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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켜보자] 비! 전지현! 두 스타의 헐리웃 공략기
2007년 6월 14일 목요일 | 유지이 기자 이메일


정교한 경제지표와 거창한 학술 분석을 근거로 삼는 것은, 우리 (최소한 이 온라인 지면) 스타일이 아니니 염두에 두지 않기로 하자. 아이들 책상머리에 붙은 아이돌 화보를 놓고 보자면,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를 가로지르는 다국적 아이돌이 브로마이드 책받침으로 팔리던 시절이 지나고, 홍콩 스타들이 앨범을 날개 돋친 듯 팔아대고 CF를 찍던 시절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21세기에 이르러 대한민국은 자국인 스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훌륭한 엔터테인먼트 내수시장을 갖춘 나라가 되었다. 아니, 공개적으로 고유명사 ‘한류’라는 제목을 붙여가며 수출 역량마저 갖춘 국제적인 산업의 입구에 서있기도 하다. 아시아를 지나 이제 그 최종 관문, 미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으니까.

미국 시장을 제패하면, 세계적 스타가 되는 것은 상식이다.

굳이 ‘월드스타’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자칭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시장이다. 개인 비용을 사용하고 3년이라는 제한 기간을 감내하면서까지 미국으로 진출하려고 했던 박진영이나, 조역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조나단 드미의 영화에 출연했던 박중훈의 선택은 미국 시장이 가진 비중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적 위치로는 자국 내 영화제에 불과한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세계 3대 영화제라는 칸 ? 베니스 ? 베를린보다 차지하는 비중이 큰 영화 전문 채널을 상기해 보아도 결과는 비슷하다. 그 역사에는 1960년대 ‘영국 침공’의 선두로 미국에 진출해 전설의 밴드가 된 비틀즈나 1970년대 스웨덴 국가 매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는 아바 같은 사례가 남아 전설을 공고히 했다.

High Risk, High Return

투자의 속성을 가리키는 문장으로 유명한 “High Risk, High Return”이나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연금술이 가진 ‘등가교환의 원칙’같은 것이 헐리웃에도 존재한다. 미국 시장을 제패하면 억지 수식이 필요 없는 스타로 발돋음하지만, 그 길은 험난하다. 엄청난 수의 재능이 맞붙는 곳이 헐리웃이다. 호주를 벗어나 헐리웃에서 월드스타가 된 멜 깁슨이나 휴 잭맨, 러셀 크로 같은 성공의 뒤에는 자국 최고의 인기스타를 등에 업고 헐리웃에 도전했다 다시 귀국할 수 밖에 없었던 이자벨 아자니나 조연으로 낭비되고 있는 숀 빈 같은 경우도 존재한다.

감독의 경우에는 더욱 심해서, 번뜩이는 재능을 인정받아 헐리웃에서 기용된 후 그저그런 고용 감독으로 전락한 사례를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본국에서의 명성만큼이나 인상적인 데뷔를 했다가 침몰한 네덜란드의 폴 버호벤이나 그저 그런 작품으로 시작했다가 거물이 된 뉴질랜드의 피터 잭슨 같은 경우도 있지만, 뉴질랜드에서 〈전사의 후예〉를 만들었던 리 타마호리나 독일에서 〈특전 유보트〉를 만들었던 볼프강 페터센도 그런 식으로 소모되었다. 한국에서 흥행으로 주목 받아 헐리웃이 초청했다는 이명세나 강제규 감독이 쉽게 헐리웃 행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기회만큼 좌절도 클 수 밖에 없는 것.
 이젠 파리로 간 〈러쉬아워3〉
이젠 파리로 간 〈러쉬아워3〉

아시아계 스타라면 그 수는 훨씬 적어진다. 현재까지 헐리웃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아시아계는 모두 중국 쪽 스타. 그 선두에 서는 성룡은 이제 전성 시절의 아시아에서처럼 헐리웃에서도 슬랩스틱 코미디와 홍콩 액션을 섞은 특유의 영화 스타일로 인정을 받은 스타지만, 그 역시 1981년 〈캐논볼〉이 참패한 후 14년이 지난 1995년에 이르러서야 〈홍번구〉의 미국 흥행성공으로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실제 헐리웃에서 자신의 영화를 찍은 것은 3년이 지나 〈러시아워〉에 이르러서야 가능했다.

중국 무협물의 대유행을 이끌어낸 이 안 감독은 〈음식남녀〉로 주목 받아 헐리웃에 와서도 〈센스 앤 센서빌리티〉〈아이스 스톰〉을 찍으며 성공적으로 작가가 된 이례적인 성공 사례. 결국 2000년 최고의 화제작 〈와호장룡〉을 성공시키며 장 이모우가 〈영웅〉〈연인〉을 만들 수 있게 한 바탕을 제공했고, 헐리웃 진출 이후 자기 자리를 못 찾고 헤매던 주윤발을 살려냈으며 장쯔이를 월드스타로 만들어 주었다.

물론 그의 성공 뒤에는 1997년 〈더블팀〉을 실패하고 영 힘을 잃은 서극이나 1996년 〈맥시멈 리스크〉와 2001년 〈리플리컨트〉를 찍고 나락으로 떨어진 임영동 같은 이가 더 많고, 아슬아슬하게 경력을 관리하고 있는 홍콩 느와의 대부 오우삼 같은 사례도 존재한다. 현대 홍콩 액션의 또 다른 축이라고 할 이연걸 같은 경우는 〈리셀웨폰4〉로 헐리웃에 진출해 〈로미오 머스트 다이〉나 〈크레이들 2 그레이브〉같은 B급에서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홍콩 시절의 명성에는 한 참 모자라다.

남과 녀, 월드스타의 꿈

이런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사례들을 모를 리 없는 대규모 연예기획사가 한국을 대표하는 두 명의 젊은 스타를 세계 (혹은 헐리웃) 무대에 데뷔시키려고 한다. 과거 개인적인 선택으로 헐리웃 행을 실행했던 박중훈이나 김윤진과는 전혀 다른 경우다. 두 스타는 개인의 선택보다 대규모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기획사의 포석을 따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장기적인 전략과 세밀한 전술은 개인으로는 할 수 없는 커다란 추진력을 스타에게 붙여준다.

여자 쪽은 한국 CF의 여왕 전지현. 풋풋한 여고생 모델로 출발하여 발랄한 이미지로 유명하다 〈엽기적인 그녀〉의 폭발적 흥행 성공과 섹시한 춤을 강조한 TV CF의 대성공으로 초인적인 몸매와 아름다운 외모를 갖춘 CF 퀸에 등극한 스타. 홍보 업계에서 전지현의 모델 파워는 새로운 것도 아니다. 어떤 고민 없이도 전지현이 등장하기만 하면 상품의 판매량이 신장된다는 놀라운 파워. 그 파괴력은 CF의 천문학적인 수입만큼이나 중국에서의 〈엽기적인 그녀〉 흥행성공이 더해져 대한민국의 국경을 넘을 지경이다.

국내 굴지의 기획사에서 전지현의 세계 진출을 위해 마련한 전략은 눈에 보일 만큼 명확했지만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더 이상 드라마 출연 등을 통해 매체 노출을 꾀할 필요가 없는 CF 여왕이 부족한 배우로서의 실력을 보강하기 위해 연기 변신을 인정 받을 만한 작품성 있는 영화를 차기작으로 고른 것. 성공한다면 전지현은 작품을 고르는 눈을 가진 명민한 스타라는 이미지와 함께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실력있는 배우라는 이미지도 얻게 된다. 그 작품이 2003년 개봉한 독특한 공포물 〈4인용 식탁〉이다. 영화는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메가 히트작 〈식스센스〉때문에 평판에서 조금 손해를 보긴 했지만 한국 공포영화가 얻은 좋은 결과물 중 하나로 꼽을 만큼 미려한 작품이었지만, 흥행성적은 좋지 못했다. 전지현의 연기력에 대한 평판을 올려주지도 못했으니 기획사에서는 손해를 본 느낌이었을 것.
 <데이지> 전지현
<데이지> 전지현

두번째 선택은 자타공인 히트작 〈엽기적인 그녀〉를 그대로 이용하는 것. 비슷한 구조를 가진 내용과 캐릭터에 전지현을 여주인공으로 투입하고, 스텦까지도 그대로 가지고 가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가 바로 그 작품이었다. 흥행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재탕이라는 오명과 함께 수많은 부분에서 혹평을 얻은 영화였으니 역시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많았던 셈.

세번째 전략은 전지현을 월드스타로 데뷔시키는 것. 그 시작으로 고른 것이 외국인 감독을 기용한 영화다. 선진 전술을 습득할 목적에서 축구팀이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는 것처럼, 외국인 감독을 통해 세계 영화 시장에 걸 맞는 영화를 만들고 그 자리에 전지현을 투입한다는 계획. 기획사가 세계 수준에 근접한 감독으로 영입한 인물은 아카데미상을 석권한 〈디파티드〉의 원작 〈무간도〉를 감독한 유위강이었다. 거기에 기획사 비장의 배우들을 모조리 남녀 주연으로 투입한 야심 찬 프로젝트가 2006년작 〈데이지〉로, 네덜란드에서 올로케 촬영한 거창한 영화. 그러나 곽재용이 집필한 시나리오는 유위강이 〈무간도〉로 살려낸 홍콩 느와의 정수와는 거리가 있었고, 네덜란드로 삼은 이국적 배경이나 장님으로 설정된 전지현의 배역까지 영화는 전체적으로 겉도는 작품이 되었다. 여전히 기대했던 성과를 얻지는 못한 셈이다.

가수에서 배우까지, 월드스타를 향한 걸음
 비

다른 하나는 아시아권에서 세몰이를 톡톡히 하고 있는 가수 비. 성공적인 런칭과 월드투어로 관리한 경력은 미국에서 있었던 부분적인 혹평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실력있는 댄스 가수로 비를 자리매김했다. 소속사는 달라졌지만 비의 성공가도는 면밀하게 계획한 전략에서 가능했던 것.

동시에 가수로 가진 이름 외로, 정지훈이라는 본명을 달고 시작한 배우 경력도 스타성을 끌어가는데 최적의 역할을 했다. 드라마 〈이 죽일 놈의 사랑〉같은 실패도 있었지만 〈상두야 학교가자〉〈풀하우스〉로 이어지는 드라마 출연은 배우로서 정지훈이 가진 장점을 적절하게 이용한 스타 기획의 훌륭한 결과물이었다. 영화배우로 경력관리도 매우 적절한 선택인 것이 영화 데뷔작으로 고른 작품은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였고, 경력이 많은 감독은 신인보다 신인배우를 훨씬 돋보이게 하는데다 작품과 흥행을 겸비한 감독의 작품은 어떤 쪽으로도 경력에 손해를 볼 가능성이 적을 터였다. 흥행에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영화제 초청 등으로 배우 정지훈이 얻은 성과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일본을 타고 헐리웃에 가다

헐리웃이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작품으로 인정을 받은 구로자와 아키라 같은 감독도 그렇거니와 오랫동안 일본 문화가 미국에 소개되었고, 콘솔 게임이나 일본 애니메이션은 세계에서도 독보적인 영역을 지키고 있다. 콘솔 게임은 일본 시장이 가진 경제적 크기만큼이나 문화적 스타일이 굳건한 상태이며, 애니메이션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지칭한 합성어 ‘저패니메이션’이나 일본식 약자를 그대로 사용한 ‘아니메’가 공식적으로 사용될 정도다.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애니메이션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애니메이션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 역시, 기본적인 이야기 골격은 원작에서 바꾸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헐리웃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의 두 스타 역시 일본 애니메이션에 빚을 지고 있다. 전지현이 준비 중인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는 동명의 중편 애니메이션이 독특한 분위기와 완성도 높은 화면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비밀을 간직한 순종 흡혈귀 소녀가 괴물 흡혈귀가 숨어있는 학교에 잠입하기 위해 교복을 입고 일본도를 휘둘러 괴물을 제압하는 설정은 교복 미소녀가 격렬한 액션을 소화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클리셰 그 자체다. 정지훈이 투입되는 작품은 본드 카처럼 특별한 장비를 갖춘 레이싱 카를 몰고 경주를 펼치는 일본 애니메이션 〈마하 고고>를 헐리웃에서 리메이크하는〈스피드레이서>다.
 미국에서 방영된 〈스피드레이서〉
미국에서 방영된 〈스피드레이서〉

이전까지의 전략의 연장선에서 두 스타의 기획사가 노리는 점은 분명하다. 전지현의 경우 〈데이지〉에 이은 세계 진출 프로젝트로, 전지현이 주연을 할 수 있는 작품을 고른 것. 헐리웃 메이저 스튜디오의 블록버스터 중에 그런 작품이 있을 확률이 매우 낮으므로 B급 영화 중에서 작품을 고른 것이다. 마치 〈아메리칸 드래곤〉에 마이클 빈과 함께 출연했던 박중훈처럼, 전지현이 주연을 맡은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의 사야 역은 동양인이 주역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는 B급 규모의 영화다. 감독을 맡은 크리스 나혼 역시 〈키스 오브 드래곤〉〈늑대의 제국〉같은 프랑스 액션 영화를 맡은 경력을 가진 사람.

정지훈의 경우도 전략은 여전하다. 이미 가수로 진행 중인 경력이 있으니, 배우 쪽은 주연보다는 의미 있는 작품의 조역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것. 원작에서는 일본 소년이 주인공이지만 헐리웃에서 만들어지는 〈스피드레이서〉에서는 백인 소년으로 각색되었다. 정지훈이 맡는 역할 역시 주연일 수는 없는 것. 하지만 존 굿맨, 크리스티나 리치, 수잔 새런든같은 헐리웃 일급 배우들이 공연하며 〈매트릭스〉 시리즈의 워쇼스키 형제가 감독을 맡는 지명도 높은 블록버스터다.

두 스타의 헐리웃 진출작은 모두 2008년 개봉을 할 예정이다. 누가 월드스타에 안착할 지는 내년이 되어야 알 수 있다는 것. 상이한 전략을 구사하는 두 스타의 결과가 어떻게 될 지 지켜보는 시간도 그만큼이다.

글_유지이 기자

34 )
justjpk
과연~??
잘 되야 할텐데..// 걱정이네여.   
2007-06-14 14:59
shelby8318
 글쎄.. 헐리웃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전지현씨는 연기도 잘 못하는데..
  
2007-06-1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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