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비닐하우스>는 비닐하우스에 살며 요양사로 일하고 있는 ‘문정’(김서형)이 간병하던 노부인이 사고로 숨지자 이를 감추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스릴러다.
이날 ‘문정’ 역의 김서형은 "왜 이런 삶은 착하디 착한 사람들에게 올까"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시나리오를 보고 많이 울었다.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뉴스에서 보고 안타까워했던 이야기,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회피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그래서 영화를 마주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왜 내게 이런 작품을 주셨나, 내가 이걸 끝내고 나면 얼마나 감정이 피폐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캐릭터를 빨리 흡수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은 이솔희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2022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상, 왓챠상, 오로라미디어상까지 3관왕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직접 각본을 쓴 이솔희 감독은 "돌봄에 얽힌 깊고 어두운 욕망을 들여다 보면서 이 이야기를 펼쳤다. 살아가는 데 당연하고 필수적인 집, 그리고 보편적인 가족과 사랑을 지켜내기 힘든 처지의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고도 설명했다.
이에 김서형은 "’감독님은 나보다 한참 어린 데 어떻게 이런 것들을 알까’ 생각하면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 현장에서 충분히 믿고 맡길 수 있겠다 싶더라"고 이솔희 감독에 대한 신뢰를 전했다.
이솔희 감독은 "김서형 선배님이 강인할 거라고만 상상했다. 하지만 처음 뵀을 때 한 시간 동안 고양이, 비둘기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문정'과 결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여리여리하면서 연약한 모습도 있었다”고 회상하면서 “새롭고 다채로운 '문정'을 연기해주셔서 기쁘다"고 답했다.
최근 넷플릭스 <더 글로리> '경란'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간 안소요가 '문정'을 동경하는 '순남' 역을 맡았다. 안소요는 "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서 단숨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었다"며 "내가 '순남'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댈 정도였다. 그 정도로 캐릭터에 깊게 매료됐다. 악의 없는 천진난만함, 그런 모순에 매력을 느꼈다. 이 인물에 푹 빠져서 사랑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시각장애인 ‘태강’을 연기한 양재성은 "장애인, 치매환자, 학대 피해자 등 끙끙대면서 사는 사람들이 작품에 나온다"며 "그런 사람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그들을 떠올리며 작품에 임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솔희 감독은 “‘문정’ 같은 인물이 자신만을 위해 살고 삶의 주체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특히 어머니를 보고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런 사람들이 조금 이기적으로 보일지라도 타인만 돌보는 게 아니라, 자신을 위해 살았으면 하는 마음을 영화에 담았다”는 말을 전했다.
<비닐하우스>는 오는 26일(수) 개봉한다.
● 한마디
절묘한 우연이 범죄로, 비참한 현실이 스릴러로 바뀌는 순간
(오락성 6 작품성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