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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극과 범죄물을 넘어 도달한 묵직한 한풀이 (오락성 7 작품성 7)
경주기행 | 2026년 8월 26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김미조
배우: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 이연, 변요한
장르: 범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1분
개봉: 8월 26일

간단평

단체 티셔츠까지 맞춰 입고 오랜 시간 준비해 온 가족여행을 떠나는 가족이 있다. 엄마 ‘옥실’(이정은)과 세 딸 ‘장주’(공효진), ‘영주’(박소담), ‘동주’(이연)는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경주로 향한다. 8년 전 수학여행을 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한 막내 ‘경주’의 생일을 맞아 떠나는 여행이다. 하지만 이들의 여행에는 숨겨진 목적이 있다. 옥실의 친구 ‘필례’(남권아)는 두 아들과 함께 한 남자를 납치해 옥실에게 넘기고, 네 모녀가 탄 낡은 봉고차 트렁크에는 복수의 대상인 ‘남자’(변요한)가 비닐에 싸인 채 실려 있다. 막내의 수학여행지였던 경주로 향하는 이들의 여정은 사실 딸을 잃은 엄마와 가족의 복수를 위한 길이다. 평범한 가족여행처럼 시작했던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사건과 난관을 거치며 점차 이 가족이 품고 있던 상처와 비밀을 드러낸다.

◆ 소동극과 범죄, 가족극을 넘나드는 장르적 에너지

<경주기행>의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서로 다른 장르의 에너지를 한 작품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것이다. 납치 과정에서 벌어지는 우당탕탕 소동극의 유쾌함부터 범죄물 특유의 가감 없는 폭력성과 서늘한 긴장감, 가족드라마에서 비롯되는 뭉클한 정서까지 한데 섞었다. 여기에 사적 제재라는 무겁고도 생각할 거리가 있는 주제까지 더해지면서 영화는 한 가지 장르의 문법에 머물지 않는다. 웃음을 자아내던 상황이 순식간에 폭력적인 장면으로 전환되고, 다시 가족 사이의 감정으로 이어지는 식으로 서로 다른 분위기를 오가면서도 영화 전체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세 자매에게 각기 다른 개성을 부여한 점도 앙상블에 힘을 보탠다. 엄마를 따르며 그의 뜻에 절대적으로 따르는 첫째 장주, 집안에서 가장 똑똑하지만 거리감이 있는 둘째 영주, 막내의 죽음에 깊은 죄책감을 품은 셋째 동주가 각자의 방식으로 엄마의 복수에 동참한다. 특히 동주를 전직 프로레슬러 ‘퍼플 마그마’ 출신으로 설정한 것은 영화의 유머와 장르적 개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장치다. 위기의 순간마다 육탄전이 벌어지고, 동주가 프로레슬링 기술을 활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장면은 의외의 웃음을 만들어낸다. 이를 소화한 이연의 액션 연기도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는 데 한몫했다.

◆ 타협 없는 뚝심과 '희생' 너머 욕망하는 모성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김미조 감독이 가족 복수극의 결말을 적당히 봉합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인 뚝심이다. 영화는 사적 제재라는 질문을 던진 뒤 이를 단순한 통쾌함이나 권선징악으로 마무리하지 않는다. 복수의 여정 끝에서 마주하는 것은 딸을 잃은 엄마 옥실의 가슴 깊이 자리한 한이다. ‘널 용서하게 되는 게 가장 두려운 일이었다’고 절규하는 옥실의 모습은 영화가 쌓아온 감정이 폭발하는 지점이며, 이를 연기한 이정은 역시 분노와 슬픔, 집착이 뒤엉킨 감정을 묵직하게 끌고 간다.

옥실이라는 인물이 더욱 인상적인 이유는 그가 단순히 ‘자식을 잃은 엄마’라는 피해자의 위치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복수를 위해서라면 다른 자식들까지 자신의 여정에 끌어들이는 모습에서 딸을 잃은 슬픔만큼이나 강한 욕망과 집념이 읽힌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전형적인 모성에서 벗어나, 자신의 한과 욕망에 충실한 한 명의 인간으로 엄마를 바라본 것이다.

이는 김미조 감독의 장편 데뷔작 <갈매기>와도 맞닿아 있다. 성폭행 피해를 입은 엄마의 고발을 다룬 <갈매기>에서도 엄마를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로만 소비하지 않고, 그 이전에 욕망과 감정을 지닌 한 인간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경주기행> 역시 그 연장선에서 모성을 바라본다. 딸을 잃은 엄마의 복수라는 익숙한 소재를 가져왔지만, 그 안에 ‘엄마이기 이전에 한 인간인 여성’의 욕망과 한을 담아냈다. 서로 다른 장르의 에너지를 자유롭게 오가던 영화가 결국 한 사람의 깊은 감정에 도달한다는 점에서, <경주기행>은 단순한 가족 복수극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2026년 8월 26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 이연 그리고 변요한의 앙상블! + 가벼운 듯 묵직한
-엄마 ‘옥실’을 비롯해 네 모녀에게 공감하지 못한다면 감흥이 떨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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