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충격에는 꿈쩍 않을 만큼 단련된, 혹은 무딘 심장을 가졌노라 자부했음에도 이 영화를 관람하는 건 일종의 고문이었다. 공포 영화 대대로 물려오는 유혈 낭자한 고어 장치나 쇼크 요법 없이도 두 시간 내내 심장을 뒤척이게 만들었던 영화, [엑스페리먼트].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감상은 '충격적'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그들이 떠올리는 '충격'이란 그러나, 예기치 못한 일을 겪은 '놀람'과는 구별된다. 세상, 즉 정상적인 인간 사회와는 격리된 환경 속에서 간수와 죄수로 나누어져 각각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초기 설정에서부터 우리는 영화의 단계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가 있다. 피실험자들의 심리 변화는 이미 실험자들이 제공한 루트를 따라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무도한 실험에서 경험하는 '충격'은 인간 심리 조작의 명백한 가능성에서 연유한다.
간수로 선출(?)된 사람들은 간수복을 입는 동시에, 감옥의 안정을 유지하는 역할을-암암리에-부여받는다. 그들이 갖고 있는 '간수'에 대한 강박관념은 사회의 주된 틀을 형성하고 다듬는 권력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그들이 보여주는 폭력적이고 왜곡된 형태의 지배는 인간의 무의식을 억압해 온 사회적 금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금기를 넘나드는 방종한(?) 인간을 처단하는 역할은 이미 암묵적으로 고정되어 있고, 따라서 '간수' 역의 피실험자들의 모습은 다소 전형적이다.
그들의 굴절된 광기가 공포로 다가오는 것은 아마도, 이제까지 개인에서 명확히 분리하지 않았던 집단적 페르소나의 실체를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닌 위험을 감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엑스페리먼트]에서 느껴지는 가장 섬뜩한 감정은, 스크린 속에 대입해 보는 '나'에서 기인한다. 즉, '나는 저런 상황에서'라는 가정이 탈출구를 뚫지 못하고 영화 속을 맴돌 때 비로소 자신을 구성하는-그러나 간과해 왔던- 나이면서 내가 아닌 어떤 실체에 맞닥뜨리게 되고, 그 막막하고 생경한 느낌이 공포로 전이되는 것이다.
1971년 실제 행해졌던 실험을 토대로 복원된 [엑스페리먼트]. 이 영화의 생생한 자극은 마음을 깨뜨리고 호흡을 조이는, 불쾌한 경험일 수도 있다. 누가 뭐라 떠들어도 인간의 합리적인 이성과 선한 천성을 믿고 싶은 순수한 영혼과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