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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 가족의 화해기 '모두들, 괜찮아요?'현장공개
2005년 8월 26일 금요일 | 이희승 기자 이메일


18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이순재의 출연 작으로 먼저 알려졌던 <모두들, 괜찮아요? (제작: 마술피리)>의 현장공개가 17일 오후 경기도 양수리 서울종합촬영소에서 진행 되었다. 지난 7월 2일 크랭크인한 <모두들, 괜찮아요?>는 처녀시절 장래가 유망한 무용가였으나 지금은 학원을 운영하며 7년째 무명 감독인 남편과 애늙은이 9살 아들,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부양해야 하는 10년 차 주부 민경(김호정)의 속 터지는 집안 사를 담고 있다. 남선호 감독 자신의 실제 결혼 생활을 일부분 반영하기도 했다는 <모두들, 괜찮아요?>는 가부장적 아버지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순재가 왕년의 춤 꾼으로 아내 셋을 두고 젊은 날을 유랑하다 늘그막에 치매에 걸려 딸에게 얹혀사는 한량 원조(이순재)역으로 열연한다. 이날 공개된 촬영 분은 김호정의 배다른 오빠가 찾아와 어머니 무덤에 같이 가자며 사정을 하고, 아들을 몰라보는 이순재가 “불한당 같은 놈”이라며 오히려 역정을 내는 장면이었다.

테스트샷으로 먼저 공개된 이 장면은 아버지의 그런 모습에 어이 없어하는 김호정의 역정을 남편 김유석이 말리는 것으로 이어졌다. 대 선배인 이순재가 대사의 상황까지 정리하면서 “집안에는 무조건 화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 그런데 정상적으로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 치매가 걸리면 터프 해져. 그러니까 이렇게 목소리가 안 올라가는 게 더 낫지”라며 연륜이 묻어나는 의견을 내자 촬영감독과 남선호 감독이 경청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 모습에 배우들 모두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하고 다시 촬영에 들어가는 등 영화의 클라이막스 다운 긴장감이 느껴졌다.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앞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이순재는 “춤 꾼으로 많은 여자들을 녹인 남자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막내딸에게 기생하는 인물이다. 80년대 중반에 처음 영화 한적이 있었다. 돈도 받지 않고 찍은 건데, 제목도 잊어버린 것 같다(웃음) 드라마에서 망가지는 역할도 많이 했지만 치매 연기는 처음 해 본다.”고 영화에 출연한 배경을 밝혔다.

김유석은 “10년 차 영화감독 지망생으로 방바닥을 친구 삼아 살고 장인인 원조의 삶을 관심 있어 한다. 이 영화 찍으면서 왜 이렇게 말랐냐는 의견이 있는데 다~감독 닮아서 그렇다. (웃음) 감독의 실제 모습이 많이 들어갔다. 심지어는 감독의 신발까지 신고 촬영 할 때도 있다"고 밝히자 감독에게도 질문이 쏟아졌는데 남선호 감독은 수줍은 듯 “가족의 구성원이 거의 똑같다. 한때 이렇게 살았던 적이 있었던 것뿐이다. 자잘한 에피소드들은 픽션이다. 많은 부분은 힌트를 얻었지만 더 심한 사건들은 아니다”고 밝힌 뒤 “오늘과 내일 촬영할 부분이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다. 부부싸움하고 집까지 나간다. (웃음)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신이 공개된다”라며 운을 떼었다.

“베테랑 연기자들인데 첫 작업 치고 너무 편하다. 토론을 하고 호흡을 맞추는 편이다. 김유석하고는 같이 학교를 다녀서 얇은 수를 쓰기 어려운 게 흠이지만.(웃음)이 순재 선생님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김호정씨도 그렇고. 현실에서 보자면 이들보다 더 괜찮은 캐릭터가 없는 것 같다. 따뜻하고 밝게 살아가는 것 같아서 제목하고도 어울리는 것 같다”며 첫 장편 데뷔작인 이 영화에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김호정은 “아직 결혼을 안 해서 그런지 실제 이런 생활을 한다면 처음부터 결혼을 안했을 것 같다. 시나리오 상의 부부싸움 장면을 보면서 정말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많이 가져 보는데 주변 분들이 그렇게 싸우면 절대 이혼 안 한다고 하셔서 이렇게는 못살아 생각하다가도 내 자신의 생활과 가족을 되돌아보면서 반성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바로 진행된 본 촬영은 세트 안에서 동선을 체크하던 남선호 감독이 밖의 모니터를 보면서 바로 진행되는 식으로 촬영되었다.

5초 정도 쉬고 들어가라는 주문에 3초 만에 들어간 배우들 때문에 NG가 나자 막간을 이용해 김호정에게 “소리지르고 나서는 치매 아버지에게 그런 자신이 싫고 그런 것 때문에 안타까워하는 감정을 살려달라”는 주문이 이어진다. 촬영이 끝나고 바로 달려온 배우들은 느낌이 좋다라는 의견에도 재촬영이 들어가자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다.시간을 더 두고 가는 게 좋겠다”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악다구니 치는 딸의 입장에 완전히 몰입한 김호정은 “아빠가 그러는 게 일상이니까 상 치우는 것도 감정이 안 산다”고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순재는 손을 비비며 초조해하는 모습을 애드립으로 치며 “ 그 불한 당 같은 놈 갔냐? (딸을 친근하게 바라보며) 난 괜찮아요. 공주~”라며 천진난만하게 딸을 달래는 대사를 수정되는 장면마다 다른 감정으로 가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였다. 결국엔 감정이 극에 다다른 배우들이 악에 받쳐 감정 대립을 하는 장면이 재 촬영되었다. 숨죽인 김장감속에 진행된 네번째 촬영은 “이게 NG면 다음엔 뭘 보여줘야 될지 모를 정도로 안 봐도 OK이야~”라고 말할 정도로 만족해 하면서 여유를 부리다가도 말만 그렇게 하고 우루루 달려와서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에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대립 신은 마무리가 되고 부부싸움장면으로 넘어가기 전 30분 정도간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오늘 촬영분을 끝낸 이순재가 퇴장 한 뒤 편안하게 간이 의자에 앉아서 대사를 치는 나머지 두 배우들은 김유석이” 그래! 나 무능하고 게을러. 그래서 어쩔까? 다 집어치우고 나가서 취직이라도 할까?”라며 실질적으로 화를 내면서 대사를 하면 옆에서 김호정이 익살스런 목소리로 음성 변조를 해 “미쳤어? 내가 그딴 걸 왜 신경 써야 돼 그냥 나가. 나가서 니 마음껏 영화감독 하면서 살어!” 대꾸해 취재진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아랑곳 하지 않고 막 싸우던 김호정과 김유석은 급기야 집나가는 남 편 뒤에다 대고 “한 번 열심히 해봐라. 점쟁이가 그러는데 너는 평생 개털이라더라”란 마지막 대사에 여기자들이 웃음을 터트리자 “왜 그렇게 통쾌해 하세요?”라며 웃으며 대꾸하는 등 조금 전 촬영의 긴장감을 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애초 공개되기로 한 부부싸움 장면은 시간관계상 오픈 되지 못하고 아쉽게 현장에서 철수 했어야 했는데 현대적으로 ‘쿨’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따듯한 가족 구성원의 관계를 영상으로 담아낼 것이라는 감독의 연출의도처럼 한 가족의 훈훈한 홈 코미디 영화 <모두들, 괜찮아요?>는 올 겨울에 만날 수 있다.

취재: 이희승 기자
촬영: 권영탕 PD
사진: 이한욱 PD

화를 내야 하는 감정을 정리 하고 있는 김호정.
화를 내야 하는 감정을 정리 하고 있는 김호정.
모니터 와중에 감독의 의견을 경청하는 김유석.
모니터 와중에 감독의 의견을 경청하는 김유석.
쉬는 와중에도 대사를 맞춰보는 두 배우.
쉬는 와중에도 대사를 맞춰보는 두 배우.

1 )
qsay11tem
소재가 평범해요   
2007-11-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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