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PIFF] 개막작 리뷰 <스탈린의 선물> 아련하면서도 암담한 그날들
2008년 10월 6일 월요일 | 김용필 객원기자 이메일


스탈린의 선물은 살아남은 자의 추억을 담담하게 들려주는 영화다. 흑백 사진 속에 담겨진 한줄기 컬러 빛 같은 아주 짧은 시간에 대한 추억이다. 어린 소년의 추억임에도 불구하고 참담한 암흑기의 기억이 생생하다. 선물에 담긴 이중적인 의미만큼이나 중의적이다. 아련하면서도 암담한 그날들이 담백하게 담겨있다.

영화는 카자흐스탄의 황량한 들판으로부터 시작된다. 들판을 가르며 달려오던 기차는 양떼의 횡단에 당황해 기적을 울리며 주춤거린다. 기차는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하는 소수민족들로 가득하다.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유대인 꼬마 사쉬키는 시신과 함께 어느 외진 마을에 카심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은밀히 내려진다. 이곳에서 카심 할아버지를 만나 정착하며 살아간다.

갑자기 나타난 사쉬키는 독수리의 눈에 들어온 병아리나 마찬가지다. 경찰의 먹잇감이 되어버린 사쉬키를 보호하기 위해 마을 아낙이 몸을 허락해야 했으며, 카심 할아버지는 양을 실어주기도 한다. 그 와중에도 사쉬키는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행복한 한때를 보낸다. 언젠가는 부모를 만날 것이란 희망을 품고서.

영화는 이렇게 참담했던 시절에 존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별한 주제 없이 풀어 놓는다. 이주정책으로 인해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이 예상 가능한 수순으로 진행된다. 영화 말미에 사쉬키는 카심 할아버지의 배려로 부모를 만나기 위해 이스라엘로 보내진다. 그리고 시간은 훌쩍 시간을 뛰어넘어 중년의 사내가 된 사쉬키를 비추며 스탈린이 내린 선물이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그 마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가 된 사쉬키. 1949년 스탈린의 70회 생일을 많아 최초의 핵폭탄 실험이 진행됐고 이때 마을 사람 모두가 희생된 것이다. 카심 할아버지와 들판을 뛰어놀던 친구들, 사쉬키를 지키기 위해 몸을 허락해야 했던 여인, 심지어 주민들을 괴롭히던 경찰도 스탈린이 안긴 최초의 핵폭탄 선물에 추억속의 인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핵폭탄이란 엄청난 괴물이 삼켜버린 사람들. 이제 그들은 사쉬키의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영화는 중년이 된 사쉬키가 뒤늦게 그들이 존재했음을 알리는 증언이다. 강제이주라는 참담함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던 그들. 누가 언제 어떻게 이동했는지도 모르는 그들의 존재마저 삼켜버린 스탈린의 선물이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지를 너무나 담담하게 고발한다. 다소 밋밋해 보이지만 역사의 상처를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두고 되씹게 하는 오랜 여운이 남는 영화다.

2008년 10월 6일 월요일 | 부산_김용필 객원기자(무비스트)

10 )
kisemo
 잘 읽었습니다   
2010-05-09 14:39
ejin4rang
영화보고싶어지네요   
2008-12-02 17:19
shelby8318
영화 보고싶네.   
2008-10-08 13:02
joynwe
작품성을 기준으로 개막작을 정한 듯 하기는 한데...좀 밝은 영화로 정했다면 어땠을까...   
2008-10-07 23:01
keykym
핵폭탄이라! 어두움!!   
2008-10-07 09:49
dongyop
피프 개막작이잖아요.   
2008-10-06 23:43
ooyyrr1004
어두운 역사의 현실을 표현한 영화인거 같네요   
2008-10-06 23:18
joynwe
개막작...   
2008-10-06 22:57
1 | 2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