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양자경)는 민주화 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이다. 그리고 현재 미얀마 민주주의 운동의 상징이 됐다. 현재와 과거를 연결지어보면 젊은 시절을 송두리째 빼앗긴 것 같지만 아버지가 암살당하자 가족은 영국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수치는 영국인 교수 마이클 에어리스(데이빗 듈리스)와 결혼해 두 아들을 낳고 평범한 주부로 살아간다.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비보를 듣고 미얀마를 찾은 수치는 파쇼정부에 항거하는 학생들이 총칼에 죽어나가는 현장을 목격한다. 군부 독재 아래에서 수치의 존재 자체는 시민들에게 희망으로 인식된다.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곧 그를 가택 연금한다. 그리고 아웅산 수치는 홀로 15년간의 외로운 투쟁을 시작한다. 영화는 살아있는 위인을 대하는데 조심스러워 보인다. 철의 난초, 미얀마의 어머니라 불리는 아웅산 수치를 영웅의 자리에 두고 카메라를 고정시킨다. 처음부터 끝까지 수치의 곁에 투입되는 남편과 아이는 한 가정의 아내이자 어머니였던 아웅산 수치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기 좋은 장치지만 감독은 이를 활용하려 하지 않는다.
아웅산 수치는 직접 노벨평화상을 받지 못 했고, 아이들이 자라는 걸 돌보지 못 했으며, 남편이 암으로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곁을 지키지 못 했다. 영화는 이 모든 걸 담아내지만, 아웅산 수치가 한 여자로서 포기했던 그 모든 순간에 대한 상실과 감정까지 파고드는 데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어떤 순간에도 평정심을 놓치지 않는 그의 모습 안에는 분명 내면의 투쟁이 있겠지만, 휘발시켜 버린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영화 속 아웅산 수치는 인자한 어머니와 헌신적인 아내라는 교과서적인 인물에서 한 발 나가지 못한다. 인물에 대한 단면적인 조명은 아웅산 수치를 연기한 양자경의 탓이라기보다는 감독 뤽 베송에게 있다. 뤽 베송은 영화 인생 초기 <그랑 블루>나 <레옹>으로 가슴을 선득하게 했던 네오 이마주의 대표 주자였던 과거를 청산하고 <택시> <트랜스포터> <13구역> <테이큰> 등 액션 오락영화 제작자로 21세기를 채우고 있다. <더 레이디>는 그의 한결같은 최근 행보에서는 살짝 비껴나 있는 영화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민주화 투쟁에 심혈을 기울이는 공적인 영웅이나, 가족의 죽음에 오열하는 아내,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맨얼굴을 담지 못한다. 누구나 아는 인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는 전기 영화의 한 가지 재미를 놓치고 있다.
2012년 9월 4일 화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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