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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소비에 미친 그대들이여, 제발 정신 차리시길.
쇼퍼홀릭 | 2009년 3월 23일 월요일 | 김선영 기자 이메일


쇼핑이라는 주제의 다양한 해석과 쇼핑에 미친 범상치 않은 주인공의 좌충우돌 이야기. 이것으로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소피 킨셀라’의 소설 ‘쇼퍼홀릭’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배경은 영국에서 패션 피플들이 열광해 마지않는 뉴욕으로 옮겨졌고, 여주인공 레베카 블룸우드(아일라 피셔) 역시 미국인으로 국적을 변경했다.

레베카는 쇼핑에 살고 쇼핑에 죽는 여자다. 수많은 카드를 척척 긁어가며 그 순간 살아있음을 느끼다 청구서가 날아드는 순간, 삶의 환희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렇게 쇼핑에 미쳐있는 그녀의 소망은 오로지 하나다. 패션 매거진 ‘알렛’에 입사하는 것. 삶 자체가 쇼핑인 그녀에게 이보다 더 딱 맞는 직장은 없겠지만, 소망은 쉽게 이루어질 수 없기에 소망이다. 현실은 그녀에게 패션 잡지사 대신 같은 계열사에 속해 있는 경제 잡지사를 선택하게 한다. 이곳에서 그녀는 핸섬한 편집장 루크(휴 댄시)의 도움으로 ‘초록 스카프녀’라는 애칭을 얻으며, 쇼핑에 빗댄 다양한 경제기사로 베일에 가려진 유명인이 된다. 하지만 그녀는 늘 불안하다. 과도한 쇼핑이 불러온 엄청난 빚은 결코 경제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 속 레베카의 표현을 빌리자면, 쇼핑은 삶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게 하며,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진정 아름다운 존재다. 물건을 사는 것에 기쁨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일정부분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홀릭’이라는데 있다. 지나침을 넘어서 제어라는 것이 어려운 상태.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지갑속의 카드를 충동적으로 꺼내며 순간의 만족을 즐기고, 수북한 청구서와 텅 빈 쇼핑백을 손에 쥐고 파산을 고민한다. 쇼퍼홀릭이던 레베카와 신상녀, 된장녀(신상남, 된장남도)등의 신조어가 뿌리 깊어 보이는 지금 우리의 현실은 그런 부분에 있어 상당수 일치한다. 쇼핑을 하고 그것을 갚기 위해 빚을 내고 또 그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고. 이것이 우울해 또 다시 브레이크 없는 쇼핑을 하고. 이렇듯 악순환의 반복은 개인을 넘어서 사회문제로 야기 되었고, 경제관념 없는 레베카가 경제를 운운하는 아이러니함은 한 순간에 무너질 모래성처럼 보인다.

이러한 레베카의 모습이 점차 변해가는 것을 보면,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도 불구하고 마치 국민 경제 위기 계몽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쇼윈도의 마네킹들이 살아나 소비를 부추기는 모습. 가장 원하는 회사의 면접을 가는 길에 쇼핑을 하는 범상치 않음. 냉동실 얼음 속에 꽁꽁 얼려놓았던 카드를 쓰기 위해 얼음을 부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쇼핑 중독의 참상이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로 인해 친구와 사랑하는 남자. ‘초록 스카프’녀를 열광하던 대중의 외면은 그녀를 변하게 한다. 마지막 순간 소비를 부추겼던 마네킹들의 박수를 받으며 당당히 구매를 외면해 버리는 모습은 그래서 기특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든다. 아껴야 잘 살지.

그러나 쇼핑에 관한 메시지를 제외한, 나머지 영화의 극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물론 쇼퍼홀릭이라는 주제로 인해 의상이나 뉴욕을 배경으로 한 화려한 쇼윈도의 모습 등은 오락적인 볼거리다. 하지만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뮤리엘의 웨딩>을 연출하며 위트를 선보였던 ‘P.J. 호건’ 감독은 소설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영화의 진부한 구성은 주제의 신선함을 살리지 못했고, 그녀의 쇼핑만큼이나 중요했던 로맨스도 그럭저럭 끼워 맞춰질 뿐이다. 그리고 극 전체를 이끌어 가는 ‘아일라 피셔’의 연기력이 철부지 쇼퍼홀릭에서 경제적인 여인으로의 다양한 모습을 스크린에 펼치기엔 다소 부족해 보인다.

2009년 3월 23일 월요일 | 글_김선영 기자(무비스트)




-소설 ‘쇼퍼홀릭’에 무궁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그대라면.
-쇼핑이 주제. 뉴욕이 배경. 나름 땡기는 요소.
-불철주야 쇼핑에 쇼핑백은 꽉 들어차고, 지갑은 텅 비며, 카드는 한도초과인 그대.
-주변에 능력은 없으나 신상, 된장 남녀가 있다면, 한사람 살린다 치고 티켓을 끊어주길
-평소 쇼핑이라는 것에 관심 없는 그대라면.
-쇼핑으로 생긴 넘치는 빚을 갚고 정신 차린 그대라면, 그 시절이 떠올라 괴로울지도.
-여배우의 매력이 영화 선택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면.. 글쎄..
-요즘,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수작들이 즐비하죠. 하지만 다 그렇지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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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bmajor
전혀 안끌리는 영화   
2009-03-23 19:28
bjmaximus
전혀 안끌리는 영화   
2009-03-2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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