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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덕을 꿈꾸는 고양이 덕후가 만든 고양이 영화 <고양이 집사>이희섭 감독& 조은성 프로듀서②
2020년 5월 13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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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서 만난 이름을 지어 주는 것 빼고는 다 해주는 바이올린 가게 아저씨, 매일 밤 고양이 도시락을 배달하는 중국집 사장님과 고양이 급식소를 만들어 주는 주민센터 사람들, 재개발로 남겨질 고양이들을 걱정하는 노량진 수산시장 한켠 생선 가게 할머니, 성남 재개발지에서 2년 넘는 시간 동안 고양이를 구출하고 있는 활동가 그리고 부산 청사포에 고양이 마을을 조성한 청년 사업가까지 <고양이 집사> 속에는 각양각색의 집사와 길냥이가 등장한다. 거리에서 많은 집사를 만났지만, 영화는 그들의 일부만을 담을 수밖에 없었다. 고양이들이 노출되면 행여나 해코지 입을 것을 우려한 집사들이 영화 출연하는 것을 꺼려했고, 그 마음을 이 감독이 헤아린 까닭이다. 그렇게 보이진 않아도 느껴지는 진심과 진심이 쌓여 <고양이 집사>를 완성했다.

조은성 감독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연출을, 이번엔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메가폰을 이희섭 감독에게 넘긴 사연은.

조은성 내가 연출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서? (웃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감독 데뷔작인데, 볼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일본과 대만에서 몇 달씩 머물며 실컷 찍었으니 이번에는 더 잘하는 사람과 해보자 싶었다. 사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도 처음부터 직접 연출하려던 게 아니었다. 당시 길고양이에 대한 충격적인 상황이 연달아 발생해, 영화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몇몇 감독에게 요청(부탁)했으나 모두 거절했었다. 마지막으로 제안받은 선배가 직접 찍는 것은 어떻겠냐고 하더라.

<고양이 집사> 제작기간과 총 제작규모는.

조은성 이 감독에게 처음 제안한 게 2016년 8월이다. 우연히 만나 이야기했는데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고, 말이 정말 잘 통했거든. 실제 촬영하고 편집하는 데 2년이 걸렸다. 작년 11월에 완성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처음 상영했다. 제작비는 1억 2천 만원 정도인데 홍보·마케팅까지 하면 1억 6천 정도다. 1억 대출받아 시작했다. (꼭 써달라!) 약 3만 명이 손익분기점이다.

영진위 제작지원에서 탈락했다고 들었다. 네 편 중 세 편이 선정됐다는데 이유는. (웃음)

조은성 흠…안 된다더라. (웃음) 작품이 안 좋아서 줄 수 없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심사를 받기도 하고 때때로 심사를 들어가기도 하는 입장에서 볼 때 아직은 인권, 차별, 노동 등 거대 담론을 다루는 영화에 제작 지원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동물복지권의 경우 ‘좋은 일 하네’ 뭐 이런 정도로 치부해 지원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것 같다.
 왼쪽) 조은성 프로듀서, 오른쪽) 이희섭 감독
왼쪽) 조은성 프로듀서, 오른쪽) 이희섭 감독

이희섭 감독은 제안받고 어땠나. 당시가 데뷔작인 <대관람차> 로케이션하던 시기로 알고 있다.

이희섭 <대관람차>를 할 즈음 내가 잘 만들 수 있을지, 내 재능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조 감독님이 지나가듯 얘기했던 것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시사 후 정식으로 제안 주셨다. 그땐 연출자로서 작품이 전무한, 완전 백지 같은 상태인데 내가 단지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믿음만으로 맡겨 주신 거지. <고양이 집사> 이후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거뒀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고 앞으로도 이어 나갈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역시 촬영감독 출신이라 다르다고 생각했다. 또 참 인내의 시간이었겠다 싶은 게, 고양이를 담은 한 컷 한 컷에 애정이 스며있더라.

이희섭 춘천 갔던 이유가 그 거리에 있는 고양이와 사람을 내가 직접 보고, 담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출근하는 것처럼 매일 효자마을에 나갔다. 지나가다 고양이가 보이면, 누군가 와서 밥을 주지 않을지 지켜보면서 계속 기다렸다. 그렇게 해서 여러 집사와 만날 수 있었다. 또 중국집 사장님이 7시에 나가 밥 주신다고 하면 6시에 미리 나가 몰래 기다리는 식이었다. 영상 퀄리티 측면으로는 전혀 접근하지 않았다. 오롯이 무언가를 포착하고 발견하는 데 집중한 촬영으로 정말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고양이 집사>
▲▼<고양이 집사>

춘천에 바이올린 고양이 ‘레드’를 두고 차마 발걸음이 안 떨어졌을 것 같더라. 이후 춘천 아이들을 다시 만났는지. 잘들 있나.

이희섭 다른 아이들은 잘 있는데 ‘레드’는 볼 수 없었다. 내려 가니 안 보인 지 몇 달 됐다고 하더라. 길냥이치고는 나이가 많았고 건강이 안 좋은 상태였다. 아마도 어딘가 죽을 곳을 찾아갔을 거다. 춘천 생활을 정리하고 오면서 레드를 데리고 올지 말지 정말 몇 번을 고민했는지 모른다. 레드가 워낙 바이올린 아저씨 바라기인 데다 자신이 살던 곳이 편안하 것 같아 놔두고 왔지만… 부산 촬영 이후 유기묘 출신에 임시보호를 전전하던 ‘레니’를 만났다.

임수정 배우가 아빠(이희섭 감독)를 너무 좋아하는 고양이 ‘레니’로 내레이션 참여했다. 정확한 발음과 간결한 어투가 좋았다. 임수정 배우를 섭외하다니 능력자다! (웃음)

조은성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개봉 후 한 팟캐스트에 임수정 배우와 같이 출연한 적이 있다. 끝나고 술 한잔하다 다음번 영화 만들면 내레이션해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하겠다는 거다. <고양이 집사> 완성하고, ‘때가 됐다’고 연락하니 정말 맡아줬다.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약을 먹어가며 길거리 아이들 밥 챙겨줄 정도로 고양이 덕후다.

이희섭 처음엔 매우 차분한 이미지에 톤도 낮은 편이라 ‘레니’와 어울릴지 몰랐는데 막상 녹음 후 깜짝 놀랐다. 감정선 표현을 너무 잘해줘서 ‘역시 배우’구나 싶었다. 어미고양이가 아기고양이한테 마치 동화책 읽어주듯, 그런 동화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정말 원하던 그대로 표현해 주셨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때도 느꼈지만, <고양이 집사> 역시 담백한 스토리텔링이 미덕이다.

조은성 (아내인) 이정은 작가가 담당했다. 작지만, 정식으로 고료도 드리고.(웃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도 함께 했었다. 전작이나 이번이나 스태프의 대부분이 고양이 덕후다. 우리 영화는 한마디로 성덕(성공한 덕후)을 꿈꾸는 고양이 덕후들이 만든 고양이 영화다!
 이희섭 감독
이희섭 감독

차기작 소개를 부탁한다.

이희섭 고양이 이야기를 이어갈 것 같다.

조은성 고양이와 스포츠, 역사에 관심이 많다. 극영화 <인생은 농담처럼>을 준비 중이고, 다큐 <1984 최동원>은 촬영을 끝냈고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 예정이다.

이희섭 감독은 고양이 이야기할 때 순도 높게 행복한 얼굴이다. 최근 소소한 행복 거리가 있다면.

이희섭 ‘레니’와 같이 있는 시간이 그냥 좋다. 다만 같이 많이 못 있어 줘서 안타깝다.

조은성 음… 대출 금리가 내려갈 때? 또 제작자 입장에서 의도한 대로, 치열하게 논의한 대로 영화가 완성됐을 때 희열을 느낀다.


2020년 5월 13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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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광희(Ultr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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