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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 그리하여 김태희는 '아직' 무죄다.
2007년 12월 24일 월요일 | 하성태 기자(무비스트) 이메일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1년 전 <중천>의 김태희를 그레타 가르보에 비유한 적이 있다. 무성영화 시대의 여신이었으나 목소리를 까발려야 하는 유성영화에서 비극을 맞이했던 비운의 그레타 가르보. 지난 1년 간 20여 편의 CF를 찍으며 광고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김태희의 목소리가 스크린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순간, 자본주의의 첨병인 광고에서 보호됐던 그의 ‘환상’을 갉아 먹었다는 부연이었다.

김태희는 예쁘다.

김태희는 예쁘다. 김태희는 서울대 출신이다. 하지만 김태희는 연기를 못한다. 마지막으로 억대 CF퀸이다. 김태희에 대한 모든 설명은 이 네 가지에서 파생된다. 그리고 김태희는 <중천>을 통해 스타에서 배우로 가는 통과의례를 혹독히 치러냈다. 그리고 이제 두 번째 작품 <싸움>이 공개됐고 흥행 참패의 길목에 서 있는 중이다. 상업적인 언론은 김태희의 연기력 운운하며 수많은 기사를 쏟아냈고 네티즌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그래도 태희언니 이쁘삼’이나 ‘광고나 찍으시죠’라는 댓글로 갑론을박 중이다. ‘배우’ 김태희는 이대로 또 한번 <중천>의 운명을 반복해야 하는 걸까.

작년 이맘때 <중천>과 김태희 죽이기의 선봉장이었던 뉴시스 김용호 기자가 최근 또 한번 촌철살인(?)의 필치를 발휘했다. 100만이 요원해 보이는 <싸움>의 최종스코어를 거론하며 “여전히 CF적 이미지를 답습하는 김태희를 대중은 배우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풀 수 있다. 영화의 과도한 PPL(간접광고)은 이를 더욱 부추겼다. 김태희는 이번 영화에서 나름대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지만, 배우로서의 진정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선고했다. 배우로서의 진정성은 진정 대중이 인증하는 흥행 결과로 보장받는 걸까? <중천>보다 일취월장했다는 네티즌 반응들이 우세한 것을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럼 연기파 배우 문소리, 전도연은 흥행의 보증수표인가?

객관적으로 김태희는 연기를 못한다. <싸움>에서 허허실실 연기한 듯한 설경구에 비해 정확한 발성이 요구된다. ‘김태희 5종 세트’를 인터넷에 유행시킨 표정연기도 분명 다변화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싸움> 흥행 실패, 김태희 연기 수업 필요’란 헤드라인의 기사가 양산되는 건 온당한가? 드라마 5편, 영화 2편을 찍은 데뷔 7년차 김태희. 손에 꼽히는 미모와 CF 경력, 그리고 그 놈의 인기라면 분명 주연감임이 충분해 보인다. 그럼에도 그는 왜 지금까지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며 인터뷰 기사마다 ‘연기력’에 대한 질문을 빼놓지 않고 받고 있나.

대상화된 캐릭터 ‘윤진아’와 ‘소화’

<싸움>은 드라마 ‘연애시대’를 히트시켰던 한지승 감독의 차기작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연기파 설경구에 이어 김태희를 캐스팅하며 올 연말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이혼 후 다시 사랑하게 되는 커플의 미묘한 감정을 잡아내며 20~30대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연애시대’. 그리고 털털하고 소박한 연기로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던 주연배우 손예진. 김태희의 <싸움> 캐스팅 기사를 접하는 순간 ‘연애시대’와 ‘손예진’, 두 키워드를 매치시켰던 이들이 적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영화는 달랐다. 감우성과 손예진의 감칠맛 나는 나레이션으로 두 인물의 감정을 동등하게 배분했던 ‘연애시대’는 20부작 연속극이었다. <싸움>은 그해 비해 이혼 후 격렬하게 맞붙는 커플을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나’라고 구경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조연들에게까지 연민을 갖게 하는 ‘연애시대’와는 사뭇 다른 완성도다.
 <중천>
<중천>
 <싸움>
<싸움>

게다가 스포츠교실 강사역의 손예진은 제대로 된 수영복신 하나 없을 정도로 생활밀착형이었지만 김태희의 유리공예가 윤진아는 시종일관 도회적이 세련된 커리어 우먼이다. 김태희가 CF에서 쌓아왔던 바로 그 이미지. 감독이나 촬영감독도 어쩔 수 없었는지 설경구에 비해 많은 빅 클로즈업을 남발하는 걸 보면 관객들이 CF퀸 김태희와 유리공예가 윤진아를 착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또 <연애시대>에 비해 <싸움>은 곤충학 교수이자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김상민(설경구)의 시선에서 바라본 윤진아로 읽힐 공산이 크다. 그들이 맞붙게 되는 직접적인 이유가 김상민이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윤진아가 가져가버린 시계추라거나, 완벽주의자 김상민의 디테일이 자세히 묘사된데 비해 똑 부러진 커리어우먼 윤진아의 세부묘사가 부족한 점도 이러한 정황을 뒷받침한다. 눈물 흘리다 우주로 부상하는 판타지신에서 ‘저 여자가 왜 저러고 있을까’ 의아해할 관객들이 꽤 될 거란 얘기다. 공히 인정받는 연기파 설경구와 투 톱 대결을 벌이는 것으로도 모자라 내러티브 구조상 윤진아가 구원받는 길은 예쁜 미모밖에 없다는 말씀.

이건 <중천>도 마찬가지다. 액션 연출로 잔뼈가 굵은 신인감독 조동오가 연출한 <중천>에서 김태희의 소화는 완벽하게 대상화된다. 퇴마무사 이곽(정우성)의 이룰 수 없는 연인이자 하늘의 사람 ‘천인’, 그리고 원귀들의 표적이 되는 영체 목걸이의 소유자로. 김태희를 캐스팅한 이유 중 하나겠지만 의미 없는(왜 예쁘니까!) 클로즈업의 남발 속이야 말로 ‘김태희 5종 세트’의 탄생 이유일 것이다. “소화의 신이 편집되지 않았다면 좀 더 인물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털어놓은 똑똑한 배우 김태희의 소화는 그렇게 웃음과 눈물을 이유 없이 남발하는 캐릭터로 낙인찍혔고 다시 김태희는 연기 못하는 배우로 찍혀야 했다. 다소 어려운 판타지란 설정 속에서 똑같이 국어책 연기로 정우성이 잠잠하게 넘어간 것과는 다르게 말이다.

스타의 길목에서

이것저것 필요 없이 김태희만 연기 잘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맞는 말이다. 김태희가 각본을 잘 고르고, 김태희가 감독을 잘 만나면 된다. 그렇다고 당장 장동건이 <해안선>을 찍었던 모험을 감행할 수 없지 않은가. 남자 배우와 여배우는 분명 대중의 시선도 다르고 선택의 폭도 좁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타짜>이후 물이 올랐다는 김혜수도 영화계에서 인정받기 까지 걸린 시간을 상기시켜 보라.

문제는 또 있다. 김태희는 명실공히 ‘스타’다. 게다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주도하는 10대와 20대가 소구하는 스타다. 핸드폰을 들고 춤을 추면 ‘김태희 폰’이 되고, 그녀가 내숭떨고 똑똑한 척 하는 건 디카와 카드 광고다. 자본주의의 신데렐라가 ‘스타’의 자리에서 내려와 ‘배우’의 자리에 등극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건 본인이 CF를 자제한다고 해결 될 것 같지도 않다. 인터넷 포털의 <싸움> 리뷰에 달린 댓글을 보라. ‘김태희의 미모가 아깝다’는 반응은 그야말로 ‘안습’이다. 그녀의 영화에서 이제 캐릭터는 사라지고 온통 김태희만 보이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녀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여타 스타들과 다른 홍보전에도 적용됐다. 토크쇼 한 두 개 나가는 걸로 때우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주부 대상 토크쇼에서 일상을 공개하고, 개그프로와 체험프로에 나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도 대중에겐 미운털이 박히는 행동이다. 이 모든 홍보전의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되는 반면 평소에 한 번도 출연하지 않다가 왜 영화 개봉 전에 난리냐는 힐난의 목소리가 드높다. 그야말로 열심히, 다르게 홍보한 결과가 역풍을 맞은 꼴이다.

김태희는 ‘아직’ 무죄다

결국 결론은 하나다. 연기만 잘하면 된다는 나이브한 조언을 할 생각은 없다. 대다수의 언론이 ‘눈물연기’ 혹은 ‘망가지는 연기’로 대변하는 연기 변신을 거론할 생각도 없다. 굳이 비교하자면 <미녀는 괴로워>로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김아중이나 김태희나 연기력에서는 한끝 차이다. 두 사람이 갈라진 지점은 얼마나 캐릭터와 자기 이미지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역할을 맞느냐는 것. 개인적으로는 멀리 간 도전이었겠지만 누가 맡아도 붕 떴을 <중천>의 소화나 도회적 현대 여성의 반복인 <싸움>의 윤진아는 ‘스타’ 김태희의 강력한 포스를 벗겨내기란 만무하다.

영화 속에서 자연인 김태희를 보여주란 주문은 황당무계하다. 하지만 최대한 CF 스타로서의 김태희를 끊임없이 지워나가는 작업에 착수 할 때다. 반복하지만 연기력은 그야말로 한 끝 차이다. 작은 역할이라도 캐릭터의 성격을 극대화하고 이를 납득시켰을 때 배우는 찬사를 받는다. 영화의 규모나 장르, 분량 또한 불문이다. 관객들은 캐릭터를 거부하고 ‘예쁜’ 김태희를 보려하는데 자신 또한 그의 영합하는 캐릭터와 연기를 고집한다면 ‘게임 끝’인 거다.

CF 속 다양한 이미지로 봤을 때 김태희의 갈 길은 아직 멀다. 천변만화하는 배우로 거듭날 수 있는 날들이 아직도 깃털처럼 많이 남아 있다. 제발 캐릭터 안으로 걸어 들어가되 자기 이미지를 반복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배우이기 이전에 자연인 김태희는 충분히 ‘이쁘다’. 더욱이 박제된 스타에서 배우로 거듭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톰 크루즈도 그랬고 그와 이혼한 니콜 키드만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승부>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까지 심은하도 무려 8년이 걸렸다. 남겨진 이 숙제는 매니지먼트사도 아니고 오로지 김태희 혼자 풀어야 할 몫일 것이다. 그리하여 김태희는 ‘아직’ 무죄다.

2007년 12월 24일 월요일 | 글_하성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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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a157
그닥 공감은 되지 않는.. 이번에도 30만..ㅠㅠ   
2007-12-30 09:31
loving33
전 안봐서 몰겠는데 연기 갠찮던뎅 ㅋ   
2007-12-30 01:14
taijidw
좀더 기다려 보고 싶다   
2007-12-29 23:18
cheken
솔직히 cf만 찍었지..
연기는 아직 멀었는데..
맨날 눈만 커지더구먼..   
2007-12-29 18:20
gt0110
난 김태희 연기 그렇게 이상하지 않던데...   
2007-12-28 22:25
charmeo
좀 더 기다려봐요.   
2007-12-28 21:54
ldk209
광고 좀 작작 나와라.. 허구헌날 광고에서 부딪치니.. 김태희 나오는 영화 보고 싶겠니...   
2007-12-28 17:55
kki1110
음.. 아직은 아니~죠!!!   
2007-12-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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