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 조선 호텔에서 8일 오전 11시에 세계가 놀란 봉준호 감독의 야심작 <괴물>이 그 실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전격 공개했다. 그랜드볼룸 관에서 진행된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500여명에 달하는 취재진들이 몰려와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주책없게 현장에 아침 8시라는 시간에 도착한 무비스트 사진기자는 이날 이렇게 많은 취재진들이 올 줄 진작 알았다면 자신의 바지럼과 선견지명을 잘난 척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권영탕 기자는 평소와는 심히 다른 헤어스타일로 현장에 도착해 주위 친한 기자들에게 화들짝스러운 놀람을 안겨줬다. 머리에 꿀을 발랐는지 권기자의 빈모는 아침 댓바람부터 윤기가 잘잘 흘렀다고 전해진다.
여하튼 이런 우여곡절 끝에 사상 최대의 취재 팀웍을 자랑하는 무비스트 사진기자와 취재기자는 2006년 최대기대작 <괴물>을 드디어 맞닥뜨렸다.
MBC의 간판 아나운서 박나림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그녀의 화려한 언변과 매끄러운 진행솜씨로 인해 시상식장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드디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스크린에서 <괴물>의 메이킹 필름과 괴물의 실체를 담고 있는 하이라이트 장면이 쏟아졌다.
단순히 영화의 홍보 장면을 공개하는데도 불구하고 행사장에 모인 기자들은 예술영화를 정독하듯, 숨소리까지 죽여가면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한 가족의 이야기에 몰입해 간다.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로 머리가 떡진 무비스트 환상의 콤비도 이때만큼은 기자가 아닌 관객의 입장으로 돌아가 정신없이 영화에 빠져들었다. 중국 쪽을 통해 네이버에서 공개된 <괴물>의 하이라이트 장면과 괴물 모습은, 이미 모두들 봤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장면은 그 때깔과 버전부터 완전 업그레이드 된 오리지널 하이라이트 묶음이다. 괴물의 입과 옆모습 즉, 뛰는 모습이 어찌어찌해 공개돼, 괴물의 윤곽이 대충이라도 잡힐 것이다. 그런데 이제까지의 <괴물>의 괴물은 잊어야 한다.
공개된 장면을 세세하게 글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괴물이 주인공 가족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긴장백배, 땀 송송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에서 탐 부녀를 위협하던 로버트 뱀을 기억해 보라. 그 긴장감은 차라리 공포에 가까웠다. 이날 공개된 <괴물>도 이보다 더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장면들을 공개해 토종 괴물의 진가를 자랑했다. 거기에 괴물이 민첩하게 인간을 공격하다 재빠르게 숨는 장면이 스쳐지나갔는데 어찌나 현란한지 도통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다.
봉준호 감독은 “깐느의 반응은 100%가 아니다. <괴물>은 한국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유머들이 있다. 하루 빨리 영화가 개봉돼 100% 관객 반응에 공명하고 싶다”라는 말로 <괴물>의 완성도를 자신했다. 변희봉 선생은 배우로서 평범한 아버지역할을 전부터 꼭하고 싶었는데 봉감독이 드디어 자신을 그런 역에 캐스팅 해줬다고 밝혀, 약간 무거운 듯한 간담회장 분위기를 단 한방에 발랄하게 바꿔버렸다. 결혼식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참석한 박해일은 깔끔한 정장차림으로 영화 속 ‘대졸백수’의 모습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변희봉 송강호 배두나 그리고 제가 가족으로 등장한다고 해서 전 믿을 수가 없었어요.”라고 출연소감을 밝힌 박해일의 말은 떠들썩하게 모든 이의 웃음보를 터트려 혹시 <괴물>이 코미디 영화가 아닐까 라는 의문을 주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본 기자의 정통한 끄나풀(?)에 의하면 <괴물>은 무작에 웃긴 장면도 많다고 한다. 이러다가 <괴물>이 코미디 영화로 오인 받을까봐 끄나풀의 소식은 여기서 일단 접겠다. 영화 내내 촌스런 츄리닝 차림으로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배두나는 “봉준호 감독님을 믿었기 때문에 영화에 출연했다”라는 간단명료한 말로 <괴물>을 우회적으로 자랑스러워했다.
영화의 기대와 크기만큼이나 길고 길었던 <괴물> 제작보고회는 포토타임을 끝으로 모든 행사를 무사하게 마쳤다. 그러나 이날 가장 중요한 행사는 모든 게 끝났을 때 조용하면서도 파워풀하게 시작됐다. 바로 주최측 쇼박스와 웨스턴 조선호텔이 제공하는 연어정식 코스요리!가 취재를 끝마친 기자들을 반갑게 마중하고 나선 것이다. 아침 댓바람부터 행사장을 찾은 반질이 사진기자의 허기진 배를, 늦잠 자느라 먹지도 씻지도 못한 참기름 최기자의 오장육부를 살포시 위로해줬다는 말씀!
먹는 애기로 기사를 마무리한 게 못내 흐뭇한 순간이다.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참기름과 반질이는 평소와 다르게 아무 말이 없었다. ‘괴물’의 잔상이 7월 27일 한강으로 벌써 우리를 데려갔기에.....
2006년 6월 8일 목요일 | 글_ 최경희 기자
2006년 6월 8일 목요일 | 사진_ 권영탕 기자
▶ 괴물과 사투를 벌이다 간신히 살아난 한강 매점 식구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