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이 영화제를 통해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건 이를테면 이런 거다. “이거 실화야?” 다큐와 페이크 사이에서 관객에게 혼동을 주다 어느새 빠져들게 하는 반복적인 공포. 배경음악이 없고, 옆집 이웃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통에 실제 홈 비디오를 보는 듯한 실재감은 증폭한다. 의심 많은 관객을 긴가민가한 상황에 놓아두고 미세한 자극을 차곡차곡 쌓아가다 공포의 롤러코스터에 태우는 식이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2>는 전편의 감독 오렌 펠리가 제작을 맡았고, 몇 편의 상업 장편영화 경험이 있는 토드 윌리암스가 영리한 초짜 감독 오렌 펠리의 법칙을 적극(그대로) 수용해 연출했다. 그리고 이 속편은 화제의 전편이 성공한 궤적을 그대로 따라간다. 그러니까 <파라노말 액티비티 2>는 <파라노말 액티비티>와 데칼코마니나 다름없다. 문제는 이미 짜고 치는 고스톱인 것을 아는 만큼 다 아는 관객들이 전편의 법칙을 충실히 따르는 속편에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는가다. 여전히 그 흔한 혈흔이 없고, 유명배우가 없는 속편에는 ‘블레어 윗치’식 카메라와 CCTV 카메라가 있을 뿐이다. 다만 속편인 만큼 조촐했던 전편에 비해 등장인물들이 대거 늘어났고(7명에 개 한 마리가 등장한다.) CCTV 감시 카메라도 6개로 추가했다. 제작비의 7천 배를 벌어들였으니 속편의 제작비도 인디 영화치고는 나름 크다. 하지만 늘어난 제작비만큼 호러감도 증폭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속편도 낮과 밤이 교차하면서 근육의 이완과 긴장이 반복된다. 침대보가 휘날리고, 액자가 깨지는 대신 아기 모빌이 돌아가고 냄비가 떨어진다. 괴현상의 강도를 높여가면서 공포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연출법을 발휘한다. 물건을 움직이는 각종 트릭은 알고 보면 데이빗 카퍼필드 식의 구닥다리 방식이지만 촌스러운 효과를 적극 활용하니 생활 속의 공포가 된다. 하지만 상영 시작 20분이 지나서야 서서히 등장하는 오컬트 현상 등 러닝타임 활용도까지 전편을 그대로 복기할 뿐이다. 같은 속임수가 1편에서는 유효하지만 2편에서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첫 번째 밤, 두 번째 밤, 열 세 번째 밤...’으로 돌아가는 자막의 긴장감도 대폭 감소됐다. ‘사망 60일 전의 케이티, oo는 그날 밤 살해됐다’ 등의 자막을 더 이상 의미심장하게 보기는 어렵다.
따지고 보면 전편의 프리퀄이 되는 속편 <파라노말 액티비티 2>는 1편의 시작과 2편의 결말은 맞물린다. 전편에서 풀리지 않고 수수께끼로 남았던 저주의 기원을 찾아준다는 점에서는 일말의 후련함과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속편이 프리퀄이 되는 구성은 조금은 지루한 이 공포영화의 매무새를 완성한다. 여기에 피해자 시점으로 아기를 등장시키면서 불안감 조성에 한 몫 한다. 영화가 쉽게 범하지 않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아기다. 금기의 한계선이 점점 미미해지는 이 시점에서 아이를 안고 겪는 공포는 호러 영화의 새로운 법칙이라 할 수도 있겠다.
러닝타임과 구성까지 전편을 그대로 따라가는 모범생 속편 <파라노말 액티비티 2>는 호러 면역력이 떨어지는 필자도 가볍게 즐길 만한 호러 영화, 딱 그 정도의 재미와 공포를 제공한다. 사족으로는 이 영화를 보면서 <여고괴담>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공포영화 불모지인 국내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저예산 공포영화 <여고괴담>이 시리즈를 양산할 수 있었던 것은 소재가 무궁무진한 학교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에 비하면 스펙타클함을 더 이상 빚어내기 힘든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법칙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냄비가 떨어지고 식기 서랍이 튀어나오는 가정적인 소음 공포는 보여줄 만큼 다 보여줬으니까.
2010년 10월 21일 목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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