것이 그들의 자유를 인정하기보다는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폭 안으로 아이들을 가두려는 기성세대의 오류를 그대로 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무치노는 부르주아 문화에 편안하게 젖어든 과거 68세대들이 자신의 아이들로부터 조롱당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이들 세대에 대한 통렬한 조소 또한 잊지 않는다.



(총 1명 참여)
dreamcinema
사랑을 찾는 과정이다     
2007-04-29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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