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최초평가!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으로 철옹성 지브리의 문을 열다.
게드전기 | 2006년 8월 3일 목요일 | 최경희 기자 이메일


『반지의 제왕』『나니아 연대기』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지소설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는 어슐러 K. 르권의 『어스시의 마법사』가 애니메이션의 명가 ‘지브리스튜디오’에서 <게드전기:어스시의 전설>(이하 '게드전기')로 영화화됐다. 지브리하면 미야자키 하야오를 대부분 동시에 떠올릴 것이다. <원령공주>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하야오 감독의 세계는 곧 지브리의 방향성을 대변한다. 때문에 <게드전기>는 그 연장선상에서 의미를 해석하고 지브리의 세계를 탐닉하게 만드는 작품일 거라 여겨졌다.

그도 그럴 것이 감독 미야자키 고로가 하야오 감독의 아들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게드전기>는 원작자의 놀라운 상상력보다 지브리의 세계관이, 아버지에서 아들로 대물림될지에 관심이 몰렸다. 그러나 아들 미야자키 고로는 아버지의 후광을 통해 얻게 된 지위를 영화초반에 의식적으로 거세한다.

어스시는 용과 전령 그리고 마법사가 살고 있는 세계다. 균형과 조화로 추구하던 어스시에 인간 곁을 떠난 용이 나타나자 균형과 조화는 서서히 깨지기 시작한다. 가뭄과 전염병으로 사람들은 피폐해지고 인간사냥이 기승해 사람들은 점점 현실을 도피하는 무력증에 시달린다. 세상의 균형을 지키던 마법사들의 마법도 이때부터 점차 약해진다. <게드전기>가 지금까지의 지브리의 영화들과 다른 점은 주 무대가 되는 ‘호트타운’이 이상적인 사회가 아니라는 데 있다. <바람의 계곡 나우사카>의 바람계곡, <미래소년 코난>의 하이하바, <천공의 섬 라퓨타>에서의 슬러그 계곡,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하울의 성 등등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제안하는 이상적인 공동사회는 말 그대로 이상이기에 현실과의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는 맹점을 지닌다. 그와 반대로 호트타운은 철저히 영화 밖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마약과 가짜, 인간사냥이 난무하는 즉,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소년 아렌은 왕자의 신분을 버리고 마법사 게드(하이타카)를 우연히 만나 이곳으로 흘러들어온다. 고로 감독은 원작을 각색하면서까지 소년 아렌을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캐릭터로 그려낸다. 아렌 왕자는 아버지인 왕을 죽이고 그에게서 마법으로 단련된 칼을 훔친다. 아버지를 죽인 아렌은 곧바로 미야자키 고로 감독 본인을 떠올리게 한다. 아버지인 하야오 감독은 고로 감독에게는 영원히 넘질 못할 산일지도 모른다. 고로는 왕을 죽이는 아렌을 영화초반에 노출시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향권 아래에서 벗어나고픈 심정을 처음부터 고백한다. 감독으로서 앞으로도 그에게는 하야오의 아들이란 꼬리표가 떨어질 날이 없겠지만 아버지와는 다른 세계관과 주제로 자신의 영화를 만들고픈 그의 의지는 <게드전기> 전반에 걸쳐 또렷하게 드러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판타지가 단순히 판타지로 평가받는 것을 거부한 작품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자신의 세계관이 결코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세계가 아님을 마법이란 판타지를 이용, 판타지를 부정했다. 이중부정은 강한 긍정을 의미한다. 하지만 <게드전기>는 세상의 균형이 깨질 때, 마법 또한 사라진다는 설정으로 판타지 대신 현실성을 끌어안는다. 마법사 하이타카(게드)는 대현자로 불리는 강력한 마법사이지만 그의 마법은 어지러운 세상과 함께 소멸될 위기에 처한다. 아버지와 다르게, 세상을 구하는 것은 마법(판타지)이 아닌 ‘진실’(현실)이라 말하는 미야자키 고로에게 어스시의 세계는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닌 것이다.

자아분열과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는 주인공 아렌의 모습에서 고로 감독의 인생이 겹쳐진다. 결국 그는 <게드전기>를 지브리의 울타리(아버지의 영향권) 안에서 만듦으로써 자신을 인정하며 성장에 성공했음을 말하고 있다.

미야자키 父子의 세계는 이렇듯 같은 울타리 안에서 극명하게 갈린다. 사실, <게드전기>는 방대한 원작을 함축하는 데 실패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 실패는 고의적인 실패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아버지가 구축한 지브리 세계에 안주하고 싶지 않은 아들의 반항기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철옹성 지브리의 문을 지금 막 열었기 때문이다.

글_ 2006년 8월 3일 목요일 | 최경희 기자
작품성
79 %
흥행성
72 %

-미야자키라는 이름만 들어도 신뢰가 느껴진다면....
-아버지와 아들이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다면...
-지브리의 앞날을 걱정했다면......
-철학적인 울림이 있는 고품격 애니메이션 팬들이라면.....
-무조건 만화라 하면 철떡 같이 재미있을 거라고 믿는다면...
-원작소설에 정말로 푹 빠졌다면....
-로봇 나오는 SF애니메이션만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다면...
-남들 다 보는 <괴물> 볼 시간도 없다고 투덜대고 있다면....

21 )
karamajov
아 그리고 기자님. "감독으로서 앞으로도 그에게는 하야오의 아들이란 꼬리표가 떨어질 날이 없겠지만 아버지와는 다른 세계관과 주제로 자신의 영화를 만들고픈 그의 의지" 이런멘트좀 날리지 마세요. 고로감독에게 그 의지에 대해 직접 들었소? 고로감독이 자기입으로 나는 아버지와는 차별화된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고 한거요? 아니라면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마요. 아니 꼭 아버지와 다르게 만들어야 된다는 법 있소? 하야오의 스타일을 계승하는 것도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있고 훌륭한 일이고 아버지의 영향아래서 컸을테니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오. 물론 고로감독이 자신의 사상이나 예술관에 의해 하야오와 다른길을 갈 수 도 있고 이것 또한 가치있는 일이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맹목적으로 아버지랑은 달라야되서 오로지 이 이유때문에 아버지와는 다른 작품을 만들려는 의지같은 것을 기자님처럼 멋대로 상정하는 일일것이오. 기자님이야 말로 프로이트이론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고로를 왜곡되게 바라본것은 아닌지   
2009-07-15 03:00
karamajov
기자님 하울의움직이는성은 좀 빼주세요. 그리고 js7keien님 말 너무 함부로 하시네요. 무슨 모욕이자 재앙입니까. 지브리의 순수한 감성을 난 게드전기에서도 그대로 느낄수 잇엇소만   
2009-07-15 02:48
callyoungsin
좀 특이한거 같은데 보고싶네요   
2008-05-13 16:12
kyikyiyi
애니매이션은 좋았는데 영화볼기회가 없었던   
2008-05-09 10:33
qsay11tem
이색적이네요   
2007-11-22 13:29
kpop20
기대할께요   
2007-05-27 13:20
lyk1414
보고싶었는데 흥행은 못한듯   
2007-05-05 17:13
kangwondo77
아버지 명성에 먹칠했다더만..   
2007-05-04 20:11
1 | 2 | 3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