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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이 선택하지 않은 매혹의 길, <왕의 남자> '이준기'가 걷다.
2005년 12월 10일 토요일 | 최경희 기자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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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히 마음의 무장을 하고 갔는데도 홀릴 때가 있다. 시대를 장악한 왕 앞에서 그를 험담하는 걸쭉한 놀이판을 벌이고 결국에는 왕의 몸과 마음마저 차지하게 된 ‘광대’를 만날 때는 더더군다나 조심했어야만 했다.

그 사람 앞에서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이고자 옷매무새를 다듬고 무슨 말을 할지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연습할수록 ‘유혹’은 치명적임을 알았어야 했는데.....

‘왕의 남자‘, ‘이준기’는 보통의 남성에게 없는 ‘매혹’을 타고난 이였다. 아직도 광대 공길을 떨쳐내지 못했다고 투덜대던 굵고 시원한 목소리에서 영화 속 그와 실제의 그가 다름을 눈치 챘지만, 상대의 말에 따라 달라지던 눈빛은, 세상을 장악한 왕 연산과 세상을 조롱하던 광대 장생에게 동시에 사랑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음을 말해준다.

광대 ‘공길’에 대해 깊게 파고들자 이준기는 작은 떨림을 내비친다. 말끝마다 연기를 운운하는 어투에선 인기의 단맛보다는 연기의 쓴맛을 알아가는 (생각 바로 박힌) 배우의 기질이 보인다. 영민하게 질문의 핵심을 캐치해 나가는 솜씨는 가히 일품인 이 초짜에게 이날 본 기자, 마음을 저당 잡히다!

영화 홍보에 드라마 촬영까지 겹쳤다. 날씨도 추운 이때 건강은 어떤가?
잠 못 자는 거 빼고는 체력은 좋아 잘 해나가고 있다. 걱정해줘 감사합니다^^

매체 시스템이 틀려서 드라마 촬영에 에로 사항이 있을 것 같다.
어려운 점보다는 아직도 공길이 캐릭터가 남아 있어서 드라마 캐릭터에 집중을 못하고 있다.

<왕의 남자>에서 ‘공길’이는 어떤 인물인가? 이준기의 공길이에 대해 설명 좀 부탁한다.
조선시대의 광대다.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대적하는 게 장생(감우성 분)이라면 공길이는 운명에 순응하는 친구다. 성격적으로 상당히 착하고 선하면서 욕심 없는, 그저 장생과 함께 하는 자유로운 삶이 마냥 좋은 광대라고 할까?

원작 희곡 ‘이’를 읽어봤다. 거기에선 놀랍게도 공길이 캐릭터가 무척 쎈 인물이더라.
작품 들어가기 전에 원작을 미리 읽어봤다. 영화에선 원작보다 ‘공길’이가 순화됐다고 말할 순 없지만 연극과는 그 느낌이나 이미지가 다른 측면에서 다르게 나왔다고 본다.

이준기씨는 아직까진 신인이다. 그런데 공길이는 신인 배우가 연기하기는 어려운 배역이었을 것 같은데. 치열했던 캐스팅 과정이 듣고 싶다.
오디션을 많이 봤다. 무려 3차까지! 사실 운이 좋게도 시나리오를 먼저 볼 기회를 얻었다. 읽고 나서 정말로 솔직히 말하는 건데, 신인이 맡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만큼 ‘공길’이란 인물은 독특하고 연기하긴 어려운 인물이다. 그래도 너무 하고 싶어서 ‘도전이라도 해보자’하는 심정으로 오디션에 임했다. 감독님도 찾아뵙고, ‘그냥 도전하는 거니깐 많이나 보여드려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욕심 없이 임했다.

이것저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감독님에게 공길이 이미지가 다가오셨던 것 같다. 조금 만들어보면 나에게 공길이가 나오겠다고 생각하신 것 같고, 3차 때에는 선배 배우분들도 심사를 나오셨는데 나를 좋게 봐주셔서 공길이 역을 따낼 수 있게 됐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연산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가 장녹수라면 공길이는 연산에게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는가?
연산의 벗이 되려고 했던 벗이 되고픈, 어떻게 보면 영화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게 나올 수 있는 캐릭터다. 굳이 그 관계를 동성애로 쉽게 치부하기보다 친한 남자친구여서 애인 같은 친구로 친밀해지는... 그런 느낌이 묻어난다.

범위를 넓게 포괄해 말하자면 연산의 외로움을 이해하면서 벗이 되고자 했던 공길이의 선의다. 주관도 뚜렷하지 않던 공길이가, ‘내가 이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베풀 수 있지 않을까?’ 처음으로 남에게 베풀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거다. 어느 순간 연산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면서 그렇게 공길이의 마음이 흘러간다.

누누이 말하지만 신인이 소화하기에는 워낙에 어려운 역할이다 보니 개봉을 앞둔 지금 심정이 궁금하다.
글쎄, 잘 모르겠다. 워낙에 훌륭한 분들과 작업을 해서 그런지 심적 부담감보다 아직까지는 ‘큰 작품을 해 냈구나’ 이런 기쁜 마음밖에 없고. 솔직히 영화의 처음 시작과 끝에 상당히 겁을 먹었다. 처음 영화 들어 갈 때는 무엇 하나 쉬운 것도 없고 감도 못 잡겠고, 일단 선배님들이 농담으로 악담을 하시길, “공길이가 못하면 영화가 망한다”이었으니깐(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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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힘들었는데 결국엔 영화를 끝마쳤다. 힘든 고비를 어떻게 이겨냈는가?
정말 매일 매시간 공길이가 되려고 노력했다. 정말 모르겠으면 영화를 모티브 삼아서, <패왕별희>를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데, 비슷한 느낌으로 따라가 보았다. 매일 같이 내가 조금이라도 놓치면 모티브 삼은 영화를 떠올리면서 연기를 잡아나가고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았다. 특히 감우성 선배님 같은 경우 거의 매일 붙어 다니면서 내 연기를 봐주셨다. 여성스러운 연기를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스타르타식으로 습득하고 내 안에서 끄집어냈다. 예를 들자면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안했을 정도다, 그 부분을 끄집어내기 위해서.

내 실제 말투는 굵은 목소리에 말을 내뱉는 남자답고 강한 스타일인데 그런 걸 깎는 과정이 필요했었다. 그러면서도 그게 제대로 표현됐는지 겁을 냈고, 영화촬영이 끝나고 나서는 ‘내가 정말 잘 했을까? 이걸 해 낸 건가? 나 때문에 영화 망하는 것 아니야?“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얼마 전에 <왕의 남자> 후반 작업이 끝나 편집본을 봤는데, 감독님도 그렇고 선배님도 그렇고 내 연기에 흡족해하시더라. 그런 모습을 보니깐 그나마 맘이 좋 놓이면서 지금은 두렵기보다는 우리 영화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관한 기대감이 크다.

장생으로 분한 감우성씨는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배우다. 같이 작업하면서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그와의 작업은 어떠했나?
사실, 감우성 선배님의 그런 점을 배웠다(하하). 내 입장에선 대선배님과 하는 작업은 처음이다. 전에는 또래 아니면 연배 조금 밖에 차이 안 나는 분들하고 영화를 했는데 이번 <왕의 남자>에서는 내가 우러러 볼 정도로 열정과 (연기)욕심이 큰 선배를 만나게 된 거다. 그래서 자꾸 우성이 형을 따라하게 되고 속으로는 ‘나도 저렇게 내공을 쌓으면 많은 걸 욕심낼 줄 아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매번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매일 같이 생활하다보니 어느 새 내가 우성이 형 스타일로 작품에 대해 감독님과 얘기하고 있더라~

선배라고 너무 좋은 얘기만 하는 것 아닌가?(호호). 너무 정치적인 발언이다.. ㅋㅋ
아니다.(하하) 정말로 편하게 해주셨다. 사실 처음에는 연기에 대한 욕심이 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감우성 선배님과 연기하는 게 두려웠다. 그런데 우성이 형 자신도 장생 캐릭터을 어떻게 연기해야 될지 걱정을 많이 하는 상태였고 나도 공길이를 해낼 수 있을지 불안해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결국에는 서로가 서로의 역할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게 됐다.

영화 초반에는 둘 다 워낙에 민감해져 있을 때라 선배님 입장에선 신인이 공길이 역할을 하겠다고 하니 진짜 나보다 걱정 많이 했을 거다. 우성이 형이 처음에는 말 한마디를 해도 “이게 무슨 공길이냐? 아직도 공길이를 준비 안하면 어떡하냐고“ 진짜 이렇게 무섭게 말씀하셨다. 그렇게 촬영 한 달 정도 지나서부터는 서로의 역할에 몰입하고 그걸로 인해 여유가 생기게 되더라.

각자 역할에 물들어가자 그때부터는 서로가 즐겁게 이끌어 주는 사이가 된 거다. 내가 ”형이 이렇게 해보고 제가 이렇게 할게요“하고 말하면 형은, ”해봐 봐줄게“ 하면서 나와의 호흡을 맞춰준다. 나중에는 자기와 작업한 배우는 자기 빼고 다 뜬다면서 ”너는 내가 키운다“라는 기분 좋은 농담까지 해주셨다.

공길이가 연산의 벗이었다는 이준기씨의 말을 듣고 그럼 장녹수에게 공길이는 어떤 존재일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공길이는 장녹수의 생각을 안했을 것 같다. 왜냐면 공길이는 그렇게 생각이 많은 친구가 아니다.

공길이는 광대라서 그런지 자기를 봐주는 자리에 갈 뿐이지, 그 자리(권력, 명예, 돈)를 넘으려고 하지 않는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장생한테 꼭 붙어가지고 그의 벗으로 평생을, 연산을 만나기 전까지는, 살아왔던 친구다. 내가(공길) 뭔가를 말하고 싶고 해결하고 싶은 게 있을 때마다 장생이 먼저 알아서 해준다.

그 안에서 공길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영위하면서 아쉬움 없이 장생과 함께 살아왔다. 그런 친구가 왕 연산을 만나면서 자기의 존재감을, 연산에 대한 연민을 느끼자 포용력이 생기고 연산을 감싸주려 한다. 결국, 공길이에게 녹수는 그냥 두려움 그 이상의 존재는 되지 못한다. 공길이가 녹수를 생각하게 되면 연산을 사이에 두고 녹수와 싸우는 꼴밖에 안 된다. 그건 우리 의도와 어긋나는 감정의 관계다.

맞다. 당신 말대로 공길이가 녹수를 생각하게 되면 두 사람은 연적밖에는 안 되는 거다.
나(공길)는 그저 약한 인격의 소유자인 한낮 광대일 뿐이다. 내가 녹수를 “저년 나쁜 년이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인성 자체가 나에겐 없다. 나는 순수하게 연산에게 다가갔던 것뿐이고 그걸 지켜보는 녹수는 연산과 공길의 관계를 못 마땅해 했던 게다. 녹수 입장에선 왕의 사랑과 총애를 사내자식이 받는다는 게 이해 안 되는 부분이었을 거고.

장생이 캐릭터가 연극보다는 비중이 커졌지만 그래도 원작과 비슷한 느낌의 작품인가?
연극하고 상당히 다른 작품이 나올 것 같다. 감독님 같은 경우에도 연극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다른 부분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연극에선 인물을 구체화해 공길이를 권력지향적 인물을 그린다. 왕의 권력을 사랑하고 왕 또한 그런 공길을 보면서 즐긴다. 연극은 이처럼 인물을 파고 들어가는 형식이라면 우리 영화는 이상향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감독님이 말하고 싶은 것은 모두가 꿈꾸는 자유로움 혹은, 이렇게 뭔가에 구속받지 않고 자유로움 하나면 보면서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이상향이다. 이준익 감독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영화를 본 후 모든 사람이 행복한 마음이 됐으면 좋겠다” 잊었던 꿈을 다시 생각나게 해주는 게 우리 영화의 목표자 이샹향인 게다. 연극보다는 드라마 전개나 인물의 묘사에 있어 영화적인 요소가 강하다.


많은 이들이 <왕의 남자>를 기대하는 이유 중에 ‘동성애’ 코드 부분이 한 몫 했음은 분명하다. 원작 ‘이’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한 암시와 묘사가 짙었기에 더더욱 대중의 이런 반응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동성애를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보는 사라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내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해보면 자연스럽게 이 사람을 좋아하고 아픔을 나누는 감정으로만 보인다. 동성애라는 틀로 굳이 묶고 싶지 않다. 순차적으로 영화를 찍었기 때문에 연산을 연기한 정진영 선배님을 본 것도 한참 지나서다. 처음으로 연산 앞에서 공연을 할 때 연산이 공길에게 점차 다가오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연산의 아픔이 보이고 그 내면을 이해하니깐 점차 연산에게 끌리는 감정이 나도 모르게 살아나더라. 동성애는 아니고 최대한 자기 감점에 솔직한 마음을 담은 영화라 말하고 싶다.

이준익 감독이 원작과 달리 동성애 부분을 많이 뺐다고 한 말이 틀린 말이 아닌가보다.
사실, 아무리 그래도 왕과의 스캔들을 다룬 작품인데. 뺄까 말까 고민한 장면이 있다. 연산과 공길 사이에서 일어난 장면인데 오해의 소지가 있어 뺐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그 부분을 살렸다고 한다. 아마 보는 입장에 따라 다양한 추측이 나올 장면이라 본다.(하하)

내 개인적 입장에선 그게 설사 동성애든 이해받지 못할 사랑의 관계든 이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영화가 당당하게 상업영화로 나올 때가 이제는 왔다고 본다.

공길이 이미지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준기는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라고 곧잘 말하곤 한다. 아름다운 공길이 이미지로 고착화 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을 듯하다.
당연히 있다. 드라마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화처럼 깊이를 보여주기보다는 트렌드드라마이니깐 이미지를 보여준다. 내가 공길이를 사랑하고 그 캐릭터에 애착이 있다하더라도 12월 달에 같이 개봉하는 두 작품을 통해 한 쪽으로 이미지가 굳혀지는 것을 막아보려고 한 거다.

공길이 이미지가 나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따라다닌다면 그건 정말 나에겐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들지만 드라마를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공길이는 연기적으로 소화했던 것뿐이지 나라는 사람이 그런 인물은 아니다’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말이다. 사실, 공길이 캐릭터 이미지에 대해서 사실 겁이 나긴 난다. 얼굴 선 자체도 내가 고운 편이라서 여자 같은 남자배우로 보여질까봐.

그래도 실제 자신과 비슷한 점이 있었을 것 같다.
공길이와 내가 너무 안 닮아서 힘들었다. 그래도 비슷한 점을 꼽으라면 여린 성격정도? 그런 면에선 공길이의 감정씬을 소화할 때 도움이 됐다. 나머지 부분은 정말 다르다.

편집본을 보고 내 스스로 내가 아니라고 느꼈을 정도다. 그만큼 실제의 나, 이준기를 버리고 다른 사람을 연기한 거다.

공길이로 6개월을 살았는데 어떻게 공길이와 이별했는가?
촬영 끝나자마자 많이 놀고 최대한 놀았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원래 모습을 금방 찾아가더라.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정식 개봉이 아직도 한참 남았다. 그런데 영화촬영 당시부터 당신은 (무비스트) 검색어 순위에 <왕의 남자>가 아닌 당신이 랭크돼 있더라. 이런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실감하는지?

(하하)잘 모르겠다. 사극 장르의 큰 작품을 지금 막 끝낸 상태다. 나름 어려운 역할을 했는데 막상 돌아와선 역사극이 아닌 현대극에 바로 출연했다. 아직 공길이의 감각이 남아있는데 드라마에 출연하는 상태라 자연스러운 연기가 안 될 정도다. 드라마 감독님도 왜 이렇게 어렵게 연기를 하냐고 묻는다. 연기에 대한 고민 때문에 인기에 신경 쓸 틈이 없다(하하)

그 전에 역사 교과서나 드라마 혹은 영화를 통해 알고 있던 연산군에 대한 생각이 영화를 찍고 나서 달라졌을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연산 이미지가 <왕의 남자> 연산과 맞아떨어졌다. 예전에 연산을 그린 드라마를 딱 한번 본적이 있다. 그 드라마에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폭군으로 점점 변하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줬다. 난 그걸 보면서 연산을 대게 불쌍한 사람으로 느꼈고 그렇게 알았다.

그런데 이번 영화 들어가면서 연산에 대한 책을 보고 나름대로 혼자 공부도 했는데 사실상 연산은 폭군이 맞다고 하더라. 그를 연민의 시선으로 본 사람이 거의 없다. 감독님 성향도 역사를 다룬 시각으로 보는 게 남다른 분이라서 내가 생각한 연산을 담아냈다. <왕의 남자> 연산에게 그래서 더 크게 공감하게 됐고 그래서 공길이를 연기하기가 좋았다. 물론 역사를 위에서 가르쳐주는 대로 보는 시각에서 나만의 시선을 가지게 된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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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는 이준기의 필모그래피 중에 대표작으로 평생 남을지 모른다. 지금 분위기를 봐서는.
개봉한 후의 느낌이 지금과는 다를 거다. <왕의 남자>가 정말 잘 됐을 경우 나한테 오는 게 있을 거고, 설사 영화가 안 됐다 하더라도 지금과는 다를 게 분명하다. 현재의 솔직한 심정은 나한테는 그저 영광된 작품이라는 게 다다. 배우로서, 신인으로서. 어떤 평가가 나오든 ‘공길’이는 두 번 다시 맡을 수 없을 캐릭터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선배들 말씀을 들어보면 1년에 10~12편의 시나리오가 들어오는데 그 중에서 골라 골라서 하는 게 1~2편이란다. 그렇게 고심해서 선택한 작품도 내꺼로 안 남는 경우가 허다하고 노느니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임하는 작품도 있다고 한다. 그거에 비하면 신인 입장인 나에게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게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팀 모두 <왕의 남자>가 평생 올까 말까 한 영화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다.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궁금증은 많아가지고 자꾸 ‘공길’과 ‘왕의 남자’ 사이의 함수관계를 찾는 재미없는 질문만 해댔다. 이제부터는 가벼운 질문을 해보도록 하겠다.
왜 이러시나? 이렇게 재미있게 얘기하고 있는데... 영화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 하루 종일 해도 재밌다.

하여튼 <왕의 남자>는 유혹의 영화다. 이런 치명적 유혹을 실제로 받게 된다면?
그냥 나는 그 유혹에 넘어갈 것 같다. 아직 그런 유혹은 받아본 적이 없지만(하하). 주시면 고맙죠~ 나한테 관심 기울여 주는 거니깐 고마워할 것 같다. 물론 진실 된 면이 보여야 하겠지만.

말 들어보니 무작정 배우한다고 서울로 짐 싸갖고 올라왔던데..연기자가 그렇게 되고 싶었나?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느낌이 좋아서 연기를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었다. 집에서 반대도 심했고 막상 서울 와서 보니 연기자 되기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님을 알았다.

이제 당신은 스타다. 아니 어쩌면 지금 그 자리에 위치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막상 스타가 되면 올챙이 적 생각 못하고 사람이 변한다고..
처음 듣는 얘기는 아니다. 사실 그리고 나 아직 스타 아니다(하하). 내 스스로 나에게 가끔 솔직히 물어본다. ‘뜨면 변할까?’라고. 여기서 ‘안변해요!’라고 말해봤자 그건 상대에 따라 거짓말이 될 수도 있는 여지를 남겨준다.

지금은 그저 좋은 선배와 같이 연기하고 작업하는 게 마냥 좋은 신인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런 거에 신경 쓸 틈이 없다. 만약 내가 변하면 그 때는 내 입으로 변했다고 말할 거다.

드라마<마이걸>에서 맡은 역할에 대해 얘기 좀 해줘라.
털털하고 자유분방하고, 그리고 돈 많고(하하하하).. 그때그때 상황을 즐기는 인물이다. 나름대로 진심도 있는 썩 괜찮은 남자다. 아마 공길이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으로 보일 게다. 그것 때문에 이 역할을 선택한 거고.


아까도 드라마 연기에 대한 걱정을 은근히 많이 비쳤는데, 영화와 드라마의 매체 성질이 달라서 그런가?
영화는 기다리면서 같이 만들어가는 작업인 거에 반해 드라마는 그게 아니더라. 오케이 싸인 받으면 내가 방금 전 한 연기를 확인 못하고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해 다음 장면을 찍는 시스템이다. 솔직히 그래서 걱정된다. 내 연기가 영화와 다르게, 물론 영화 속 연기가 훌륭했다는 소리가 아니다!, 어떻게 나올지 말이다.

공을 들이고 정성을 다해 연기하는 공길이 이준기를 생각해보니 당신 걱정이 괜한 걱정은 아닌듯하다. 그래도 솔직한 답변해줘 고맙다. 12월 29일 개봉하는 <왕의 남자> 꼭 대박나길 바란다!
고맙다. 모두들 2005년은 <왕의 남자>로 잘 마무리하시고 2006년에는 더 큰 희망 안고 출발하길 빌어본다. 크리스마스는 연인과 함께!! ㅠㅜ 난 그날 아마 드라마 촬영하고 있을 듯....

취재: 최경희 기자
사진: 권영탕 사진기자

▶ 중성적 이미지 이준기의 사진 실컷 구경하삼!

20 )
loop1434
대단   
2010-02-28 10:05
qsay11tem
기사 감동적   
2007-08-10 12:00
kpop20
인터뷰 잘 봤어요   
2007-05-26 17:06
dog4730
hjh   
2007-02-17 14:44
ldk209
왕남은 본인의 연기힘보다는 캐릭터의 힘이 컸다....   
2006-12-30 12:25
rrhcsl123
준기오빠 홧팅
복받으실거예요~   
2006-02-03 18:15
yunnis79
ㅋㅋㅋ 솔직히 마이걸에서는 별로네요 흡입력이 떨어져요   
2006-01-08 14:46
tadzio
인터뷰만을 보고도 진지하게 연기를 생각하는 모습과 노력하는 매력이 느껴집니다. 말도 잘하고, 앞으로 더 성숙하고 멋진 연기를 펼칠 수 있길,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은 배우에요. 인터뷰 잘 읽었어요, 최경희 기자님:D   
2006-01-0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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