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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의 라스트 씬 변주곡, Proof of Love
프루프 오브 라이프 | 2001년 1월 20일 토요일 | 모니터기자 - 신지영 이메일

이 영화를 보기 며칠 전, TV 연예 프로를 통해 맥 라이언과 러셀 크로의 인터뷰를 보았다. 기억에 남는 것은 두 사람 모두 둘 사이에서 난 스캔들에 아주 민감하고 예민하고 격하게 오버해서 반응했다는 것이다. 아니면 말것이지 뭐 그리 인상을 찌뿌리며 정색을 하나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둘 사이의 사적인 관계만 궁금했다. 남편을 납치당하고 망연자실해야 할 '앨리스'는 에스닉한 의상의 변화에 따라 립스틱과 메이크업을 바꾸며 등장했고, 납치범과 협상할 전문가 '테리'는 '앨리스'와 대면하는 첫날부터 끈적한 눈길과 중저음의 목소리 톤으로 멋을 냈다. 러셀 크로의 목소리는 낮게 깔려 음울하면서도 신임이 가는 매력이 있다. 그런데 영화 중반부까지 납치범들의 협박 방식과 대응책을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는 한국의 '최민수'를 연상시켰고, 나는 러셀 크로 팬들 에게는 미안하게도 키득거리고 말았다.

그래도 영화는 재미있다. 감독 Taylor Hackford는 [사관과 신사], [백야]로 예전에 이미 알려졌고, 필자가 한때 선배와 '클로레스 돌레이본' 또는 '클레이스 돌로레본'이라고 헤갈려하던 [돌로레스 클레이본]과 [데블스 애드버킷]의 감독이다. 그러한 감독의 역량은 다큐멘터리들을 다루어본 솜씨까지 더해서 허구적인 극적 연출보다는 사실적이고 다큐적 냄새를 풍기며 반정부세력 'ELT'를 보여주고, 고산지대에서의 격전하는 장면을 박진감 넘치게 해준다. 인물들의 감정은 절대 격하지 않으며 매우 절제되어 있다. 이러한 설정은 말랑한 멜로의 마스코트 멕 라이언이 나오지만 절대 그런 로맨스 영화는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또 후진국의 개발과 자선사업을 미끼로 큰 나라가 어떻게 간을 빼먹는지와 ELT라는 반정부세력과의 대치로 사회적 정치적 갈등 역시 강조시켜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 표출되는 감정표현은 절제하더라도 테리가 왜 아무 이득도 없을 위험천만한 일을 처녀도 아닌 남의 아내를 위해 자청하고 나서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바탕은 '나밖에 없잖아요'라는 테리의 대답보다는 강력했어야 했다. 테리가 양심 100%의 인간으로서 도저히 인간도리가 아니라 그랬다 친다면 후반부 그들은 키스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리고 'Tecala' 라는 가상의 엉망진창 무법지대 국가와 그 나라를 반대하는 ELT를 만들어 등장시켜서 맘 놓고(실제라면 해당국의 불만이..) 그러한 상황 자체를 한없이 악하고 몹쓸 것으로만 몰아댔다. 이 것은 테리와 앨리스가 남편없이 만나는 틈을 주는 기회로만 보일 뿐이다. 전혀 프로답지 못하게 인질협상을 하는 ELT 두목과 4개월 이상을 잡혀 있으면서도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견디어 내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 더더욱 납치 상황은 해결이 시급한 문제거리라는 인식에서 멀어져가고, 테리와 앨리스의 로맨스에만 촉각이 서게 된다.

어느 평론가도 이 영화에 어울리는 제목은 'Proof of Love'라는 말을 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목이 맨 앨리스는 '나에게 당신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안다고 말해주세요' 라며 눈가를 촉촉히 적시고, '그럼 난 밑진게 없군' 하는 테리를 보면 Proof의 뜻이 뭔지를 알거나 영화 제목의 뜻이 '생존증거'라는 것을 안다면 누구든 떠올릴 수 있다.

그래도 모르는 분들을 위한 보너스 트랙!! 앨리스가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언덕 아래로 사라지면 못내 아쉬운 테리는 차를 오랫동안 응시한다. 표정은 슬픔에 젖어 들고, 'I'll be your man....' 하는 청승스런 컨트리 풍 노래가 흐른다. 사랑하는 여자의 남편을 구해주고는 어서 가서 행복하게 살라고 보내주는 [카사블랑카]의 이색장르 버젼 같은 이 장면..... 완벽한 사랑의 증거다. 노래나 좀 세련된 걸 쓸 것이지.

2 )
ejin4rang
카사블랑카   
2008-10-17 08:51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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