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목적
“나 지금 젖었어”라고 왜 대답하지 못한거야? | 2005년 6월 9일 목요일 | 협객 이메일


“지금 젖었죠?”라는 음탕한 대사로 강렬하게 오프닝을 장식할 때부터, <연애의 목적>은 여타의 멜로영화가 고질적으로 갖고 있는 ‘판타지’를 넘어선다. 사랑과 연애는 별개의 것이며, 그 둘의 간극만큼 주인공 최홍(강혜정)과 이유림(박해일)은 영화 밖의 연애와 비슷한 관계를 맺는다. 영어선생 유림과 교생 홍이 맺는 연애관계는 학교라는 보수적인 배경을 이용, 낭만성을 벗어던지고 충실하게 연애를 재현-이행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5초만 넣고 싶다는 욕망에 이글거리는 유림의 행동은 ‘강간’이 분명하지만, 홍은 50만원이라는 물질적 계산법으로 그것을 되받아쳐 실제 두 사람 간의 ‘균형’을 잡으려 한다. 그러나 선생과 교생이라는 사회적 위치는, 6년 사겨 이제 가족 같은 애인이 있는, 유림에게 능글맞은 성추행 또는 부당한 섹스의 요구를 감행할 수 있게 만드는 권력이 돼버린다. 상대적으로 비권력자적인 사회적 위치를 갖고 있는 홍은 섹스를 수락할 것인가? 또는 거절해 권력의 횡포를 감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홍은 우리가 연애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으레 기대하는 캐릭터에서 이 지점부터 벗어난다.

“나랑 섹스하고 싶으면 50만원 줘요”라는 솔직하다 못해 당돌한 말로 시작해, “너 맛있어!”하는 유림의 말에 “너도 맛있어”하며 섹스를 리드하는 대담무쌍한 태도까지, 그녀는 침실노동에서 벌어지는 남녀관계의 모든 경우의 수를 비껴간다. 남녀 사이는 그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은밀한 문제인 만큼 ‘연애의 목적’은 오직 “연애에 있다”라는 명제를 여기까지는, 영화가 페어플레이로 지켜준다.

둘 모두에게 결혼상대자가 있으면서도 어느 쪽도 놓치지 않고 즐기고 싶은 마음에 ‘균형’-상대적인 단어다. 정혼자 입장에서는 이 둘의 균형은 배신이자 기만일 뿐이다-을 잡아가던 그들에게 배경으로만 머물던 학교는 조금씩 연애를 사랑공식으로 치환하려 든다. 홍에게 수작 걸 정도로 선생인 유림은 그 사회적 위치를 성적인 권력으로 여성에게 행사할 수 있는 뻔뻔남이다. 학교라는 집단이 내재한 보수성을 유림이 역이용하기보다 연애, 그 자체가 가진 솔직함이 퇴폐적일만큼 진보적 성향을 띄기 때문일 것이다. 보수와 진보, 사회적 위치와 개인적 사생활이 맞물리는 상황에서 둘만의 ‘유희적’ 관계는, 다분히 드라마틱한 결말을 위해, 비난받고 애초에 영화가 의도한 연애의 목적에 어긋나는 반칙플레이를 일삼는다.

유림과 홍이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것은 사실 영화에서 그다지 중요한 의미를 뽑아내지 못한다. 영화가 대놓고 내건 화두-연애의 목적-가 마지막에 이르러 사랑으로 변질되기까지 수 없이 곱씹게 만들던 남녀권력관계 문제는 끝끝내 봉합하지 못한 채 사랑으로, 그것도 1년여의 시간이라는 틈새를 이용 밀어 넣었기 때문이다. 연애의 목적이 정말 ‘연애’에 있다면 사랑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사랑은 연애의 목적이 그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감정이다.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무형의 어떤 것들이 연애라는 말로 환원되기에 연애는 ‘순간’일 수밖에 없다. 그 순간이 일으키는 감흥 또한 사실, 쾌락에 가까운 감정일 뿐이다.

“저, 성추행 당했어요!”라며 두 사람의 사회적/개인적 관계를 단숨에 위치전환한 최홍의 태도는 분명, <연애의 목적>이 마지막까지 지키지 못한 그 연애를 너그러이 용납할 수 있게 만든 ‘미덕’으로 기억에 남는다.

7 )
naredfoxx
결말이 기억이 안나네..;;   
2010-01-01 19:47
callyoungsin
정말 웃기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잼있게 본 영화예욤   
2008-05-15 15:35
kyikyiyi
박해일과 강혜정의 연기 정말 잼있게 본영화   
2008-05-09 15:18
qsay11tem
평범함이 느껴지네여   
2007-11-23 12:03
kgbagency
마지막에 참 쇼크였어요   
2007-05-16 11:11
ldk209
ㅋㅋㅋ... 박해일의 능글능글함...   
2007-01-11 16:14
js7keien
오, 이건 정말 아냐!   
2006-09-2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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