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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연애행각] <원데이> 속터지는 사랑
2013년 1월 31일 목요일 | 앨리스 이메일


이런 말이 있다. '남녀 사이에 우정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여자는 자신이 귀엽다고 말하고 있는 것과 같다.' 왜냐면 모든 남녀 관계는 성적 매력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서로가 우정이라 말한다면 그것은 어느 한 쪽이 마음을 숨기고 있던지, 자신의 혹은 서로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만약 그런게 절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면, 그 사람은 요즘 말로 '눈새'일 확률이 높다. 남녀 간의 우정? 정말 그런게 존재한다고 믿어?

영화 <원 데이>에서 엠마와 덱스터는 대학 졸업식날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둘만 남게 되고 어떨결에 밤을 보내게 된다. 섹스를 할 뻔 하지만 바람둥이 덱스터에 비해 한 없이 순진하기만 한 엠마는 결정적인 순간이 오자 쑥쓰러움과 수줍음에 몸을 빼게 되고 덱스터는 그런 엠마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그로부터 20년 동안 그들은 아름다운 도시 영국와 프랑스를 오가며 말 그대로 '묘한' 우정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멀고 먼 길을 돌아 가까스로 잡은 관계의 전환기는 지지부진했던 지난 날에 대한 형벌이라도 받는듯 결코 해피엔딩이 되지 못한다. 여자의 용기 없음과 남자의 비겁함이 핑계가 되어주며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의 크기가 부풀려지는 시기를 엇갈리게 배치하는, 한마디로 사람 속터지게 만드는 영화다.

이성애자인 남녀가 일부러 시간을 내서 만난다는 것은 의외로 단순한 이유에서다. 서로가 마음이 있던가, 어느 한 쪽이 마음이 있다는 것. '상대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이 반드시 '애인사이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기 때문에, 남녀 사이에 우정이 유지된다면 그 우정은 섹스를 하는 우정이거나, 섹스는 하진 않지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우정인 것이다. 비약이 심하다고 느낄 수는 있겠지만, 남녀사이의 우정은 동성 간의 우정과는 다른 정의가 필요하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부부, 연인, 학급 동료, 직장 선후배 등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남녀 관계를 통틀어 일정한 밀도 이상의 친밀함이 우정이라는 명목 하에 유지 된다면, 그것은 반드시 성적 매력을 기반으로 한다. 부정할 수 없을 걸, 이미 우리는 수많은 로맨스 영화를 통해 남녀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알고 있다. 친구인줄 알았던 그녀가 첫사랑이자 짝사랑이 되는 숱한 이야기들, 가슴앓이들, 고백했다가 까이고, 우정을 강요받아 아파하고, 엇갈린 타이밍 속에서 망설이다 가슴 치며 후회하는 그 모든 순간들은 단지 영화 속 환타지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아직도 나의 말을 인정하지 않고 남녀사이에 성적 긴장감이 완전히 배제된 우정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들의 관계는 '정'이라는 단어를 쓰기엔 미미한 아는 오빠, 좋은 선배, '친한 사이'일 뿐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애초부터 친한 것 이상의 정이 들어버린 엠마와 덱스터의 경우는 더욱이 서로의 마음을 기만한 혐의가 짙다. 둘 만의 여행을 떠나고, 둘 만의 규칙을 만든다. 세상에 둘 만의 규칙을 만드는 우정이 어디있어? 심지어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고 이따금 섹스도 한다. 따사로운 해변에 누워 여자의 등에 다정하게 오일을 발라주는 남자를 떠올려 보자. 감히 이 둘 사이의 '우정'에 비집고 들어가 사랑을 고백할 바보는 없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엠마의 애인이었던 이안이 그랬듯 애인의 친구를 질투하는 찌질이가 되어 상처만 받고 튕겨져 나갈 것이 분명하니까.

세상에 이런 우정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진 않겠지만, 이런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반드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으며,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스스로의 마음을 축내고 있다고. 그리고 어리석게도, 당신의 아름다울 날들과 연애로 빛날 찬란한 순간들을 버리고 있는 것이라고. 우정을 가장한 수많은 꿍꿍이들은 삶의 배경이나 상황이라는 대기 좋은 핑계들로 유지되고는 있지만, 실상은 '이미 나쁘지 않게 유지되는 관계'가 깨져버리는 건 아닌지 하는 두려움에 가장 크게 기인한다. 하지만 내 짧은 인생을 걸고 자신있게 말하건데, 자신의 감정을 축소 해석하며 적당한 선을 그어 유지해오던 관계의 결말은 반드시 후회로 끝이 났었다. 그들은 늘 이렇게 말했거든. '어짜피 이렇게 마음 접게 될 거, 고백이라도 해볼걸'. '조금 더 빨리 내 마음에 솔직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후회란 그런 것이다. 해버리는 것보다, 하지 않아 남는 후회가 더 큰 법이다. 사랑은 어느날 갑자기 사고처럼 오지 않는다. 적어도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어느날 갑자기 사고처럼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것이 사랑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나의 솔직한 마음에 빗대어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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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31일 목요일 | 글_앨리스(무비스트)

512 )
koolhase
영화는 영화일뿐,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는건데. 나쁜 눈으로 볼 필요는 없겠죠.   
2013-02-11 17:39
ocean2nd
남녀간의 관계는 역시 알다가도 모를일이죠.^^   
2013-02-11 17:20
qjrtmqnrtm
새로운 장르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지금까지 이런 신박한 스토리의 영화를 본 적이 없습니다! 최강의 배우진들이 펼치는 생생한 연기들!!벌써부터 두근거리네요 !! 개봉일이 너무 기다려 집니다! 화이팅!
  
2013-02-11 17:17
simuler
남녀간의 우정이란 표현하기가 힘든것 같네요.   
2013-02-11 16:52
kskim24
남녀의 사이의 우정이란 서로의 감정을 소모하는 것이다   
2013-02-11 16:43
ssm2k
발렌타인데이를 맞이해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연재해서 더욱 재밌었던 것 같아요.   
2013-02-11 16:41
truefor
어차피 가야할 길을 멀리도 돌아갔네요. 머뭇거리다가는 잃게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2013-02-11 16:35
rolita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속 이야기...흥미롭네요~~^^   
2013-02-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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