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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사이즈 미
‘어거지’가 때로는 먹힌다! | 2004년 11월 10일 수요일 | 최경희 이메일

“점심 먹은 지 얼마 안 지났는데 출출하다”, “친구가 약속시간에 조금 늦는다고 한다”, 생활 속의 시간은 이렇게 길거리에서 버려질 때가 많다. 이럴 때, 우리의 시간을 대신 챙겨주는 곳이 있다.

문은 있으나 안과 밖에 구분은 잘 닦인 유리창 때문에 의미를 상실한 지 오래된 곳, 그 유리창 때문에 세상의 모든 빛이 여과 없이 통과되는 곳, 반경 2km 내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이곳은, 상호만 나열해도 바로 CF광고문구가 떠오르는 패스트푸드 점들이다. 이 곳은 혼자 앉아있어도 썰렁하지 않으며 Coke! 한잔 시켜 놓고 몇 시간은 버틸 수 있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린다.

신세대의 외식문화로 치부됐던 것이 어제 같은데 이제 이들은 우리의 생활 깊숙이 길거리 포장마차만큼이나 익숙하고 친숙한 장소가 되었다. 별 거부반응 없이 받아들인 서양의 음식문화. 건강한 삶에 그리 도움 되지 않음을 어렴풋이 느끼면서도 우리의 호주머니는 언제나 그들을 향해 입 벌리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우리의 주머니 사정을 염려해서 만든 것은 아니더라도 미국의 독립다큐멘터리 감독 모건 스펄록이 만든 <슈퍼 사이즈 미>는 가장 무식하고도 엉뚱한 방법으로 먹거리의 혁명을 꾀한다. 물론 그의 혁명이 알록달록 광대아저씨에게로 향한 일방적인 짝사랑 같은 공격이지만 말이다.

어찌됐든 스펄록은 살신성인의 사자성어를 몸으로 실천하며 거대기업 맥도날드가 제공한 천하일품 햄버거들을 ‘한 달’ 동안 빠짐없이 섭렵한다. 그러나 무모하다 싶을 만큼 과도해 염려스럽기까지 한 그의 짝사랑은, 눈에 콩깍지가 씌어 미처 보지 못한 맥도날드 햄버거의 치부를 들춰내기 위한 ‘Show’다. 같은 맥락으로, ‘피자헛’, ‘KFC'의 광고 노래를 목 놓아 열창하는 어린이들을 보여주던 영화 오프닝장면은 패스트푸드를 찬양하는 애정만세 씬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반어적 효과를 노린 편집 장면이다. 이렇듯 영화<슈퍼 사이즈 미>는 장난 끼 가득한 방법으로 자신의 목표물을 향해 집요하게 공격해 들어간다.

오직, ‘맥도날드’ 햄버거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

자신이 직접 ‘맥도날드건강식단’을 실천하면서까지 찍은 <슈퍼 사이즈 미>는 관객으로 하여금 ‘오~ 대단하네!’라는 찬사를 뽑아낸다. 때문에 반론의 여지마저 주지 않는 논리를 펼치는 듯 하다. 그러나 햄버거로 한 달 버티기 실천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까지 스펄록은, 비만이 사망원인의 1등인 흡연을 바짝 뒤쫓아 1위 자리를 곧 탈환할 것이라며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꽤 오래도록 설명한다. 또한, 3명의 유능한 전문의들을 동원해 동일한 의미(매우 건강하다)를 가진 건강체크 장면을 교차편집 형식으로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햄버거만 먹고 살기 ‘전’과 ‘후’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데이터이고 빼놓을 수 없는 영화의 한부분이지만 문제는 서론이 너무 장황했다는 것에 있다. 이 긴 서두는 본론에 들어가기 전부터 의도와 목적 그리고 결론의 한계성을 미리 정해놓았다.

그러나 <슈퍼 사이즈 미>는 ‘햄버거가 비만의 주범이다’, ‘맥도날드가 소비자의 건강(비만)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식으로 결론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본론만큼 큰 비중을 차지했던 프롤로그는 본론의 논리와 어느 순간 일치하지 않고 다소 엉뚱하다 못해 비가시적인 결론을 도출한다.

한 달 동안 햄버거를 먹으면서 모건 스펄록의 신체는 이상 변화를 일으킨다. 체중은 눈에 띄게 불고 스펄록의 건강지수들은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린다. 그러나 한달이라는 기간은 짧으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달리 생각하면 긴 시간이기도 하다. 즉, 햄버거만 먹는 30일간을 카메라에 기록하기도 빠듯한데 서론과 본론의 비율이 비슷하다는 것은 영화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는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으면서 일으키는 변화들을 관객에게 낱낱이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이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그의 건강악화가 오로지 햄버거 때문에 생긴 변화라는 증거가 영화 내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채식주의자인 여자친구와의 갈등은 없었을까? 사랑하는 연인이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여자친구가 그의 맥도날드식단을 묵인했다고 영화 외적으로 관객은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가? 그럼 하루에 맥도날드 빅맥 햄버거를 적어도 4개 이상 먹어치우는 말라깽이 빅맥 마니아의 문제는 어떻게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가? 비만에 걸리지 않는 특이체질 또는 맥도날드 돌연변이로 영화 ‘외적’으로 여기서 또 그냥 넘어가야 하는가? 급격한 식습관 변화로 인한 거부반응일 수도 있는데 그는 외부 환경조건의 미지수를 결론에 반영하지 않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점은 끝없이 흘러나오지만 감독 모건 스펄록은 시침 뚝 떼고 넘어가기 일쑤다. 오히려 맥도날드가 신체변화의 원인임을 강조/과장하는 ‘슈퍼 사이즈’ 햄버거세트를 관객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끔 화면 안에서 재미난 그래프로 꾸미기 바쁘다.

30일 동안 햄버거만 먹고 감독 모건 스펄록이 내린 결론은 맥도날드社 독과점 현상으로 인한 폐해 비난이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박탈하는 세뇌식/공격적 마켓팅과 매장 선점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맥도날드가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햄버거를 팔아먹는 게 ‘비만’의 원인임을 명확하게 밝혀내지 않을 뿐더러, 매끄럽게 연결짓지도 못하고 있다. 이것은 처음부터 이야기의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시작했던 감독 스스로가 논리의 방향키를 놓쳤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슈퍼 사이즈 미>는 논리와 논거를 바탕으로 ‘비만’과 ‘맥도날드社’의 상관관계를 파헤친 ‘사회고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편파’와 ‘무시’로 결론의 여러 가능성을 제거한 ‘선동성’이 강한 ‘영화’에 가깝다. 결국, <슈퍼 사이즈 미>는 비만의 ‘주범’을 맥도날드로 무작정 ‘지목’한 상태에서 억지로 증거를 끼워 맞추거나 ‘조작’한 옐로우 저널리즘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그러나 <슈퍼 사이즈 미>가, 황색저널리즘이라는 비판은 받을지언정, 햄버거를 빗대어 유쾌하게 보여준 자본주의 시장의 폐단은 성공적으로 ‘먹힐’ 듯하다.

7 )
ejin4rang
그래도 먹습니다   
2008-10-15 14:35
callyoungsin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것을 만들어 보여주는거   
2008-05-16 13:37
qsay11tem
혐오수럽네요   
2007-11-23 13:44
ldk209
이 영화보고.. 햄버거 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대체 왜???   
2007-01-15 00:06
soaring2
건강이 상당히 않좋아졌을텐데요..실험정신이 상당히 강하시군요   
2005-02-14 01:40
jju123
입 크네~~ ㅎㅎ   
2005-02-07 21:17
griffin435
예전에 멜랑꼴리에서 이것과 비슷한 내용의 만화가 있었는데요 ㅋㅋ 혹시나 이걸 보고 그린걸까요?? 영화 잼겠어요   
2004-11-1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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