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팀 버튼의 귀환이라는 거창한 표현을 써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프랑켄위니>는 근래 작품들 중에서 그의 취향과 세계가 가장 뚜렷하고 다양하게 집결된 애니메이션이다. 만약 팀 버튼의 골수팬이라면 <프랑켄위니>를 보고 <빅 피쉬>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떠올리는 대신, <비틀쥬스> <에드우드> <가위손> <유령신부> 등을 연상하는 게 훨씬 자연스러울 터다. 팀 버튼의 연출작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의 영향권 아래 있는 작품까지 범위를 넓힌다면 <크리스마스의 악몽>까지 포함될 수 있겠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프랑켄위니>는 공포영화의 바이블이 된 제임스 웨일의 31년작 <프랑켄슈타인>을 뼈대로 삼았다. 그리고 팀 버튼은 단지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를 끌어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프랑켄위니>의 곳곳에서 이 걸작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낸다.(그는 디즈니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했을 당시부터 이 프로젝트를 구상해왔다고 한다.) 번개 치는 밤 수술대 위에 놓인 시체, 곱사등이 조수(친구),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횃불을 들고 괴물을 뒤쫓는 마을사람들, 불타는 낡은 풍차의 싸움 등등은 <프랑켄슈타인>에서 고스란히 가져온 것이다. 물속에서 튀어나와 사람들에게 떼로 덤비는 새우괴물은 <그렘린>과도 흡사하다. 그 외에 엘사 반 헬싱, 에드가 E. 고어 등의 캐릭터 이름, <에드우드>와 겹쳐지는 주인공 빅터 역시 자신을 키워낸 고전들에 바치는 팀 버튼의 헌사다.
애니메이션으로서 <프랑켄위니>의 퀄리티는 실사와 차이가 없을 만큼 자연스럽고 정교하다. 똑같은 스톱모션 방식을 사용한 전작 <유령신부>와 비교해도 월등하게 보일 정도. 흑백화면은 팀 버튼 특유의 기괴한 고딕 이미지를 돋보이게 만든다. 사실 <프랑켄위니>는 12세 관람가 판정을 받기엔 다분히 암울하고 비틀린 동화다. 팀 버튼의 우화집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의 비호감 등장인물들을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격이다. 그러나 어쨌든, 팀 버튼의 오랜 팬들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작품인 건 틀림없다.
2012년 10월 10일 수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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