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마이 라이프> <즐거운 인생> 개봉기념! 음악에 몸바친 사람들!
2007년 9월 5일 수요일 | 유지이 기자 이메일


사람의 삶에 음악이 빼놓을 수 없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영화에서도 그렇다. 다만 표현 수단과 먼저 미학적 길을 걸었던 음악에 대해 영화가 가지는 빚과 삶에 스며든 음악에 대해 사람이 가진 감정이 다를 뿐이다. 음악의 두 위치는 이렇게 미묘한 차이를 두고 있다. 그리고 때로, 아리송한 순간에 두 영역의 음악이 만나곤 한다.

영화 속 인물과 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음악은 배경으로 영화 전체의 감정을 조율할 뿐이다. 하지만 영화 속 인물이 노래를 직접적으로 사용해 대화를 하고, 일상 생활 속에 아무렇지도 않게 춤을 섞는 경우 영화는 뮤지컬이 된다. 여기서부터 음악은, 영화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한다. 뮤지컬은 영화의 장르로 작용하며, 이야기를 엮어가는 방식과 인물이 대화하는 방법, 생각하고 행동하는 반경까지 영향을 준다. 뮤지컬 영화에서 삶의 환상이 흥겨운 춤과 노래로 표출되는 것은 필수불가결이다.

음악이 장르를 규정하는 지점을 떠나, 인물과 사건에 더 직접적으로 파고들기도 한다. 등장인물이 음악과는 뗄 수 없는 경우다. 탁월한 음악만큼 특별한 인생을 살았던 뮤지션은 오랫동안 영화계가 흥미를 보였던 소재였다. 음악의 성공과 성취 와중에서 나타난 굴곡 많은 인생이, 그 사람의 음악과 이어지는 스펙타클한 경험을 〈아마데우스〉〈파리넬리〉〈샤인〉같은 클래식 음악가에 대한 영화나 〈버드〉〈도어스〉〈레이〉〈앙코르〉같은 대중 음악가에 대한 영화에서 충분히 확인했지 않는가.

음악과 연결된 밀접한 드라마

하지만 뮤지컬이나 음악가에 대한 전기 영화처럼 음악이 영화의 형식을 지배하거나 인물을 정의하지 않는 경우에도 밀접하게 영화와 연결된 경우가 있다. 재즈를 독특한 방법으로 인물을 해석하는데 사용한 〈리플리〉가 바로 그런 경우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리플리〉는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1955년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많은 영화팬에게 프랑스 미남 배우 알랭 들롱의 출세작으로 널리 알려진 1960년 작 〈태양은 가득히〉 역시 같은 소설을 각색한 작품. 하지만, 원작 소설과 〈태양은 가득히〉, 1999년 영화판 〈리플리〉 사이에는 기둥 줄거리 만을 공유할 뿐, 세밀한 전개는 거의 다르다. 무엇보다 원작 소설 〈재능있는 리플리 씨〉(이는 영문판 영화 〈리플리〉의 원제와 같다)의 주인공 톰 리플리는 매우 위악적인 인물이고, 탁월한 범죄자다. 더불어 범죄에 대한 양심적 갈등 따위는 없이 자신이 해치우는 모든 범죄를 완전하게 조율하는 인물이다. 소설 역시 톰 리플리의 살인 행각이 완전범죄로 마무리되며 유유히 사라지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친다.

그러나 “인생이든 자연이든 정의가 행해지는지 관심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원작자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생각이 그대로 나타난 〈재능있는 리플리 씨〉의 결말을 50년대 당시나 90년대 후반이나 그대로 가져다 쓰기에는 제작자나 관객이 아직 너무 양심적이었던 듯 하다. 매우 유명한 〈태양은 가득히〉의 엔딩처럼, 망가진 자아와 드러나는 범죄로 마무리하는 결론으로 톰 리플리의 잔혹한 범죄를 단죄한다. 원작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 쓴 〈리플리〉의 경우는 또 약간 다르다. 전설적인 〈태양은 가득히〉식 권선징악을 따라가지는 않지만, 원작소설이 가진 톰 리플리의 천재적인 범죄 통제력을 그대로 가져오지도 않는다. 영화가 시작하면 이미 화면에 올라온 〈리플리〉의 이름 뒤로 그를 설명하는 수식어가 여러가지 오고 간다. 즉흥적으로 선택된 듯 한 “재능있는”이라는 수식어가 멈추어 나타나고, 영화는 〈재능있는 리플리 씨〉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리플리〉(1999)의 재즈 애호가 리키 그린리프
〈리플리〉(1999)의 재즈 애호가 리키 그린리프

영화는 내내 재즈를 소재로 깔아 놓는다. 톰 리플리(맷 데이먼)가 살해하고 위장하기 시작하는 리키 그린리프(주드 로)는 재즈 애호가다. 자신의 요트까지 유명 재즈 연주가 ‘버드’(비밥의 창시자이자 색소포니스트인 찰리 파커의 별명, 요절한 이 사람의 일생 역시 〈버드〉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의 이름을 딸 정도다. 톰은 리키에게 접근하기 위해 재즈광으로 위장하고, 둘 사이가 친해지며 다니는 곳 역시 재즈로 가득한 바이거나 레코드점이다. 재즈 애호가들이 아끼는 영화 목록에 올라갈 정도로 〈리플리〉는 비밥에서 쿨에 이르는 다양한 재즈 명곡을 영화 전반에 깔아 놓는다.

왜 재즈인가?

탁월한 악당 시리즈의 시작이었던 원작 〈재능있는 리플리 씨〉와, 잔혹한 범죄에 잠식된 한 야심만만한 청춘의 만가였던 〈태양은 가득히〉 사이에서 〈리플리〉가 새롭고자 했던 포인트였기 때문이다. 흉내 내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던 톰 리플리는 〈리플리〉에서 즉흥적인 대응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탁월한 재능으로 우발적 범죄의 증거를 세탁한다. 영화 전반을 수놓는 재즈 음악은 즉흥적으로 고른 제목의 ‘재능있는’만큼이나, 재즈의 즉흥성으로 〈리플리〉를 해석하는 은유다. 즉흥연주와 애드립으로 대표되는 재즈의 속성을 절묘하게 영화 중심으로 끌어들인 경우.

아마추어리즘에 매혹되다

프로 뮤지션의 인생을 지배하는 압도적 무게와 〈리플리〉의 범죄를 해석하는 지적인 면모 사이에는 음악이 가진 대중성이 있다. 프로페셔널이나 탁월한 범죄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음악을 즐길 수 있으며, 음악은 때로 어떤 사람의 애처로운 일상에 생생한 숨결을 열어준다. 음악에 잠식된 프로 지망생과 음악을 배워 재능과 삶의 의미를 찾는 아마추어가 만난 순간에 집중하는 영화가 음악의 이런 매력을 알고 있다면 매우 따뜻한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교향곡 작곡가를 꿈꾸다 생계를 위해 고교 음악교사가 된 홀랜드 씨(리처드 드레이퓌스)가 그런 경우다. 그에게 고교 교사는 생계를 위한 임시 대책 이외엔 의미가 없었고, 최종 목표는 빼어난 작곡가였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고른 교사를 평생토록 하게 되고, 교향곡 하나 남기지 못한 체 말년에 이른 홀랜드 씨의 인생은 그에게 실패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은 〈홀랜드 오퍼스〉이고, 해석하면 홀랜드 씨가 곡을 남겼다는 뜻이 된다. 예상 되는대로 홀랜드 씨의 곡이란 그가 평생 남긴 제자들을 의미하고, 영화는 그가 배출한 제자들이 모여 대규모 교향곡을 연주하는 것으로 끝난다.

악단마다 사사건건 부딪치는 까다로운 성격 탓에 소속 악단도 없이 퇴물이 된 색소폰 주자 현수(최민식)의 경우도 비슷하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혹은 사이가 악화된 애인과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산골 분교 밴드부 선생으로 간 것. 현수에게 이 선택은 용돈벌이 도피였을 뿐이지만, 밴드부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의미를 새롭게 찾는 학생들 앞에서 그 자신의 인생관도 변한다. 이런 류 영화가 흔하게 그렇듯, 마무리는 언제나 감동 넘치는 훌륭한 연주.
 록커로 태어난 아이들〈스쿨 오브 락〉(2003)
록커로 태어난 아이들〈스쿨 오브 락〉(2003)

브라스 밴드나 관현악단이 아니라면 어떨까? 메탈 그룹에서 밀려난 기타리스트 겸 보컬 듀이 핀(잭 블랙)은 친구네 집에서 무위도식하는 중에 높은 급여에 반한 나머지 친구로 속이고 학교 임시 교사를 지원한다. 시작이 그랬던 만큼 가르치는 것에는 전혀 의지가 없지만, 학교 밴드부의 수준 높은 실력을 확인하고 록 밴드를 결성할 생각을 하는 것이 문제. 정체가 드러나 학교 교사에서 물러나는 조그마한 장애 따위는 가볍게 극복한 학교 록 밴드의 환상적인 연주로 마무리하는 〈스쿨 오브 락〉은 언제 보아도 귀엽고 흥겨운 영화다.

이 부류 영화의 고전이 되어가는 〈시스터 액트〉 역시 백미. 마피아 범죄의 주요 참고인으로 수녀원에서 숨어있는 들로리스(우피 골드버그)는 라스베가스 밤무대 3류 가수다. 수녀원에서 심심하기 짝이 없는 것도 당연한 일. 하지만 수녀원의 딱딱한 분위기에 눌려 개성과 능력을 살리지 못하는 것은 수녀들도 마찬가지다. 수녀들과 친해지며 성가대를 이끄는 들로레스를 통해 성가대는 탁월한 보컬 밴드로 거듭나고 영화는 아슬아슬하게 마무리되는 들로레스의 법정 증언과 함께 흥겨운 〈시스터 액트〉 합창단의 공연으로 마무리 한다. 영화적 재미에서는 전편만 못한 속편 〈시스터 액트 2〉는 수녀원 산하의 학교 음악 선생으로 취임한다. 이 영화에서 목표 역시, 자신감을 잃은 아이들을 이끌고 합창대회에서 우승하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는 〈시스터 액트〉적 천진함. 당연히 빼어난 재능을 이끌어낸 학생 합창단은 환상적인 공연으로 우승하고, 모두가 행복하게 영화는 마무리 된다. 후에 솔로 데뷔 앨범을 천만장 팔아 치운 실력파 여가수로 성장한 로린 힐의 어린 모습을 보는 것은 〈시스터 액트 2〉만의 보너스.

취미, 혹은 삶 그 이상

코미디, SF, 전쟁영화, 수퍼 히어로와 같은 많은 변형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중 인격은 연쇄 살인과 같은 스릴러의 소재로 널리 사용된다. 실제로 벌어진 사건 중에 다중 인격이 관계된 경우도 많을 뿐더러, 그에 대한 보고서도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작품이 다중 인격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근래 많은 사람들이 보았을 작품 중에 다중 인격 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자세한 플롯을 밝히면 심각한 스포일러가 될 〈아이덴티티〉같은 작품이 다중 인격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시나리오를 영화화한 경우다. 영화 마지막에 의미심장한 장면이 이어지며 절묘한 트릭에 무릎을 치는 관객도 많았을 것. 밀폐 공간 스릴러처럼 시작하는 영화는 절정의 순간이 넘어가며 교묘하게 사이코 스릴러로 변화한다.

이런 류 이야기는 종종 순수한 아마추어들로만 이루어 졌을 때, 더 재미있기도 하다. 이들에게는 딱히 이끌어 줄 사람도 없고 탁월한 실력도 쌓기 힘든 삶의 주변, 취미일 뿐이지만 덕분에 열정은 배가 되고 감동도 배가 된다. 영화 주인공으로 나선 이상, 보통 그들에게 음악은 삶 그 자체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이리라.

복통이 난 학교 밴드부를 대신해 연습을 하다 빅밴드 스윙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고교생들의 이야기 <스윙걸즈>가 그렇다. 처음에는 방학 자율학습을 피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모두들 조금씩 빅밴드 스윙의 매력에 빠진 것. 결국 이 아이들은 자신의 노력으로 밴드를 결성하고 멋들어진 연주로 영화를 마무리 한다. 영화 막판에 고교생 대상의 빅밴드 경연대회가 있는 것은 당연할 듯.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마이 라이프>
 <즐거운 인생>
<즐거운 인생>
영국 탄광촌의 브라스 밴드를 배경으로 하는 〈브레스드 오프〉는 어떨까. 이젠 대스타가 된 이완 맥그리거의 풋풋한 모습을 찾을 수 있는 이 영화에서, 전국 브라스 밴드 경연대회를 노리고 최선을 다해 연습 중인 마을 브라스 밴드는 마을의 주 수입원인 광산일만큼이나 가치가 있다. 진폐증을 무릅쓰고, 폐광을 막기 위한 이유로 브라스 밴드는 최선이 된다.

중년이 되어 인생에 대해 허무한 시선이 자신을 덮기 시작한 무렵, 과거 젊은 시절 자신들이 결성했던 록그룹 ‘활화산’을 떠올린 세 명의 중년 사내도 그렇다. 삶의 고달픔과 비정함을 몸으로 느낀 나이에서 떠올린 록그룹은 삶의 중심을 뒤흔들 만큼 매혹적이다. 한 때 삶의 이유 그 자체였고, 자신들의 젊음을 상징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록그룹을 다시 결성하기 위해 일어서는 〈즐거운 인생〉은, 중의적인 의미로 이 결말이 예상되는 영화를 준비한다.

퇴임을 앞 둔 샐러리맨 민혁(백윤식)에게 남은 드러머의 꿈을, 우연히(!) 주변에 포진해 있던 실력파 아마추어들과 함께 밴드를 이루는 것으로 시작하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도 그렇다. 샐러리맨이 끝나는 시점,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기 앞서 인생의 허무가 느껴질 그 순간에 밴드가 삶에 들어오는 것. 시작과 결말까지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앞서 살펴본 이 부류의 영화가 대체로 그렇다. 록그룹으로 나서는 정진영 김윤석 콤비나 드러머 백윤식을 돕는 임하룡, 박준규로 볼지 말지를 고를 영화들이다.

음악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가지고 온 영화, 음악의 시선으로 인생을 보는 영화를 즐기고 싶은 순간이 있다. 단순하고 앞 뒤가 분명하지만 매력적인 이야기, 단조로운 삶에 바람을 얻고 싶은 순간처럼.

글_유지이 기자(무비스트)

(총 35명 참여)
ldk209
태양은 영원히의 조금 비꼰 버전....   
2009-04-17 00:13
gaeddorai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거의 대부분 지루할 틈이 없어서 좋은것같아요   
2009-02-07 20:14
ldk209
홀랜드 오퍼스....   
2008-08-03 20:11
fatimayes
스쿨오브락은 진짜 잼께 봤고
브라보마이라이프는 왠지 짠한 공감, 사람냄새 나는 영화   
2008-05-07 16:18
qsay11tem
즐거운 영화에여   
2007-11-24 14:12
tjddlfnl
ey   
2007-09-26 21:09
remon2053
참 좋은 영화이죠.   
2007-09-26 14:47
gksmf82
음악과 영화   
2007-09-2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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