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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기자시사회
득의양양 유부남 대 망신살 뻗힌 청년 | 2003년 4월 4일 금요일 | 서대원 이메일

‘질투’라는 말은 왠지 모르게 속이 좁아 보이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그게 왜 그런지는, 아마도 개인적 성향이라기보다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탓이 클 게다. 자신의 결핍을 지니고 있는 누군가를 보았을 때, 특히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결핍을 누군가를 통해 인지하게 됐을 때 우리는 질투와 함께 그를 마음속으로 선망하게 된다. 그러기에 질투는 양가적인 감정임과 동시에 충분히 자신의 힘이 될 수 있다.

어제 시사회를 가진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은 바로 이러한, 잘 정리는 안 되지만 뭔가 느껴질랑말랑하는 인간사이의 감정을 조금은 느리게, 하지만 독특하게 표현해낸 영화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때 상영되어 많은 이들로부터 찬사를 받음은 물론, 로테르담 영화제를 비롯해 해외영화제를 통해서도 그 가능성을 인정받은 영화의 시사회장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봤음에도 간만에 영화계로 돌아온 문성근 때문인지 수많은 언론 관계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오! 수정>의 조감독 출신으로 정재은, 이정향, 이미연에 이어 주목을 받고 있는 박찬옥 감독은 “영화의 포스터 앞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고등학생을 보니까 참 신기한 느낌이 들더라” 얘기하며 무대 인사의 첫 테이프를 끊었고, TV에서 영화로 진출한 배종옥은 “아침에 화장하고 머리하는데 떨리더라, 우리 영화 재밌게 봐달라”며 시종일관 명랑한 모습을 보여줬다. 두 여자를 한 남자에 모두 빼앗긴 불쌍한 남자역의 박해일은 “날씨가 좋다...좋은 시간되시라”는 다소 썰렁한 말투로 인사를 대신했고, 최근 노사모를 탈퇴, 본업인 영화로 복귀한 문성근은 “오래간 만이다. 영화의 섬세한 맛을 많이 즐기길 바란다”며 여전히 차분한 모습으로 인사를 마무리했다.

두 명의 미혼녀를 지혼자 독식하며 득의양양 한 유부남과 두 명의 미혼녀를 모두 놓쳐 망신살 뻗힌 안타까운 청년의 관계 속에서 기묘하고 미묘한 심리의 역학관계를 길어 올린 <질투는 나의 힘>은 4월 18일 개봉된다.

Q: 시사회를 마친 소감은
박찬옥(감독): 영화의 캐릭터는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인물이다. 누군가를 의식하며 살아가야 하는 인물. 결국, 내 자신의 생각을 확장시켜 영화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또 촬영할 때는 힘들었다고 생각됐는데, 지금 생각하니 재미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힘들어하는 배우들을 옆에서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문성근: 이렇게 매체가 많이 오는 줄 몰랐다. 반가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보셔서 알겠지만 좋은 영화고 좋은 연출자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이 조금은 어색하고 긴장된다. 하여간, 다양한 영화가 나올 수 있는 힘은 관객의 힘이다. 여기 있는 매체 관계자들이 계속해서 힘써주길 바란다. 그리고 <질투는 나의 힘>과 같은 좋은 작품을 계속 했으면 좋겠다.
배종옥: 지대한 관심을 보여줘서 고맙다. 전에, 한국영화계에 좀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우리 영화가 그런 점에 있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박해일: 선배들을 보고 처음에는 경직도 되고 적잖은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그들은 고맙게도 나에게 많은 부담을 안 주고 늘 바라봐줬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좋았다.

취재: 서 대원
촬영: 이 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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