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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좋아하세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 2001년 1월 18일 목요일 | 모니터 기자 - 유진희 이메일

오랜만에 영화계의 여자 트로이카 중 한 명인 전도연의 출연이었다. 또한 박하사탕의 색깔 있는 배우 설경구와의 만남도 준비되어 있었다. 이런 전(도연) 설(경구)과의 만남은 관객으로서는 당연히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또한 따스함이 필요한 겨울이기 때문인지 로맨틱 코메디의 열풍(미트 페어런트, 왓 위민 원트, 패밀리맨)의 한가운데 서있는 영화였다. 그렇기에 너무나도 이 영화 보고 싶어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겨우 시사회표 한 장을 겨우 구했다. 정말 시사회로 본 사람은 안다. 얼마나 힘든 사투를 겪었는지를.. 많은 사람이 보고 싶어하여 다른 영화들보다 표구하기가 배로 힘들었다. 추운 겨울날 밖에서 30분 동안 떠는 것은 기본이었으니까...

힘들게 본 이 영화의 결론은... 바닐라 맛이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게 되면 대부분 세 가지의 선택이 주어진다. 딸기, 바닐라, 초쿄.. 나의 선택은 항상 딸기다. 그리고 초쿄. 그리고 마지막이 바닐라다. 그렇다고 바닐라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게 있어서는 그 맛이 너무 밍밍하다. 특별히 맛있는 것도, 그렇다고 맛없는 것도 아니다. 심심한 맛이 느껴질 뿐이다.

난 이 영화를 그런 바닐라 맛에 비유하고 싶다. 잔잔한 재미, 일상에서의 아름다움 등등...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이 영화는 심심하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고조, 긴장감, 특별한 감동 중 어느 하나 느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슬픔이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그냥 미소만 있을 뿐이다.

전도연... 보습학원 선생님으로 나오는 그녀, 평범하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얌전히 묶은 머리, 나이보다 어리게 느껴지지만, 아이들과 구별되지 않은 순수함이 왜 그리 밋밋하게 느껴지는지... 차라리 해피엔드에서의 당돌한 그녀 모습이 그리워진다.

설경구... 박하사탕에서 힘을 뺀 그의 모습이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지, 그의 연기를 보면 무채색의 차가움이 떠오른다. 어수룩해 보이는 그의 모습이 영화 보는 2시간 내내 익숙해지지 않는다.

사실 이 영화에서 조금만 살펴보면 일상적인 생활에서 놓치기 쉬운 작은 요소를 잘 포착한 것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CCTV에 행동하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 세차 중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행동들, 미래의 아내를 위해 찍어놓은 비디오들, 준비성 있는 마술... 또한 세심하게 고르고 고른 대사들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봉수가 속으로 읊조리는 '이 여자다, 아니다'의 반복뿐 아니라 원주의 '이 남자다, 이 사람이다'의 대비... 그리고 원주가 흘려보내듯 묻는 대사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로 이어지는 주옥같은 대사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그런 자그마한 해프닝들을 통해 사랑은 조금씩 쌓여 가는 것이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크게 감흥을 받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주위에서 너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인 것 같다. 영화는 모름지기 시간과 돈의 투자이다. 그렇다 보니 드라마와는 달리 일상생활과는 다른 독특함이나 색다름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다. 영화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감동과 똑같다면 무엇때문에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보러갈까?! 내가 직접 겪어보면 되는 건데... 그래서일까?! 보고 나오는 나의 마음이 씁쓸하다. 아무 맛도 없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은 것처럼... 이 영화도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보고 난 직후보다 1달 뒤, 1년 뒤가 더 기억에 남을까??

만약 내게 이 영화가 어떻냐고 묻는다면, 대답대신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느냐고 묻고 싶다.

3 )
ejin4rang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2008-10-17 08:53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4:25
ldk209
8월의 크리스마스가 주는 감동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함..   
2007-06-0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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