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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부진 결의들이 떠다닌(?) ‘사마리아’ 언론 시사
수많은 인파들로 붐빈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 언론 시사 | 2004년 2월 25일 수요일 | 심수진 기자 이메일

언제나 느끼는 바지만, 화술이 뛰어난 김기덕 감독과 두 주연 여배우 한여름(좌)과 곽지민(우)
언제나 느끼는 바지만, 화술이 뛰어난 김기덕 감독과 두 주연 여배우 한여름(좌)과 곽지민(우)
정말로, 많이도 왔다. 어디에? 얼마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이 은색의 곰트로피를 거머쥔 <사마리아> 언론 시사에 말이다. 어제 오후 4시, 중앙시네마에서 열린 <사마리아> 언론 시사는 기자처럼 물색 모르고, 다소 빠듯하게 시사장을 찾았던 사람들은 하늘이 누래졌던 현장이었다. 일찍부터 좌석표가 동날 만큼 대성황이었기 때문.

김기덕 감독이 어떤 사람이던가.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은 다소 잠잠했지만, 내놓는 영화들마다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던 ‘문제적’ 감독이 아니었던가. 그럴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대개 그를 향해 야유와 비난, 무시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날카롭게 쏟아부었었다.

물론 그의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섞여 있었을 테지만, <사마리아> 언론 시사장은 어쩐지 ‘진짜 상을 탈 만했던 영화인지 두눈 부릅뜨고 지켜볼거야!’같은 무서운 결의들이 떠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그러는 네가 그랬던 거 아니야?’라고 반문할지 모르겠으나 기자는 이상하게도 머릿속이 백지상태였다).

어쨌든 숨통이 턱턱 막혀올 듯한 극장 안에서 무사히 한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기자는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시사 후 기자간담회도 그 이상스런 ‘백지상태’ 때문에 무척이나 곤혹스러웠다. 영화는 생각할수록 모호하고, 김기덕 감독이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수많은 말들 또한 즉각즉각 이해가 되지 않고, 모르스 부호처럼 해독을 요구하고 있었다. 마치 난독증을 앓게 된 사람처럼, 삐질삐질 땀을 흘려야 했던 <사마리아> 언론 시사. 지금부터 그 시사회 현장을 간략하게 소개해 드리겠다.

#1. 무대인사

김기덕 감독이 논리적인 달변을 지녔다는 것은 이미 알고있던 사실. 무대 인사에 오른 그는 또 한번 그 언변을 드러냈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일부 함성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기자가 아닌 것 같네요. 자제를 바랍니다. (웃음) 이 자리는 냉정하고 엄격한 자리니까 상에 연연하지 말구 보고 느낀대로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상은 연막도 아니구요, 무시해서도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상때문에 제 영화 시사회때 이렇게 자리가 없게 되네요.”라고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이어 “서구가 지속적으로 저를 인정해온 부분이 있는데, 그걸 되새김 할 수 있는 기회면서 한국영화사에서 이 영화가 어떤 의미를 차지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시간 등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인정하기 싫은 부분이 있다면 날카롭게 비판해 주시길 바라구요. 그래야만 저 역시 자만에 빠지지 않고 논쟁의 한가운데 있을 것 같다.”는 솔직한 의견을 던졌다.

인상적인 것은 다음과 같은 사과 발언. 그는 “지난번 감독상을 받고 나서 기자회견을 할 때 잘못된 비유를 했었어요. 굳이 무슨 비유였는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잘못된 비유로 인해 상처를 드렸던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한편 이얼이 촬영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가운데, 주연 여배우들인 서민정과 곽지민이 무대 인사를 했다. 동명이인이 있어 얼마전 이름을 한여름으로 바꿨다는 서민정은 귀여운 말투가 역력한 여고생 신인 배우. 총 3부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사마리아>는 1부 ‘바수밀다’에 서민정이 2부 ‘사마리아’에 곽지민이 마지막 3부 ‘소나타’에 이얼이 중점적으로 등장한다.

#2. 영화

기자도 순간순간 많이 웃고, 다른 많은 사람들도 괴상한(?) 웃음을 터뜨렸던 <사마리아>. 코미디도 아닌데, 도대체 왜 웃었는지는 여러분들도 곧 알게 되실 것이다….

침착한 말투를 지닌 2부 '사마리아'의 주연 곽지민
침착한 말투를 지닌 2부 '사마리아'의 주연 곽지민
#3. 기자간담회

기자간담회에서 ‘어디 용감하게 질문 한번 해봐!’라는 도전적인 분위기를 풍긴 김기덕 감독. 서두에서 그는 “영화를 몇 년씩 찍게 되니까 이제 기자들 얼굴을 대부분 안다”면서 “저 감독이 날 모르겠지, 라고 생각하지 말고 자유롭게 질문하기 바란다”는 독특한 주문을 했다.

하지만 상당히 조심스러운 뉘앙스로 일관한 기자들의 질문은 김기덕 감독의 말만큼이나 해독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김기덕 감독과 두 여배우들이 말했던 중점적인 답변만을 요약하면, 김기덕 감독은 무엇보다 “이 영화는 각기 구상, 추상, 반추상으로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며 “9시 뉴스처럼 피해자와 가해자가 단순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범임을 드러내고 싶었다.”는 말과 함께 “<사마리아>는 구원이나 화해 등에 대해 구체적인 정답을 내리는 영화가 아니라 오히려 질문을 던지는 영화”임을 강변했다.

캐스팅되기전까지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무서워서 한 편도 보지 않았다는 곽지민은 “영화를 찍으면서 ‘여진’을 이해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면서 “찍으면서 이해가 갈듯하면서도 안 갔는데, 지금도 여전히 복잡미묘하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그전부터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다는 한여름은 “원조교제라는 소재가 독특하고 매력적이었다.”면서 “연기가 처음이라 이게 맞나 걱정도 했지만 즐겁게 찍었다.”는 감상을 발랄하게 얘기했다.

화면을 장악하는 멜랑꼴리한 영화 음악과 섬뜩한 장면들, 그 속에 무수한 퀘스천마크가 필요한 <사마리아>. 이 영화는 5억원도 안 되는 저예산으로, 14일 동안 총 11회차 촬영만으로 완성된 영화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의 말처럼 그런 점이 영화의 모든 것을 변명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촬영 현장을 빼꼼이 응시하고 있는 행인들이 여과없이 등장하는 어이없는 장면같은 경우는 말이다.
뭐,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기덕 감독의 문제작 <사마리아>는 오는 3월 5일 개봉할 예정이다.


취재: 심수진
촬영: 이기성, 이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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