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영화제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앞서 <올드보이>(2003)로 제57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박쥐>(2009)로 제62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아가씨>(2015)가 제69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에 이어 6년 만의 칸 진출이자 박찬욱 감독의 칸영화제 세 번째 본상 수상이다.
박찬욱 감독은 먼저 “칸영화제 세 번째 수상도 좋지만 그보다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지가 제일 중요하다”며 국내 관객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이번 영화는 이전 작품에 비해 한국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지점들이 더 많다. 특히 탕웨이 씨의 한국어 대사가 특별하다”며 “그래서 해외 영화제에서의 수상보다도 한국분들이 어떻게 봐줄지가 더 궁금하고 긴장된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3~4년 전쯤 스웨덴 추리소설을 하나 읽었다. 그 소설 속 형사처럼 속이 깊고 신사적인 형사가 나오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작품을 기획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헤어질 결심>은 <만추>(2010)에 이어 탕웨이가 10여년 만에 출연한 한국영화이기도 하다. 베일에 싸인 용의자 ‘서래’로 분한 탕웨이는 “감독님이 직접 구술로 전해주는 시놉시스를 들으며 천천히 이야기에 빠져들었다”며 “당시 감독님과 작가님의 따뜻한 눈빛 덕분에 한국어로 연기하는 것이 걱정되지 않았다. 또 감독님의 팬으로서 함께 작업하는 것 자체가 행운이었다”고 회상했다.
박 감독은 “극중 ’서래’의 한국어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정확하다. 글로 쓸 땐 완벽한 문장이지만 아무래도 말할 때의 억양과 발음이 우리(한국인)와는 조금 다르다”며 “그런 걸 보면서 한국인 관객이 ‘한국어지만 낯설다, 묘하다’는 인상을 받길 바랐다. 우리(한국인)와 타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박 감독과 이번 작품으로 첫 호흡을 맞춘 박해일은 ‘서래’를 수사하며 알 수 없는 감정에 빠지는 형사 ‘해준’ 역을 맡았다. 그는 “박찬욱 감독님의 이전 필모그래프들이 너무 훌륭하지만 한편으로 내가 감독님의 영화에 잘 맞을지 고민되기도 했다. 그런 고민을 하던 중 감독님께서 출연 제안을 하셨고, 감독님이 보여줄 수사 멜로극이 너무 궁금해지더라”고 운을 띄었다.
이어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감독님의 전작과는 다른 새로움이 있었다. 톤도 담백해진 것 같았다. 작품 안에서 내가 도전할 수 있는 부분이 더 커진 거 같아 출연을 결심했다”고 작품에 합류한 계기를 밝혔다.
이번 작품은 수사극과 정통 멜로극을 결합한 형태다. 박 감독은 “정서경 작가와 함께 세운 원칙은 수사극과 멜로, 절대 어느 한쪽으로 균형이 기울어지지 않게 하자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그 두 장르를 명확하게 분리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 어느 관점에서 보면 수사극이지만 또 어느 관점에서 보면 러브 스토리다. 극중 형사가 용의자를 만나 펼치는 심문, 탐문 등 기본적인 업무가 우리가 잘 아는 보편적인 연애의 과정과 중첩된다. 형사와 용의자의 기나긴 대화 안에서 유혹, 거부, 밀당, 원망, 변명 등 연인들이 할 법한 모든 일이 벌어진다”고 덧붙였다.
<올드보이>의 ‘미도’(강혜정),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이영애), <박쥐>의 ‘태주’(김옥빈), <아가씨>의 ‘히데코’(김민희) 등 박찬욱 감독은 여성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리기로 정평이 난 감독. 그런 그가 이번 작품에서 보여줄 탕웨이의 모습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박 감독은 “’서래’ 역시 전작의 여성 주인공들 못지 않게 매력적이다. 정서경 작가가 설명하길 ‘서래’는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그 안에 은밀하고 귀중한 것이 담겨진 것 같은 표정을 갖고 있다’더라”며 탕웨이가 연기한 ‘서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게 쉽지 않은데 ‘서래’는 누구보다 당당하고 자기 소신껏 살아간다. 고급스럽거나 훌륭한 일생이 아닐지라도 자기 원칙대로, 자기 욕망대로 산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고 표현했다
영화는 칸영화제 프리미어로 공개된 이후 외신으로부터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 등 박 감독의 이전 필모그래피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라는 평을 다수 받았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과거엔 작품에서 자극적인 표현들을 서슴지 않았다. 폭력이나 정사 장면, 노출 등에 있어 작품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가감 없이 넣었다”고 설명했다.
그에 반해 “이번엔 전과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감정을 숨긴 사람들의 이야기인 만큼 관객이 극중 인물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보고 싶게 만들고 싶었다. 관계와 심리의 변화를 미묘하고 섬세하게 그렸고 이를 부각하기 위해 다른 자극적인 요소를 줄였다”고 덧붙였다.
이에 탕웨이는 “이전의 감독님 작품이 맛이 진한 김치라면 이번 작품은 청량하고 담백한, 그러면서도 약간 달짝지근한 맛이 나는 음식에 비유할 수 있겠다”고 부연했다.
박 감독은 현재 7부작 영어 시리즈 <동조자>를 차기작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는 작품에 “쇼러너, 각본가 겸 일부 에피소드 연출로 참여하고 있다”며 “제 꿈은 영어 작품 하나 한국어 작품 하나 번갈아 가면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 감독은 “거리낌없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헤어질 결심>은 후반작업 기간이 길어진 덕에 사운드와 이미지 전부 공을 많이 들였다 제 영화 중 후반작업의 완성도가 가장 높은 작품이고, 극장에서 볼만 한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고 추천했다. 이어 “영화 산업이 붕괴 직전에 있는 지금, <헤어질 결심>뿐 아니라 <브로커>, <범죄도시2> 등 다양한 작품을 영화관에서 관람해주시길 바란다”며 극장 방문을 적극 권했다.
탕웨이 역시 “작은 화면과 큰 스크린으로 볼 때 감상이 완전히 다르다. 꼭 극장에서 봐야하는 작품”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