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하지 않은 애견애묘 옴니버스 (오락성 6 작품성 6)
미안해, 고마워 | 2011년 5월 26일 목요일 | 양현주 이메일

본격 애견, 애묘 영화 <미안해, 고마워>. 제목에서 와 닿는 착한 감동은 급변하는 요즘 세태와는 동떨어진 낡은 정서다. 소재와 제목에서 묻어나는 분위기 탓에 진부한 영화라고 치부되기 쉽지만 직접 만나본 <미안해, 고마워>는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

송일곤, 오점균, 박흥식, 임순례까지 대중영화와 작가영화의 경계선에 서 있는 감독 네 명이 고양이와 개를 매개로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어린 아이와 반려동물로 연결되는 순수한 감성은 일상에 찌든 우리네에게는 늦게 찾아온 편지와 같다. 그런데 이 늦게 도착한 편지를 열어보면 의외로 마음을 움직이는 구석이 있다.

<미안해, 고마워>가 전달하는 것은 관계의 문제다. 아버지와 소원해진 딸,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노숙자, 난생 처음 동생이 생긴 아이까지. 저마다 고민하는 관계 곁으로 개와 고양이가 다가와 상처를 핥아 준다. 송일곤 감독이 말하는 <고마워, 미안해>와 임순례 감독의 <고양이 키스>는 아버지와 소원해진 딸을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눈물과 웃음으로 관계의 회복에 초점을 맞추지만 도식적인 화법은 아쉽다. 특히 관객이 감정선을 잡기에 <고마워, 미안해>에서 만나는 아버지 특유의 연기 톤과 김지호의 똑 떨어지는 깔끔한 연기법은 힘이 부족하다.

<미안해, 고마워>가 진부한 애견, 애묘 옴니버스에 머무르지 않게 하는 것은 오점균의 <쭈쭈>와 박흥식의 <내 동생> 덕이다. 단편 <비가 내린다> <생산적 활동>와 장편 <경축! 우리 사랑>으로 다진 오점균의 연출력은 <쭈쭈>의 버림받은 존재들, 노숙자(김영민)와 유기견을 일상적인 걸음걸이로 밀착시킨 후 조용히 흔들어 놓는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어공주>로 필모를 걸어온 박흥식은 <내 동생>을 통해 <쭈쭈>가 비루하고 모난 정서로 거칠게 몰아붙였던 대척점에서 사근한 감성을 불러 일으킨다. 유치원생 보은(김수안)과 백구 보리(조아진)의 관계를 의인화시켜 사랑스러움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정의하는 듯하다.

<미안해, 고마워>는 옴니버스답게 다양한 차림으로 긍정하게 만든다. 그리고 아역들의 발군의 연기가 특유의 순수한 감성에 설득력을 갖게 한다. <하녀>와 <해운대> <헬로우 고스트> 등으로 친숙한 아역배우 안서현, 천보근도 좋지만, 김수안과 조아진의 매뉴얼을 따르지 않는 살아있는 화법이 ‘연기대로’가 아닌 ‘그대로’를 보여준다. 애견 애묘 영화가 유독 많은 일본에 비하면 불모지에 가까운 우리나라(<각설탕> <워낭소리>를 이 카테고리에 넣기는 어렵다)에서도 썩 괜찮은 애견애묘 옴니버스가 나온 셈이다.

2011년 5월 26일 목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미안해, 고마워>를 보고 난 후 남는 후유증 하나, '멍멍'이 '형형'으로 들린다.
-<쭈쭈>와 <내 동생>은 놓치면 아쉬운 단편.
-이누도 잇신의 <우리 개 이야기> 부럽지 않은 한국판 애견애묘영화
-착한 영화에 울렁증 있는 당신, 과감히 피하라.
-여느 옴니버스가 그러하듯 들쭉날쭉한 만듦새
-14년 만의 스크린 컴백이 ‘미안해’지는 김지호의 드라마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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