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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없는 45억짜리 블럭버스터
단적비연수 | 2000년 11월 7일 화요일 | 모니터 기자 - 신지영 이메일

난 [은행나무침대]도 좋아하고, 국민영화처럼 된 [공동경비구역JSA]보다 [쉬리]를 좋아한다. 이 두 영화가 대중들과 가까이 하며 전폭적 지지를 받는 반면 감독은 어느새 대중적 친근함을 넘어서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거물급 스타가 되어 있지만. 여하튼 나날이 용기백배인 강감독의 단적비연수를 믿었건만...

시대불명, 국적불명의 대 SF서사극

장대한 스케일과 한국으로 국한된 편협함을 벗고자 선사시대를 택했다고 한다. 박제훈 감독은 역검을 이용하는 보기 드문 무협도 멋질 거라고 했다. 그러나... 의상과 분장과 소품들 모두 각 시대를 총 망라하여 뒤섞였더라. 특히 후반부에 매족들이 쓰고 나온 은빛 금속 투구는 매우매우 사이버틱하다. 싸움하는 사람보다 더 정신없게 흔들어대는 핸드헬드 카메라 덕에 어느 편이 칼을 맞고 어느 편의 숨통이 끊어지는 건지 어디를 어떻게 끔찍하게 공격 받은 건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역검을 썼는지 뭘 썼는지 어지간한 눈썰미가 아니고서야 알 재간이 없었다. 초반 첫 무협씬은 칼 부딪히는 소리보다 더 요란하게 웅장한 척(!) 하는 음악이 깔려 정신을 쏙 빼놓았다. 보통 이런 경우엔 웅장함과 거대한 스케일을 예감하며 소름이 쪽 끼쳐야 되는데 말이다.

서사성과는 이질적인 특수효과

신산이 노하면 나오는 몰핑 기법으로 만든 기(氣). 그 신산의 기가 '비'를 쫓다 가 '단'의 얼굴 앞에 머물렀을때 앗! 저 장면은 카메론 감독이 완전 죽을 쑤었던 영화 '심연(The Abyss)'과 너무도 흡사한 장면이었다. 막대한 제작비 쏟아 붓고 망하는 영화는 통하는 것이 있나보다. 매족이 천검을 만들고자 꾸며 놓은 제단과 천검이 보관된 장치는 어눌하기 짝이 없는 형태와 색깔과 모양새다. 미니어처였을까? 그쪽으로는 꽉 잡은 심감독한테 도움 좀 받지... 대서사 드라마라며, 그런 장르적 장점을 만끽할만한 요소를 너무도 안 보여줬다. 배우들 사는 집과 옷만 베트남식 판자집에 누더기 누더기 겹쳐입은 레이어드 룩이었다. 특수효과란 그야말로 영화의 성격과 분위기를 돋구어 주는 특별한 효과 아닌가? 겨우 꾸며 놓은 배경마저 깍아 먹은 이질적 효과였다.

연기력을 갉아 먹는 대사

"왜 저만 이래야 되요? 살려주세요~ " "올거야, 늦는거뿐이야" "너 대체 왜 이러니?" 5명의 쟁쟁한 배우들이 엮어 내는 오색의 연기와 개성은 간데 없고, 그나마 배우들의 기본기마저 갉아 먹는 난데없이 썰렁한 대사. 도무지 영화의 핵심을 받쳐 줄 만한 명대사 하나가 없고 간편하고 공허한 일상어 뿐이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약간 오버한 듯한 이미숙과 아직 덜 가셔진 박하사탕의 열정에 카리스마를 얹고자 한 설경구의 연기가 조화를 이룬다. 배우 중 한 명이 인터뷰에서 배경은 선사시대여도 대사는 요즘의 말투를 써서 편안하다고 했었다. 차라리 그런 말 하지나 말지. 배우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화면 가득 잡힐 때마다 이번엔 또 어떻게 분위기를 깰지 불안 반 기대 반이었다. 유치한 대사를 주더라도 배우가 정화했어야 할까? 그러기엔 문제의 뿌리가 시나리오에서부터 심각하게 곪아 있다.

단.적.비.연.수.의 정체

누구는 '제목만큼 난해한'이라고 했더라. 차라리 그랬다면 규모에 맞게 격조나 있었으려니 싶다. 이 영화를 난해하다 한다면 디즈니 만화나 봐야지... 아역들이 나올 때부터 단.적.비.연.수가 누구인지만 알면 된다. 이 다섯 글자는 그저 이름이다. 심오한 뜻과 정신도 갖지 않는 부르기는 닭살 돋지만 외우기는 매우 간편한 이름이다. '수'역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미숙이니 아주 쉽고, 나머지 아역들은(특히 성인으로는 최진실이 맡은 '비'역의 아역은 이미지가 매우 흡사해 누구든 보면 척 알게 된다.) 성인역의 배우들 이미지에 맞추어서 제대로 캐스팅이 되었다. 거기다 '단'과 '적' 모두 '비'만 좋아하고, '연'이 외로운 처지라는 거까지 알면 영화 내용을 이해하는데 충분하고도 남는다. 이 외에 부족간 갈등과 원한, 신화같은 전설 등이 얽혀 있으며 화의 틀을 만드는 것이 민족성 아니 부족성이지만 틀 안에 든 내용은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다. 이 테마는 갑자기 너무나 친절해진 태도로 라스트 씬에서 적극적으로 설명이 된다. 뜨악하게 만드는 은행나무의 등장과 천사처럼 뽀시시해진 '비'의 영혼이 '단'을 치유하는 모습이 그렇다.

은행나무침대에게 미안하다

은행나무침대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만들어진 은행나무침대2-단적비연수! 시간순서대로 단적비연수가 은행나무침대 1편이었다면 은행나무침대2는 감히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강제규 감독이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는다. 여전히 그는 열정이 가득하며 창의적이다. 그래서 단적비연수의 순수한 창작력만은 사줄만 하겠다. 그러나 그가 성공시킨 한국형 블럭버스터에 그가 먹히는 꼴이 될까 걱정된다. 총지휘 강제규, 감독 박제훈이지만 홍보문구 어디에서도 이것을 강조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강제규의 단적비연수일 뿐이다. 45억짜리 블럭버스터를 이렇게 무성의하게 뇌는 없고 덩치만 큰 미숙의 상태로 마무리하다니 강감독의 통도 감각을 잃은 채 부피성장만 했나보다.

巳足 - 영화를 보고 나올 때 옆에서 '백만은 넘을까?' 했다. 혹된 혹평 속에 100만은 넘을 거 같다고 했다. 또 '비천무랑 비교해서는 어때?' 했다. 차라리 순진한 순정만화 같은 비천무가 마구 그리워져 감정을 수습하느라 대답을 못 했다. 관계자 들으면 충격 받을라.

2 )
ejin4rang
재미를 못느꼈다   
2008-11-12 09:33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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