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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클'촬영장 취재기
누님! 보고 싶었습니다. | 2003년 3월 15일 토요일 | 서대원 이메일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3월. 오다니는 이팔청춘들의 화사한 옷차림을 보니, 마치 그들이 봄의 전령사 양, 봄이 어느 덧 우리 곁에 와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어제는 3월 14일 하얀 날 화이트 데이 아니었던가! 남들은 여친을 위해 알사탕을 사네, 꽃사탕을 사네 생사탕?을 사네 분주했지만, 무비스트 출장 전문 행동 대원들은 오늘도 눈물을 머금고 출장길에 몸을 맡기며 나서야만 했다. 그러나 슬프지 않았다. 왜! 강수연 누님을 뵈러 가는 외근이었으니까.

그렇다. 조선 시대의 앙칼진 팜므 파탈이라 할 수 있는 난정이 강수연이, 박종원 감독의 <송어>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재림하신단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촬영 공개장소에 가려고 집합한 기자단은 실로 떼거지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상당했다. 30대 중반을 넘었음에도 그녀의 배우로서의 파워가 여전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실례라 할 수 있다.

용인에 위치한 세트장에서 비밀리?에 촬영되고 있는 박승배 감독의 영화 <써클>은 강수연이 도도하고 당당한 검사로 분해 사이코으로 등장하는 연쇄살인범 정웅인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스릴러 영화이다. 이날 공개된 촬영신은 잡혀 들어온 살인마 정웅인을 강수연이 거칠게 다루며 취조하는 장면.

누님을 보러 간다는 들뜬 마음에 룰루랄라를 외치며 촬영에 임한 무비스트는 수많은 기자단에 맞서 그녀의 아리따운 모습을 한 컷이라도 더 담으려고 자리싸움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강수연은 이러한 기자단의 마음도 몰라주고 얼굴을 쉽사리 드러내지 않았다. 아마도 오랜 만에 카메라 앞에 서기에 꽃단장을 하느라 그러지 않았나 싶다.

조금씩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한 무비스트 행동 대원들은 얼굴이 점점 굳어져 갔다. 허나, 강수연이 정웅인과 감독과 함께 출현하자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만면이 희색으로 가득, 마냥 싱글벙글이었다. 일제히 플래시 터뜨리기 시작한 사진기자단. 뒤에서 이 장관을 보자니, 마치 철공소에서 번쩍번쩍 거리며 용접공들이 용접하는 것 같았다.

검사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른 강수연은 여전히 소녀틱한 자태를 지니고 있었고, 미친놈 배역을 맡은 정웅인은 기이한 정신상태를 가진 인물에 어울리게끔 염색도 하고 수염도 기른 다소 터프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나섰다. 이에 뒤질세라 박승배 감독은 꽁지머리에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나와 범상치 않음을 과시했다. 인터뷰에서 강수연과 정웅인이 시종일관 무게감을 실어 강조했던 점은, 자신들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인물이라고.

포토타임과 인터뷰가 끝난 후 스텝들의 생노가다 작업으로 촬영준비가 완료된 후, 강수연이 정웅인을 취조하는 신이 진지하면서도 활발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색다른 스릴러 영화를 표방하는 <써클>은 지금까지 전체의 절반가량이 촬영됐고, 개봉은 올 7월로 예정돼 있다.

사족-참고로 이날 포토타임은 특별하게 야외에서도 이루어졌다. 그래서 강수연과 정웅인은 야트막한 잔디밭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 한데, 강수연이 조심스레 잔디밭에서 내려오다가 무비스트의 촬영기사에게 부축을 받는 경천동지할 일이 발생, 이 일로 인해 하루 종일 그 친구는 미치도록 좋아했다. 부러운 넘!.

Q: 각자가 맡은 배역에 대해 소개해 달라
정웅인: 여자 여섯을 죽인 살인마(조명구)이다.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환자이기도 하고. 물론, 그러한 증세를 보이는 이유가 있는 친구다. 또한 검사와 변호사 앞에서 확연히 갈리는 표정과 행동을 보이는 인물이고. 결국 색다른 사이코 캐릭터라 할 수 있다.
강수연: 살인범을 끈질기게 쫓는 카리스마 넘치고 당찬 검사(오현주)다. 물론, 내면에는 여리고 슬픈 모습도 있는 여자다. 다시 말해, 하나의 캐릭터가 아니라 다양한 얼굴을 간직한 인물이다.

Q: 캐릭터에 몰입하게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강수연: 일단, 머리를 잘랐다. 그리고 나머지는 영화를 보면 알 거다.

Q: 처음으로 이번 영화를 통해 호흡을 맞췄는데 서로에 대한 느낌은
정웅인: 오늘로서 강수연 선배를 딱 두 번째 봤다. 그래서 사실 어렵다. 자주 못 봤으니까. 그리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안으면 가슴에 폭 안길 것 같은 여자.
강수연: 굉장히 편했다. 처음에는 코믹한 이미지가 많은 정웅인이 사이코 역에 어울릴까 생각했는데 다 기우였다. 너무 적격이다.

Q: 작품을 선택한 동기는?
강수연: 시나리오를 읽고 무조건 하고 싶었다.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을 가진 캐릭터였으니까. 어쨌든, 배역이 무조건 마음에 들었다.

Q: '엽기'적인 검사라고 하던데
강수연: 그렇지는 않다. 지극히 평범하고 현실적인 검사다. 다만, 유달리 강한 모습을 지니고 있어서 그렇지. 오히려, 정웅인이 맡은 역이 더 엽기적이다.

Q: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다가 병원에 실려 간 적이 있다고 하던데
강수연: 잘못된 기사다. 그런 적 없다. 다만, 두 달 동안 다이어트를 한 적은 있다. 건강상태 아주 좋다.

Q: 영화의 제목인 <써클>의 의미는
박승배(감독): 보면 알겠지만,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는 영화라는 의미에서...
강수연: 윤회라는 말이 있듯, <써클>은 현실과 전생을 넘나드는 작품이다. 우리네 인생은 계속 돌고 돈다는 의미 정도.

Q: 국민배우라는 호칭이 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불려지고 인식됐으면 하는가?
강수연:'연기 잘 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

Q: 영화를 기다리는 분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정웅인: 많은 변신을 시도했다. 많은 기대보다는 정웅인이라는 사람이 강수연 선배와 지금 영화를 찍고 있구나 정도로 지금은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최선을 다하겠다.
강수연: 열심히 한다는 말씀밖에 드릴 말이 없다. 근래에 보기 드문 장르의 영화라는 점만 알아주었으면 한다.

취재: 서대원
촬영: 오지성 이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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